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 난 절대 반댈세!

[칼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코뮌을 건설하자

지난 4월 22일 필자는 한국국제정치학회에서 주최하는 <녹색의 국제정치학> 주제의 학술회의에 참가해서 발표를 했다. 한국국제정치학회는 회원이 2천여 명에 육박하는 매우 거대한 제도권 학회인데, 이 학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거의 없는 필자에게 발제를 부탁해 온 것이다. 별일이다. 본래 그들의 입장이나 태도가 필자와 거리가 멀고 이쪽 동네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지만, 그들의 분위기도 살피고 제도권 학회의 문화도 경험하기 위해서 시큰둥하게 승낙을 하였다.

제도권 학회는 부르주아적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주제나 제목만 봐도 대충 어떤 화두를 던지고 본질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물론 그들 역시 이쪽 동네의 속성을 잘 꿰뚫고 있어서 서로가 어떤 식으로 논쟁할 지는 식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필자를 포함한 발제자 3명과 토론자 3명으로 이루어진 세션에서 필자를 제외한 나머지 5인의 발제 및 토론의 주된 내용은 첫째, 동북아지역에서의 효율적인 에너지 협력 체제 구성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둘째,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한 한국 자원외교의 다변화, 셋째, 중국과 러시아 등 에너지 강국의 관계를 어떻게 인색해야 하는가, 넷째, 원자력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 등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너무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석유와 가스의 효율적인 이용 방안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필자의 문제의식과 완전히 상반된 입장인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동북아에너지협력체제’는 문제제기만 있고 추진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핵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비민주적 방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우리는 최근 후쿠시마의 재앙을 보면서 인류문명과 인간이성의 오만함에 대해서 뼈저린 반성을 수백 번 해도 모자랄 판이다. 현재 기후변화가 자연현상이 아닌 인류에 의해 벌어진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글로벌 차원의 조치들이 강력해지는 추세다. 기존 화석에너지는 고갈돼 가고 온실가스로 인한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주요 국가의 에너지 안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것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은 수준인데다, 탄화수소 에너지경제에 기반을 둔 산업들이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탄화수소 중심의 에너지 시대가 지속될 것이다.

석유정점(oil peak)의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멀지 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는 석유의 고갈가능성을 알리는 사건으로 석유가격의 장기적인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석유는 국제정세에 따라 급격한 가격변동을 겪을 가능성을 항시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석유보다는 매장량이 많지만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도 궁극적으로는 석유처럼 고갈과 가격상승에 노출되어있는 만큼 경제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화석연료의 대체 연료로 각광을 받는 원자력 발전의 원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역시 고갈가능성이 높고, 가격 상승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원자력은 현재의 수준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원이다. 하지만 이 비용에는 사용 후 핵연료를 포함해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비용이 온전히 들어가 있지 않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고준위 폐기물을 처분해본 경험이 없고 이제껏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어 있지 않기에 비용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원자력의 경우 발전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기후변화시대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원자력 발전소의 에너지원인 우라늄을 채굴, 정제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해체, 폐기물 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 역시 만만치 않다.

원자력 발전에서는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방사능 물질이 발생하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분과 안전한 관리에 필요한 시간 범위가 짧게는 1만년, 길게는 10만년 이상이어서 자연에 엄청난 부담을 가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에 소요되는 우라늄 또한 고갈되어 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재활용법의 하나로 논의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는 핵확산 우려로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기 쉽지 않은 데다 그만큼 위험이 증가하며 비용도 엄청나다. 게다가 원자력 발전소는 세계적 수준의 핵확산 논리와 상호 모순되며, 테러의 위험에서 상당히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또한 일본의 후쿠시마에서도 확인했듯이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인맥을 조사해 보면 그들은 거의 전부가 원자력 산업의 중심 인물이다. 즉 표면에서는 원자력을 통제하는 중립 기관을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원자력 이권으로 큰돈을 버는 인간들이 각 기업의 대리인으로 IAEA에 참가하고 있다(히로세 다카시 저, 김원식 옮김, 『원전을 멈춰라』, 이음, 2011, 39쪽).

이렇게 안전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짓는 이유는 원자력을 통해 이득을 얻는 자본의 전략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규모의 배경을 지니고 있다.

특히 모건과 록펠러 같은 초국적 자본이 우라늄 채취에서 발전소 기술에 이르는 원자력 산업을 투기 수단으로서 삼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으며, IAEA 역시 이들 초국적 자본의 대리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삶과 목숨이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저당 잡혀 있는 꼴이다.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쉬운 것부터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절약을 생각해볼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은 생활습관으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절약이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소박한 방법으로는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를 결코 낮출 수 없다. 즉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없기에 에너지 가격에 따라 국내 경제가 요동칠 수도 있고, 에너지로 인한 국제 분쟁이 발생해서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대체 에너지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독일 국민은 반핵을 지지하는 대신 철저한 에너지 절약으로 대응하고 스웨덴의 반핵운동가들은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는 쓰지 않고 대신에 더 비싼 값을 치르며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전기를 사서 쓴다고 한다.

대체 에너지는 여러 종류가 있다. ‘신재생 에너지’라 부르는 풍력, 태양열, 지열, 조력, 연료 전지 등을 이용한 청정에너지(Clean Energy)와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그린에너지(Green Energy)가 있다.

헤르만 셰어는 기존에너지 업계가 자금과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별․지역별로 자체적인 에너지 운용이 가능할 수 있는 방안은 오직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셰어는 10가지 철칙을 제안한다(헤르만 셰어 저, 배진아 역, 『에너지 주권』, 고즈윈, 2006). ① 의식적 자율성을 되찾는다. ② 새로운 경제 발전 모델을 세운다. ③ 국내 자원에 원칙적인 우선권을 부여한다. ④ 전통적 에너지를 대체할 순서를 정한다. ⑤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얻은 국민 경제적 이익을 개별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극제로 전환한다. ⑥ 에너지업계 내에 존재하는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해체한다. ⑦ 국가가 본보기가 되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앞장선다. ⑧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조경계획과 도시계획을 세운다. ⑨ 지식의 결핍을 극복한다. ⑩ 위협적인 세계경기 침체에 대처하려면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 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시장규모 면에서 3대 신재생에너지인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연료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풍력발전은 이미 기존 화석연료 발전의 원가 수준에 근접해 있고, 태양광은 아직 2012년 정도면 현재 수준의 절반까지 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에탄올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으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2010년 8월 현재 80달러(브렌트유)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사탕수수, 옥수수 등 원료 곡물가격이 급상승하지 않는 한 충분히 경제성이 있는 산업이다.

현재까지 나온 자료를 보면 대략 2050년에 이르면 전체 에너지 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교토의정서에 따라 의무적으로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여나가야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이러한 대체 에너지를 적극 활용할 수가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아직도 공급 규모가 작고 생산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햇볕과 바람이 무한하다고 해서 무한하게 재생되는 것은 아니다. 최적의 부지를 확보하기도 쉽지가 않지만 확장하는 데에도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이 높은 에너지임에는 틀림없다.

‘지역 에너지 Local Energy’의 주장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에너지 자립 마을은 외부의 도움은 최소화하고, 마을 자금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을 지으며, 주민 스스로의 요구와 계획대로 에너지 설계를 하는 것이다. 쓰고 남는 에너지는 정부에 팔아 마을 기금으로 조성하면 된다. 일종의 ‘에너지 코뮌’을 형성해서 네트워크로 나아가면 또 하나의 훌륭한 실험이 될 것이다.

남한의 원자력 발전소 폐기와 북한의 핵폐기 그리고 북한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지원 일괄적으로 타결하는 방안도 생각해 봄직하다. 물론 북측이 제안을 받고 싶어도 NPT체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래서 ‘동북아원자력관리기구’를 만들자고 6개국에 제안하면 된다. 이와 더불어 ‘동북아신재생에너지협력체제’를 동시에 제안하는 것이다. 지금은 2트랙이 아니라 4트랙이라도 추진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지구의 생존에 대한 엄청난 위험에 직면에서 전 세계는 필사적으로 공동의 안녕과 지구적 정의라는 새로운 방향, 즉 지구를 위한 코뮌주의를 필요로 한다. 인류가 직면한 엄청난 위험이 기본적으로 자연 환경이나 지리적, 기후적 제약 때문이 아니라 통제를 잃은 사회체제에서, 더 구체적으로는 탐욕적인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것임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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