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솟아오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결국 마천루를 탄생시켰다. 이는 자본과 권력의 상징이 되었으며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불행을 안겨 준다는 것 또한 상식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어떻게 된 노릇인지 유독 대한민국 땅에서는 랜드마크라는 이름을 빌어 자본가의 위대한 과업과 정치인의 치적이 되고 있다. 지금 송파를 가보라! 제2롯데월드 부지에 123층 555m의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한 터 닦이 공사가 한창 이다.
그런데 그 위대한(?) 사업을 앞두고 앞에 복병이 나타났다. 그 복병은 다름 아닌 10인의 포장마차 노점상이다. 2월 20일 이후 가처분 소송에 따른 강제철거가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들이 이렇게 만난 것은 1988년 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88올림픽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누구에게는 국민적 축제이겠지만 도시빈민에게는 군부독재라는 단어와 함께 노점상, 철거민에 대한 대대적인 철거와 단속이다. 서울시내 전체에 도시와 도로의 정비 사업이 진행되면서 송파지역에서 영업하던 포장마차 노점상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노점상은 쫒기고 쫓겨 명동성당에서 47일간 장기 농성에 들어간다. 그리고 결사항쟁 끝에 현재의 제2롯데월드 공터에 장사 터전을 닦게 되었다.
약 10여 년 동안 휴전 상태에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며 이들은 잠실포장마차 터를 가꾸게 된다. 처음에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서민들이 찾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은 점차 명소가 되어갔다. 잠실 롯데월드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의 뒷골목 문화인 잠실포장마차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잠실포장마차는 차츰 한잔 술에 시름을 털어버리기 충분한 휴식과 서민들의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 되어갔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숙원에 따라 롯데 측에서는 오랫동안 이곳에 초고층 마천루를 지으려 했지만 사실상 그동안 유보되었던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성남비행장의 안전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문제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졌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국민의 안전기준도 달라진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 언론 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의 사돈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 회장 조석래가 허가를 요구했다는 것이고 대통령의 대학 동창인 장격작 씨를 롯데총괄사장에 임명하면서 전 방위적인 로비를 벌여 허가를 했다는 주장이 대두 되고 있다. 다음으로 학계에서 제출한 안전문제와 관련한 보고서는 전체가 삭제된 체 허가 실무 팀에 넘겨졌고, 공군의 반발은 잽싸게 활주로를 3°틀면서 통과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40여 년 동안 성남비행장의 안전문제 때문에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성남시민들은 어떤가? 그들은 지금도 45m의 고도제한으로 막혀있는 상태다. 문제는 계속 이어진다. 이곳은 평소에도 대표적인 상습 정체 구간이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교통 재앙이 닥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 말을 뒷받침 하는 주장으로 인근 장지동에는 이미 ‘가든 파이브’가 개장을 하였고 또 문정동에는 법조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게다가 위례신도시까지 건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 잠실역에 제2롯데월드까지 들어선다면 이곳은 교통지옥일 것이다.
한편 지난 1월 26일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건축 심의에서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는 재심의 결정을 내리면서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롯데그룹이 480억을 더 내놔야 하며 112층에서 123층으로 건축변경을 했기 때문에 녹지비율도 더 높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부속건물 9개동과 본 건물 123층이 지어질 제2롯데월드 부지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 녹지공간을 더 늘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안에 숨겨진 의도는 480억으로 교통난을 비롯하여 문제가 되는 사안들을 해결하라는 식의 일종의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가 재심의 결정을 내렸지만 반대여론과 언론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형식적인 절차만 거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렇듯 비행기 추락의 위험과 교통대란, 환경오염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은 산적한 대도 임시허가를 내주고 지금은 기초공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고 포장마차를 철거하기 위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포장마차노점상 10인의 준비도 만만치 않다. 공사 주변에는 방어용 폐타이어가 쌓여 있으며 노점상들은 규찰조를 짜고 철거에 맞서고 있다. 이곳은 지금 전운이 감돌고 있고 마치 용산싸움을 방불케 한다. 언급했듯이 서울지역의 포장마차촌은 80년대 노점상 저항의 결과물로 신림동, 방배동 등지에 서울시의 허가아래 만들어 졌지만 시장이 바뀌고 뉴타운이다 도시 정비 사업이다 해서 하나둘씩 사라지고 이곳 에서만 명맥을 겨우 유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 세훈 서울시장이 들어서면서 '디자인’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지역의 오래된 삶의 흔적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하지만 왜 사람들은 휘황찬란한 술집을 마다하고 이곳을 찾는가? 왜 외국인들은 다소 비좁고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이곳을 찾아 엉덩이 붙이고 술잔을 함께 기울이는 것일까?
123층짜리 제2 롯데월드를 짓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이자 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게 돈이 되어야 하는 건설자본과 대기업의 이윤 앞에 순환식 공사로 노점상의 생계터전을 보장하라는 노점상들의 주장이 먹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싸움은 그야말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이 싸움 속에는 반드시 돈으로 재편되어서는 안 될 공간을 둘러싼 우리사회가 지향해야할 가치관이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서민들이 이룩한 삶의 현장이기에 잠실 123층 제2 롯데월드 : 포장마차 10인과의 싸움이 단순히 구경거리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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