청계천은 어디로 흐르는가

[최인기의 사노라면] ‘가든파이브’ 뒤 표류하는 상인들

다시 또 청계천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동안 청계천 복원공사를 둘러싸고 참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이번에는 청계천 상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청계천 복원공사는 2003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서울시에서도 대규모 공사를 강행하려면 상인들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자 묘책으로 나온 것이 2009년 완공 목표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지하 5층, 지상 11층 가까운 높이의 건물 3개 동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전체면적이 82만 300㎡로 코엑스의 6.2배, 롯데월드의 1.4배에 이르는 대규모 동남권 유통단지인 ‘가든파이브’ 다. 서울시는 이 ‘가든파이브’를 지어 상인들을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서울시에서는 2002년부터 2003년 6월까지 상인들을 총 4200번 만났고 이 와중에 청계천 상인들에게 6-7평 기준으로 약 6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면 누구나 입점할 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신용불량자 역시 입점이 가능하다는 약속을 했다. 모든 언론에서도 청계천 조성으로 영업에 피해를 본 주변 상인들에게 대규모 상가시설을 건설해서 반값 수준으로 특별 분양을 해주기로 한 것에 대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탁월한 선택이라는 식의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다음 결과가 어떻게 되었나? 서울시가 발표한 입점 대상 상인들은 약 6,150명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으로 접어들자 입점할 수 있는 대상은 4,718명으로 갑자기 줄었다. 서울시에서 2007년 12월 계약 특수조건이라는 것을 갑자기 들고 나오기 시작하며 상인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중영업을 금지한다. 계약일로부터 전매제한 기간을 두도록 한다. 그리고 이를 어겼을 경우 단속을 한다.’ 등의 이유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청계천 변 상인들의 매출은 벼랑 끝으로 떨어졌으며 권리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추진되는 동안 상권은 반 토막이 났고 장사를 통해 생계를 영위하던 많은 사람은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다른 생계 방편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래도 청계천의 상인들은 송파구 문정동에 만들어질 동남권유통단지 ‘가든파이브’에 입주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완공 날짜만 손꼽아 기다려 왔다.

그러나 2009년 현재 6,097명 중 1350명 정도만이 계약을 마쳤다. 이유는 그 분양가가 1억 5천만 원에서 8억 8천만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6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면 누구나 입점할 수 있으며 심지어 신용불량자 역시 입점이 가능하다고 약속했던 것은 모두 거짓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당시 서울 시장이었던 이명박 서울시장의 업적 쌓기 목적으로 사업이 추진됐던 문제였다. 주변의 영세 상인들과 같은 이해 당사자들의 경제적 물적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서둘러 복원사업을 관철시켰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제 계약 종료에 따른 자격상실로 인하여 수많은 상인은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 입점 계약률이 저조해지자 다급해진 서울시는 1조 7천억 원을 들여 지은 유통단지의 30%를 서울시 SH 공사가 지분을 갖거나 나머지는 일반 기업에 분양했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러한 와중에 특혜분양 의혹마저 일고 있다.

청계천 복원 공사를 추진하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통령이 된지 오래고 청계천 복원은 시민들의 입을 통해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청계천 변 약 15만 평 이상에 6만 5천여 상가, 그리고 20만여 명의 상인과 주민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인되는 것은 일부 노점상들이 숭인동과 동묘 근처로 밀려나 겨우겨우 장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과 ‘가든파이브’ 라 불리는 동남권 유통단지에는 약 천 명도 안 되는 상인들이 입점 날짜만 기다리고 있을 뿐 나머지 상인들은 상권이 위축된 채 청계천 주변의 상가를 껴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계천은 약 40여 년 동안 서울의 도시 변천사에서 복개공사와 복원을 반복하며 이곳 도시빈민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곳이다. 신개발주의 담론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기간 추진되었던 뉴타운 사업과 더불어 청계천 복원공사를 추진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의 목적이 이윤 획득과 갖은 자들의 잔치로 전락했을 때 이곳은 축제의 장이 결코 될 수 없다. 이렇듯 청계천 복원의 신화 속에 가려진 허구는 감춰지지 않고 또다시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참고 : 이명박 지음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신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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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 서울시 , 노점상 , 청계천 , 가든파이브 , SH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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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갑

    최인기 말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관공서에서 하는 일은 많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지만 어느정도 지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확인 해봤니..

  • 최한재

    처음보는 참세상입니다. 그동안 장님으로 살았는지 반갑습니다.
    우리에게 힘들어도 희망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떠한 고난도 달게 참고 살아올수 있었읍니다.
    청계천상인의 만 6년간의 고단한 삶을 내팽개치고 이제와 서울시의 이기적인 공급행태는 앞으로 대단한 청계상권을 다시는 일으킬수없는 역사의 저편으로 던저버리고 이제 한국에는 세계에서도 이름난 중소자영업자의 없는것이 없었던 청계상권은 사망하게되는것입니다. 아! 미래는 암흑 뿐이구나. 이명이 박하고 시는 이 떡수를 두니 오! 세운상가는 설곳이 없구나.

  • 걱정

    노점상 단체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구청이나 서울시 행보가 만만치 않지만, 노점상 단체는 그 행보에 밀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특히 용산참사때 전노련의 존재감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끊임없이 '돈'과 관련된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최인기님과 같은 분은 이럴 때 일 수록,
    좀더 정도를 걸으셨으면 합니다.
    영세상인 문제를 감상적으로 거론하시는 것도 좋지만...

  • 현실에서

    명박정권의 실체는 모두 드러났고
    청계천의 영광은 뒤로가고 있습니다
    청계천 주변 상인들의 몰락은
    개발시점부터 예견되었던 상황들 이었죠
    요즘 노점단체들은 서울시 어용으로 가고 있는 걸로 아는데
    추후 이와 비슷한 글을 쓰지 않을까요

  • 최인기

    오늘 저녁 MBC PD수첩에 관련된 내용이 방송됩니다.
    참고하세요. 청계천 상인들은 제가 소속되어 있는 전빈련 (전노련과 빈철연의) 회원 조직입니다.

  • qnseksrmrqhr

    아픔은 한 번으로도 충분합니다...

  • 나도 걱정

    동대문운동장 풍물벼룩시장의 노점상들에게는 비공식적으로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숭의여중 자리를 물색해 놓았다는 소식도 있다. 투명행정을 해야 할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 철거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진 지 불과 24시간 만에 언론을 통해 그동안 뒷거래로 만난 사실을 공개를 한 것이다. 몰래 노점상을 만나 대책이라고 던져 놓고 또다시 동대문운동장을 철거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최인기님이 올린신 글인데..지금 전노련은 서울시와 함깨하는 단체가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최인기님이라도 전노련이 바로갈수 있는 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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