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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의 정치경제학

[칼럼]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전작권 환수 연기를 개탄한다

한미 양국 정상이 6월 26일 당초 2012년 4월 17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오는 2015년 12월 1일로 3년 7개월여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서 시민사회가 적잖이 당황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지난 천안함 사태를 둘러싸고 전작권 환수 문제, 한미FTA, 아프간 파병 문제 등 한미간 주고받기식 밀실협상의 가능성을 예상했기 때문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이명박 정권의 잦은 말바꾸기와 거짓말로 일관한 ‘이중플레이’에 대하여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26일 오후(현지시간)토론토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출처: 청와대]

이번 전작권 환수 연기의 배경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회담의 결과에 잘 나와 있기 때문에 합의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작전권 이양 문제, 천안함에 관련된 문제,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된 문제에 대해 합의를 한 바 있다”고 하였고, 이명박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와 관련, “현재의 안보환경과 양국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의미에서 우리가 2015년 말까지 이양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수락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전작권 환수 문제와 한미FTA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연동되어 있다는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또한 안보환경과 한미동맹 강화가 주된 배경임이 확인되었다. 물론 이 두 가지 변수는 분리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먼저 안보환경의 경우 북한의 핵 보유로 남한의 군사적 능력이 매우 취약하게 되었고 남북간 군비경쟁도 사실상 의미를 상실할 정도로 북한의 남한에 대한 안보 위협은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일부 단체의 핵주권 논리를 강화하거나 국방비의 대폭 인상을 추동하는 요인이 될 것이며, 향후 전작권 전환 일정이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남한이 북한보다 10배 이상의 군사비를 쓰면서도 군사적 능력이 취약하다는 것은 북한의 군사력에 대해서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아니면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우려를 주고 있다. 또한 천문학적인 국방비는 어디에 썼는지 그 투명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 강화론은 이명방 정권의 일관되고 제1의적인 대외정책으로서, 천안함 한미공조가 정치적으로 전작권 환수 연기라는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한미동맹의 경제적 측면에서 한미FTA와 관련한 자동차-쇠고기 문제의 타협안이 도출될 전망이다.

그 동안 장기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한미FTA의 의회 비준 문제와 관련해서 오는 11월까지 양국의 이견을 해소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전작권 환수 연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며, 그 외에는 달리 설명할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이 요구해온 쇠고기 시장의 완전한 개방과 자동차 부문의 비관세장벽에 대해 한국이 얼마만큼 양보를 하게 될 지가 관심거리다.

이것은 정치적인 거래도 아니다. 거래라는 것은 주고받으면서 손익 계산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에게 득이 될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노무현 정권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이라크 파병, 한미FTA 등 매우 중요한 사항을 넘겨주고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경우도 한국에게는 거의 손실만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말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결정인 것이다.

이에 맞서 국내 진보진영에서는 전작권이 이양되더라도 미국이 핵우산과 확장 억지력을 제공하는 만큼 안보태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불평등하고 종속적인 한미관계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리고 전작권 전환을 연기할 정도로 북한에 비해 군사력이 현저히 약세인지도 의아하다.

일반적으로 전작권은 군사주권의 핵심이라고 한다. 그것은 전시작전통제권이 전쟁시 군대의 작전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사주권의 핵심은 한국군의 군대를 직접 지휘하고 통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의 발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전쟁 발발 시에도 그 규모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권한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권력을 누가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효과가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밥 먹듯이 하는 미국에게 전작권을 계속 맡긴다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한미동맹 제일주의에 대한 집요함에 대해서는 어떠한 얘기도 무용지물이다. 의지와 신념이 너무나 투철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안보를 목청 높여 외쳐온 이 땅의 보수 세력은 지금껏 무얼 해 왔는지 이번 합의를 반기기에 앞서 먼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이 북한의 안보 위협을 두려워한다면 오히려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이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와 나아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한미간 합의 내용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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