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이진숙 본부장의 비밀회동 대화록이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군다. 대화의 핵심은 ‘MBC 지분 매각’이다. 쉽게 말하면 ‘MBC 민영화’다. 미디어를 둘러싼 소용돌이에 바진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이 흥미롭다.
2004년 1월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일대 쾌거를 이룩했다. <오마이뉴스>가 본격적으로 제기했던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 캠페인에 3만5천명의 네티즌이 참가해 약 7억원의 성금을 마련했다. 성금을 낸 이들 중에는 고 최능진의 아들 최필립, 최만립 형제가 포함돼 있었다.
두 사람은 성금을 기탁하며 윤경로 당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현 한성대 총장)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윤경로 위원장님! 어렵고 또한 훌륭한 일을 하시는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님께 경의와 성원을 보냅니다. 우리 형제도 적극 참가할 것이고 성금도 내겠습니다. 다시금 우리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그리고 민족적 사업의 필승을 기원합니다.” 이렇게 시민들은 보수신문의 탄압을 뚫고 자발적으로 기금 행렬에 동참했다.
최필립의 아버지 최능진은 해방 직후 경무부(경찰청) 수사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이승만과 경무부장 조병옥에게 친일경찰의 숙청을 요구하다 미운 털이 박혀 1951년 2월 11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독재자 이승만에게 아버지를 잃고 도망가듯 54년 미국으로 떠난 최필립은 한국에 돌아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내내 외교부 공무원으로, 샌프란시스코 영사로, 리비아 대사로 활약했다.
‘진실과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09년 9월 초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으로 사형당한 최능진이 “친일경찰을 청산하려다 빨갱이로 몰려 부당하게 총살됐다”고 결정했다. 한겨레신문은 2009년 9월 5일 아버지 누명을 벗은 셋째아들 최만립을 인터뷰했다.
이렇게 보면 최능진은 만고강산의 독립운동가요, 그의 아들들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민주화의 화신이다.
그러나 장남 최필립은 지금 시끄러운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이다. 지난 2월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최필립 이사장은 “내가 그만두면 곽노현 ‘형무소 동기’들이 정수장학회 장악”한다고 거칠게 발언했다. 독재의 희생자 최필립은 이렇게 망가졌다.
이진숙은 경북대를 나와 잠시 중학교 영어교사를 하다가 1986년 MBC 기자가 됐다.
걸프전이 벌어진 1991년 1월 17일 ‘불타는 바그다드에서 MBC 뉴스 이진숙 기자’는 많은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여기자가 전쟁 종군기자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이진숙은 1, 2차 이라크전쟁을 모두 전장에서 보냈다.
이진숙은 석달간 영국 연수 중 일기에 공영방송 BBC의 채널 4번을 칭송했다. “라디오 채널이지만 독립적 위치를 굳게 지키고, 깊고 넓음에 경외감까지 갖게 된다. 뉴스와 시사를 골간으로 구성해 BBC4만 들어면 그날의 뉴스와 배경까지 죄다 파악할 수 있다”고 썼다.
그랬던 이진숙이 20년이 지나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만나서는 “김재우 (현 MBC) 이사장도 민영화에 대해서는 대단히 필요성을 절감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의지를 밝힌 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세상에 어떤 민영방송이 그 나라 기간 공영방송이 된 사례가 있었던가. 없다.
이진숙은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 주식 30%(6천억원)을 팔아 그 “이자 수익에 대해 반값 등록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천명이 있었으니까, 대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를 골라야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대형 광장이나 대학을 정했는데 저희가 섭외를 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좀 괜찮게 보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정치적으로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요”라고도 말했다. 기자가 아니라, 정치홍보기획사 직원이나 마찬가지다.
치열했던 종군기자 이진숙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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