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MB, “내가 노점 해봤는데”...그 이후

[최인기의 사노라면] 가락시장 할머니, 장애인 풀빵노점상 모두 쫒겨 날 판

요즘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개그가 하나 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시리즈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가 한참 진행 중일 때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동을 찾아 선거유세를 하던 중 청각장애인 손병철씨(53)와 부인 김경숙씨(51)의 자리에서 풀빵노점을 자청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장갑을 끼고 풀빵을 구워 인사동을 찾은 시민들에게 건네면서 빵 굽는 기술도 전수해 주고,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께 풀빵을 팔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점상 해봐서’ 시리즈는 계속 이어진다. 지난 2008년 12월 23일 연말을 맞아 서민 25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내가 어린 시절 노점상을 해봐서 여러분 처지 잘 안다. 가게 앞에 있으면 옆으로 가라고 해서 계속 쫓겨 다녀 돈만 벌면 가게 사는 게 소원이었다" "저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하는 편" 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방송에 출연한 청각장애인 부부 [출처: 민주노련]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로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이 중요하다”면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들 각자가 어려워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에 대비하는 기회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했던 그들의 처지는 지금 어떤가? 4월11일 종로지역 노점상 연합회와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은 인사동에 모여 집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2010년 9월 21일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던 손씨 부부가 나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였다. 물론 청각 장애인인지라 옆에서 대신 이들이 작성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였지만 이들의 사연은 참으로 구구절절 하였다.“이제 저희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 그동안 삶과 희망을 품었던 지금의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것이 저희 부부의 소원이자 인사동 노점상 모두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단속에 항의하며 차량 밑에 누워있는 청각장애인 손병철씨 [출처: 민주노련]

대통령과 함께 장사를 하던 이 부부는 인사동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종로구는 인사동 거리환경을 개선한다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 수많은 외국의 관광객들이 보는 앞에서도 구청직원들을 동원하여 집중적으로 단속을 자행하였던 것이다. 그후 안타깝게도 손병철씨의 부인 김경숙씨는 몸 저 누워 병원신세를 져야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되었다.

한편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되자 곧바로 인사동 풀빵 노점상부부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청와대에서 직접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아마도 이즈음 되면 대통령 ‘가오’가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종로인사동 노점상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여전히 장사가 안되는 인사동 근처의 이면도로 쪽으로 이전하라는 것뿐이다. 이면도로라 말은 좋지만, 그러나 이 또한 다음 구청장이 바뀌면 이들은 또 어디로 밀려 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가락시장을 방문해 목도리를 건네주었던 박부자(76) 할머니는 어떤가? 이분도 당시 텔레비전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사진이 실려 목도리 할머니로 일약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 할머니도 머지않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판이다. 오는 6월부터 2018년까지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가락시장 안에서 채소 등을 떼어와 노점이나 좌판을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는 비허가 상인 약 5백 명의 생존권은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언제 장사를 못하게 될지 불안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출처: 민주노련 신문 '당당하게' 4호 만평]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2018년까지 전체 3단계로 전면재건축방식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이제 곧 1단계 공사 첫 삽을 뜨게 된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약7천억을 웃돌고 예비비까지 포함하면 약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두 국민의 혈세로 지출된다. '디자인 ․ 명품'을 내세운 가락시장은 노점상과 비허가 상인들 모두에게는 커다란 재앙이 될 위기에 처해 있는 거다.

평생을 소박하게 살아오신 목도리 할머니와 청각장애인 풀빵 부부 앞에 대통령이 나타나, 나도 한때는 노점상을 운운하며 함께 풀빵을 팔거나 목도리를 건네 줄때는 이들에게는 정말 커다란 영광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수많은 국민들은 이 광경을 신문과 언론을 통해서 지켜봤을 것이고 이 나라의 대통령이 얼마나 소탈한지 감격을 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난 4월 초 인사동을 방문 했을 때 청각장애인 풀빵노점상 부부의 마차 한구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여전히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고, 그리고 최근까지 박부자 할머니는 그 목도리를 소중히 간직하셨다는 소식도 들었다. 하지만 진정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목도리인가? 그리고 ‘내가 노점상해 봐서 아는데’ 라는 얄팍한 덕담이었을까?

여전히 할머니는 보증금 5백에 월세 20만원의 지하 단칸방에서 홀로 살고 있으며, 하루 먹고사는 삶에 터전조차 철거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태다. 청각장애인 풀빵 부부는 매일매일 단속반과의 몸싸움으로 온몸이 멍든 채 아스발트를 뒹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왕년에 노점상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가락시장 할머니의 뺏긴 우거지는 물론, 잃어버린 딸딸이(바퀴가 두 개 달린 작은 수레)와 가락시장 비허가 상인과 노점상의 생존권을 찾아 줄 차례다. 그리고 청각장애인 부부와의 아름다운 약속을 지켜야 한다. 언론을 통해서 그만큼 서민을 위해 노력하는 듯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할머니와 청각장애인 풀빵부부를 이용 했다면 이정도 의리를 지켜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아니 이 땅의 수많은 목도리 할머니와 장애인들에 대한 가난한 도시빈민들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럴 능력도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이제 그만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한다.
덧붙이는 말

* 이 글은 4월 11일 종로지역 집회관련 보도자료 및 4월 19일 경향신문 4월 22일 한겨레 신문 기사’를 토대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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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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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아

    부유한 사람이 가진 가난의 기억은 '추억'이나 자신의 성공담을 위한 에피소드가 되기 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한 그가 겪은 가난이 전부인양 모든 이의 가난을 우습게 보는 괴물이 되어 버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운동권 출신 사장님들이 노조가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상대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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