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 세월호참사와 유사한 관피아 탓

[기고] KT는 더 이상 노동자를 죽이지 말라

금전 만능주의와 도덕불감증이 각종 참사의 원인이다

민주노총은 5월 1일 서울역 광장에서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와 ‘분노’를 표출하는 자리였다. 서울을 비롯해 12개 광역시도에서 전국적으로 5만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자본과 권력의 탄압 속에 목숨을 잃은 노동자, 장애인, 빈민의 죽음을 ‘사회적 학살’이라고 목소리 높여 외쳤다. 여기엔 삼성반도체, 쌍용자동차에서 죽어간 노동자와 차별 속에 목숨을 잃은 장애인과 빈민, 최근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사망한 하청노동자, KT 노동자 투신, 전북 버스노동자 투신이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1,090명, 질병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839명이다. 산업재해자는 91,824명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한국에서 노동자는 매년 세월호 참사를 여섯 번씩 겪는다”고 말들 한다. 5월 3일 서울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에 책임을 촉구하는 촛불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백여 명의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으며, 2천여 명의 시민들도 대규모 도심 촛불집회를 벌였다. 청년과 시민들의 도심 침묵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50여 곳까지 촛불집회가 확산됐다. 비탄과 분노를 더해 책임자 처벌과 진실규명,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출처: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는 무능한 정부와 무책임한 해운사, 직업윤리를 저버린 선장, 그리고 이들의 비리를 눈감아주며 비정상적인 관행을 일삼은 부패한 관료가 합세하여 일으킨 사고로 밝혀졌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1차적 원인은 승객 구조를 외면한 선장과 선원, 그리고 '돈'에 눈이 먼 해운사의 무책임에 있다. 해운사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계약직 선원을 채용하여 직업의식과 책임감이 소홀해 진 것이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승무원은 총 33명으로, 그 중 19명은 비정규직이다. 선장은 대체인력으로 투입되는 1년짜리 계약직이었으며, 최근 정규직으로 고용됐던 1등 항해사가 세월호를 지휘했던 핵심인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배의 총 책임자인 선장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놓고, 정규직 1등 항해사에게 총 지휘 권한을 맡긴 것이다. 또한 선박 도입과 개조에서부터 안전 점검, 운항 허가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관리, 감독을 게을리 한 관료조직에 근본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선박 안전운행에 필수적인 평형수 대신 수백톤의 화물이 더 실렸는데도 해운조합은 세월호를 출항시켰다. 해운업계의 이런 잘못된 관행은 결국 정부가 유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KT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강행하여 강압에 못이겨 직원의 투신 사건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KT는 국내 10위권의 대기업 중 직원 자살률이 가장 높은 회사로 2006년부터 2013년 11월까지 확인된 것만 총 245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황창규 회장이 KT의 이런 슬픈 과거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임한 지 두 달여 만에 대규모 명퇴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명퇴자의 평균 나이는 51세, 40대는 31%,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그만 두었으니 재취업이 쉽지 않은 나이다. 그들과 가족에게는 미래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졌는데 앞으로 어떻게 여생을 설계해 나갈 지 당사자는 엄청난 고민을 했을 것이다. 통계예측상 명퇴자 중 일부는 장차 실패할 것이며, 불행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KT가 인건비 절감을 내세워 직원을 대거 내보내고, 계열사에 업무를 대폭 이관하여 계약직 수준의 낮은 인건비로 운영한다면 고객클레임은 늘어날 것이고, 기업이미지는 추락할 것은 자명하다. 고객만족은 내부고객 만족에 있는데 사기가 꺾인 직원이 어찌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면서 고객만족을 도모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은 급성장속에 오랜 세월 외쳐왔던 ‘빨리빨리’ 문화, 목표 지상주의 시스템은 어느새 배금주의와 성과지상주의로 젖어들었다. 정직과 성실, 근면의 윤리는 사라지고 혈연, 지연, 학연 등의 파벌을 조성하고 '같은 조직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끌어주고 밀어준다'는 '끼리끼리 문화'를 통해 특권의식이 독버섯처럼 나타났다. 이런 그릇된 인식이 관료사회 뿐만 아니라 재계에도 퍼져 버렸다. 출범 3개월된 KT 황창규호의 경영이 세월호와 닮았다고 한다. 명퇴압박에 못이겨 KT직원이 자살하고, 삼성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여 조직을 장악, 삼성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관피아들의 '패거리 문화'와 현재 황 회장이 영입한 삼성맨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가 금전 만능주의와 도덕불감증에 빠져 상식과 원칙을 망각하고 결국 계속하여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노동인권 신장만이 노동자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노동인권은 척박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년도 발표에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5위인데, 노동시장 효율성(78위), 노사협력(132위), 해고비용(120위) 등 노동부문은 모두 최하위권이다. 이를 반영하듯 법과 제도는 있어도 현실은 유명무실하다. KT 직원의 투신 사건에 대해 KT노조는 과거 수많은 사망사건에 대해 언급이 없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으며, KT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조합원 약 80만명)은 이를 방관했고, 민주노총(조합원 약 60만명)도 이런 어용노조의 배신행위에 대해 아무 논평이 없었다. 조합원이 땀과 눈물을 흘려 번 돈으로 운영되는 노동단체들이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거늘, 왜 수수방관하는지 유감이다. 노동인권 신장과 사회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권익보호를 위해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노사분규 사업장의 문제해결을 위해 얼마나 나섰는가. 지금 이 순간 삶의 고통속에 시달리고 있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며,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는 노동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상급 노동단체들은 노동운동의 초심을 돌이키며 깊이 반성하고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귀족’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동인권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와 언론, 정치권, 법조계는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소극적 입장이며, 신자유주의적 기조로 친기업적이다. 노동현장을 보면 헌법을 비롯, 노동관계 법규는 갖췄지만 노동자의 권익보호는 찾기 힘들다.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 일부 사건에 국한해서 노동자의 입장을 존중하나, 근로조건 개선, 후생복지, 임금인상 등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구제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리고 영리추구에 혈안인 기업들은 친기업 어용노조를 형식적으로 만들어 사용자에게 유리한 단체협약으로 근로조건을 열악케 하고 있으며, 친노동 노조에 대하여는 이를 무력화하기 위하여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이런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토록 근로감독을 요구하여도 감독결과는 기업봐주기로 문제없다는 식이다. 삼성의 무노조경영도 이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중립기관이라 할 수 있는 노동위원회의 판정도 마찬가지이다. 근로계약과 어긋난 사용자의 일방적인 원거리 발령, 보직변경 등 위장 정리해고를 위한 부당인사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경영상 고유권한이라 하여 사용자의 손을 대부분 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아 구제신청하면 현실적인 제약으로 신속하게 구제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위원회의 사건처리 기간은 총 180일 (지방, 중앙 각 90일)로 노동자는 이를 기다려야만 한다. 부도덕한 기업은 판정에 지더라도 고의로 이를 불복하고, 회사돈으로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물면서 소송을 강행한다. 이는 곧, 회사에 노동자가 바른 소리하는 꼴을 못보고 회사에 함부로 맞서면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하라고 겁박하는 것이다. 부도덕한 기업에서 노조설립을 시도한 노동자들은 회사의 협박에 시달리거나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해고당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부당해고를 이유로 노동자가 구제신청 및 소송을 제기하여도 강자인 사용자는 대법원 판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시나리오로 약자인 노동자가 4~5년 오랜기간 정신적, 경제적으로 견디기 어렵게 악용한다. 복수노조 제도가 생긴 이후에는 기존 친기업 노조가 2년 동안 교섭권을 독점하는 개정노동법 조항을 악용하기 때문에, 민주적 노조가 설립되어도 교섭권과 쟁의권을 가질 수 없는 식물노조와 다름없으며, 이에 대해 민주적 노조가 설립되어 고용노동부에 이의를 제기하여도 사안을 실체적이 아닌 형식적 판단에 그쳐 교섭권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노사분규 사업장에 대해 해당 노조가 과연 노동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는지 실태를 조사하고, 체결된 단체협약이 정당한지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 실시결과 보고가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다. 201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KT계열사인 (주)Ktis와 (주)Ktcs 100번 콜센터의 노동환경과 근로기준법 등 법 위반사항, 명예퇴직으로 위장된 정리해고 문제 등이 강도 높게 지적되어, 당시 이채필 장관은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노동부는 “개별사업장의 근로감독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5호에 따라 ‘공정한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이 드는 항목에 대해서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면서 비공개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근로감독 결과는 비공개 처리되었으나, 언론과 국회에서 KT의 노동인권 문제가 계속 언급되고, 고소고발이 잇따라 접수되면서 전국 150개 지사로 특별관리 감독을 확대 실시한다는 결정을 노동부가 내렸으나, 이 또한 비공개로 끝났으며, 검찰도 무혐의로 결정하였기 때문에 KT의 노동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사망자(돌연사, 자살 등)는 계속 발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의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 검찰에 고소, 고발을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사법처리가 타당한데도 검찰은 늘 불기소처분을 해버렸다. KT의 반인권적 노무관리에 대해 여러 차례 국정감사와 수많은 기자회견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정된 게 전무하다. 정치권은 문제제기는 있으나 성과없는 용두사미식이다. 메이저급 언론사 대부분이 노동인권에 대한 보도는 소극적, 사후적 보도에 치우쳐 있으며, 법원은 강행법규를 위반한 KT의 위법행위에 대해 피고 손을 들어 주니 계열사인 Ktis마저도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하고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냈으며, 또한 행정소송에서 패소당했는데도 해당 노동자를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노동계, 관피아적 관행에서 벗어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친기업정책에 힘입어 기업의 경영기조는 공동체의식, 애사심 등 무형적 가치의 기업문화가 후퇴하고, 기술개발, 이윤추구 등의 외형적 가치가 강조되면서 노동자를 단지 노동력을 제공하는 존재로 여겨 대체로 이에 맞서는 노조를 부정하고, 노조활동에 대해서도 적대적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직장인 10명중 8명은 학연, 지연 등 파벌스트레스를 받으며, 64%는 이로 인한 소외감이나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세계일보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고주의에 대한 인식도' 설문조사에서 청년 10명 중 9명이 "우리 사회는 학연, 지연, 혈연 인맥에 좌우되고 있으며,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노동현실과 각종 지표들은 노동계도 정경유착과 ‘끼리끼리’ 문화, 즉 관피아 관행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부도덕한 기업은 관피아식 관행에 젖어 노동현장의 취약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노동자의 생존권마저 유린하기 때문에 노사분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그들의 처지를 시민 사회단체와 언론, 그리고 정치권에 호소하고 집단행동을 불사하고자 한다. 노사분규는 국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어용노조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엄중 처벌한다고 밝히고, 대통령은 상생, 동반성장, 공생발전을 누차 강조하였다. 여야 정치권도 비정규직 처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정의로운 복지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고용정책을 혁신해 ‘사람중심 경제’로 바꿔야 한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겠다고 했다. 헌법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용자가 헌법 및 노동관계법을 성실하게 준수하여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하고, 노사분규가 원만히 타결되도록 적극적으로 조정 역할을 하여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세월호 참사,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은 정부가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상식과 원칙을 저버려 발생한 것이다.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선 노동자나 소비자 개인들의 희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 그러나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지금은 국민 희생을 통한 기업보호의 필요성이 설득력을 잃었다. 기업도 미래 성장동력 제공자로서의 창조적 개인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할 때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세월호참사를 통해 이제는 노동계도 자성하고 관피아적 관행에 하루빨리 탈피하여 노동인권이 보장되도록 힘써야 한다. 법과 원칙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고 있는 국민의 분노가 커져 있다. 선진화시대에 걸맞게 우리의 노동현장도 달라져야 한다. 가진자의 횡포로 사회적 약자가 불이익을 받고 사회양극화가 커지는 것을 사전 예방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정부의 강한 실천의지에 달려있다. 지금 당장 생존권을 침해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구제하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생존권이 최소한 보장되어야 한다. 법과 원칙이 지켜질 때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은 해소될 것이며, 대한민국은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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