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전기 민영화는 계속 되고 있다

지경부, 전기민영화 부추기는 집단에너지사업 확대

지난 10월 발생했던 사당동 우성, 신동아, 극동 아파트의 단전 위기는 ‘전기구역사업’ 의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였다. 전기료를 지불하고도, 주민들이 단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전기구역사업의 폐해는 언론으로부터 집중 타격을 받았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하지만 당시 사건은 구역전기사업이 도입됐던 2004년부터 꾸준히 쌓여왔던 업체, 주민, 그리고 지경부와 한전의 갈등을 본격적으로 예고하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특히 아직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 지역은 주민들의 싸움이 한창이며, 업체와 주민 간의 갈등은 이제 지식경제부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당동 우성아파트 3단지 주민들은 작년부터 지경부에 ‘한전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지경부는 이에 대한 확답은 피한 채, “사당지역 전체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 된다”고 답했다. 지경부가 구역전기사업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는 것은 반길만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주민들은 즉시 반발했다. 구역전기사업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경부의 답변은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지경부는 지속적으로 전기구역사업을 포함한 집단에너지사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 발표했던 ‘전력산업구조개편안’에는 큰 틀의 에너지 민영화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한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무조건 한전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버티고 있는 지경부 사이에는 이 같은 전기민영화 사업의 확대 정책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전기 민영화, 다양한 형태로 확대돼

지경부는 지난 17일, 서민아파트인 보금자리주택지구 3곳에 집단에너지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단에너지는 많은 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열과 전기로, 집단에너지사업은 민간 업체가 지경부의 허가를 받아 지역냉난방사업 등을 실시하는 정책이다. 특히 열과 전기를 주민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방식인 구역전기사업(CES)은 전기민영화의 일환으로, 사당동 단전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경부의 발표에 따라, 남양주 진건, 고양 원흥, 부천옥길과 시흥은계 등의 보금자리주택지구에는 열병합발전소건설사업을 위한 1조 5700억 원의 민간자본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지경부는 작년 10월, 이미 서울 강남과 하남 미사지구를 집단에너지 지구로 확정했으며, 앞으로 광명 시흥, 하남 강일 등 3차 보금자리지구까지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새만금, 군산경제 자유구역 새만지구와 진천 산수 산업단지 역시 공급대상지역으로 확정했으며, 2018년까지는 송도관광단지와 2015년까지 부산장안지구역시 집단에너지 공급대상 지역으로 낙점됐다.

에너지 공급을 민간으로 이양시키는 지경부의 민영화 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경부는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준공 10년이 지난 서울지역 공공임대아파트 88만 가구를 대상으로 아파트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SCO사업은 에너지절약전문기업이 난방, 전기 등의 에너지절약형 시설에 선투자한 뒤, 에너지 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제도로, 지역의 전기 사업을 독점한다는 것에서 구역전기사업과 일맥상통한다.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사무처장은 “ESCO사업의 출발은 에너지절감사업이지만, 이 역시 구역전기사업과 마찬가지로 한전에서 독점하던 전기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는 다양한 형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안’, 수위 높은 시장화 표방

지난 7월, 정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안’을 발표하며, 전력사업의 시장화를 표방하고 나섰다. 사실상 전력 산업구조의 개편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논의로, 한전 등의 공기업 민영화가 그 논의의 골자였다. 김대중 정부는 2001년, 한전으로부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남동, 남부, 서부, 동서, 중부 등 5개 자회사로 분리시켰지만, 민영화 방침에 대해서는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표방했던 공기업의 민영화, 그리고 전력 산업의 시장화는 장기 과제로 남게 됐다. 즉 민영화, 시장화의 기조는 유지한 채 여론에 따라 가능성만 점치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취임 당시, 공기업의 민영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촛불 여론에 밀려 2008년 6월, 전기와 수도, 가스 민영화를 임기 중에 추진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전력산업구조개편안’에서는 한수원과 화력발전 5개사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포함한 전력산업의 시장화가 본격적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고는 했지만, 전력 사업의 민영화 수순에 한 단계 도약한 꼴이 된 것이다.

특히 판매 부분의 경쟁 강화는, 민간 업체들에 의해 전력 구조가 독점되는 형식이 나타날 수 있어 많은 우려를 발생시키고 있다. 물론 현 정권 하에서 전력산업의 민영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정권의 전력산업 민영화의 의지는 고스란히 나타내 보인 셈이다. 현재 전력 산업 민영화가 정착된 미국 21개주와 영국 등의 주민들은 지속적인 전기료 인상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는 사당동 사태와 마찬가지로 몇 번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회공공연구소는 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7월, 이슈페이퍼를 발간하고 정부의 전력 사업 시장화를 비판했다. 이들은 이슈페이퍼를 통해 “KDI 보고서의 내용은 기존의 분할-매각 방식의 구조개편 방안을 그대로 승계한 내용이며, 민영화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 발전과 판매경쟁 강화, 송전의 분리 등 전력산업의 시장화 강화의 내용을 답습하고 있다”며 “또한 요금현실화론, 요금인상 불가피론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어 에너지기본권, 전력의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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