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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내주고 받아오는 실리의 한계

[칼럼] 현대차 노조 이경훈 집행부는 올해 임단투 기조 바꿔야

현대차지부에 서영호 열사, 양봉수 열사, 남문수 열사에 이어 지난 6월9일 또 한명의 박종길 열사를 추가하게 됐다. 박 열사 죽음의 본질은 타임오프에 있으며, 주범은 이를 빙자해 무단이탈과 무급처리로 협박하도록 지시한 현대차 자본에게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법'이라고 불려지는 중세시대의 '단결금지법'이며, 노조 무력화를 통한 무노조 경영의 칼날을 자본가들에게 쥐어준 타임오프 때문에 한 생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자결을 했다.

박 열사의 자결 소식을 듣고 조합원들은 '오죽했으면...'을 나지막하게 내뱉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애도를 표했다. 전임자도 아닌 비상근 노동안전위원 활동을 하던 박 열사에 대한 감시와 탄압이 오죽했으면 죽음을 선택했겠느냐는 본능적인 판단을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열사에 대한 협상이 진행중임에도 "타임오프 때문이 아니다", "근태처리는 정상적으로 했다"며, 유서가 진실을 말하고 있음에도 왜곡시키기에 급급했고, 보수언론은 박 열사의 죽음의 원인보다는 아산공장 가동 중단에 더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노동탄압으로 사람이 죽거나 말거나 노동자들은 기계처럼, 노예처럼 일하기를 재촉했다. 남문수 열사 당시에도 유서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노동탄압은 없었으며, 개인의 가정사와 성격 문제로 왜곡시켰던 전력 그대로 드러났다. 이윤 추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본의 악랄함만 더욱 발휘될 뿐이었다.

그럼에도, 실제 "타임오프 분쇄를 위해 이 한몸 던진다"며, 타임오프를 본쇄해 살맛이 나는 일터, 노동해방을 위해 투쟁해달라는 박 열사의 마지막 절규는 흐지부지 사라졌다. 노동조합은 단결해 투쟁하는 조직이다. 조합원 여론을 핑계로 실리를 빙자해 헌법에 보장된 단결과 투쟁의 무기를 놓아버린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 노사협의회에 불과하고, 결국 모든 행동은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노사협조주의가 본색이다. 돈 몇푼에 현장권력을 내주자 현장탄압에 항거하며 분신한 양봉수 열사가 있다. 16년이 지난 현대차지부에 박종길 열사가 현장탄압을 폭로하며 자결한 것은 현대차의 현장탄압이 얼마나 노골적이고 집요했는지 확인이 된 것이다.

이경훈 집행부는 이번 임단투 기조를 바꿔야 한다. 눈앞의 순간적인 실리는 노조가 무력화되고 현장이 무너지면 언제든지 빼앗긴다. 노조를 죽이겠다고 칼을 빼들었고, 거기에 항거하며 자결을 한 열사가 발생했는데 뭘 망설이고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민주노조 사수를 최고의 투쟁 기조로 삼아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이 자포자기하며 노동조합운동은 스스로 망할 수 있다. 열사의 뜻을 받들어 타임오프 분쇄와 민주노조 사수투쟁으로 훼손된 단결력을 수습해야만 2011년 투쟁을 승리로 만들 수 있다. 박종길 열사의 명복을 빌며, 미약하지만 열사의 뜻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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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 박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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