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비용은 사용자가 책임져야

[기획연재] 비정규직 사회헌장(16) 케이블방송 업계 페널티의 진실

[편집자주]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이하 비없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가 무시되고, 기업의 이윤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에 문제제기하기 위해,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법적인 권리를 뛰어넘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는 길에 함께하기 위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사회헌장’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참세상과 함께 사회헌장의 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그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합니다.

“15조. 고의가 아닌 모든 손실비용은 사용자가 책임져야 한다. 과적벌금, 손해비용을 노동자들에게 함부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대납제도도 없어져야 한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책임과 손실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학습지 교사 중 한분은 아이들이 대금을 못낸 것에 대해 교사가 대납을 하라는 독촉에 못이겨 1,500만원의 빚을 지고 그 고통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삼성선자서비스나 케이블방송업계에서는 고객들이 잃어버린 비품을 노동자 임금에서 제해버리기도 했습니다.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이들이 과적에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과적단속으로 인한 벌금은 노동자들만 물었습니다.

이처럼 손실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기업들의 관행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해고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들은 기업의 이런 부당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너무나 열심히 일해도 이런저런 비용을 제하고 심지어 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는 날도 생기는 것입니다. 고의가 아닌 모든 손실비용은 사용자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사례1.
케이블방송 작업 할당 중에 관외 이전(타 지역으로 이사) 작업이 들어왔다. 3시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다른 작업들을 처리하고 3시쯤 고객 댁으로 방문을 하였다. 앗! 그런데 고객은 이미 이사를 가고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 주소를 알려주고 셋탑박스, 모뎀을 택배로 보내줄 것을 안내했다. 일을 하다보면 한 가입자만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 가입자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월급 날 급여에서 170,000원이 차감되어 지급이 되었다. 무슨 일인가 하여 경리 업무를 하는 여직원에게 차감 내역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헉! 지난달 관외 이전을 한 고객이 셋탑박스와 모뎀을 반납하지 않은 것이었다. 윽! 가입자가 반납하지 않은 장비를 작업할당 받은 작업자에게 ‘장비분실금’이라는 항목으로 차감을 한 것이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장비 반납을 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똑같은 항목으로 ‘장비분실금’이라고 위약금을 청구한 것이다.

사례2.
결합상품 설치 요구가 들어왔다. 설치를 하게 되면 본사에서 나오는 설치비의 80%를 받게된다. 물론 20%는 회사에서 가져간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맹점이 있다. 이번 달 설치비에 대해서 다음 달 지급을 받는데 정산에서 결합상품 설치비가 빠져 계산된 것이다. 이유는 이러하다. 결합상품을 설치받은 가입자가 며칠 후 변심해서 해약을 한 것이다. 분명 설치를 했으면 설치비를 받는 것이 당연한데 가입자가 해약을 했다는 이유로 설치비를 안준다는 것이다. 헐~ 그럼 내가 설치한 설치비는 누구에게 받냐고요.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사례3.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결합상품을 신청하고 싶은데 설치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설치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바로 달려간다. 신규 결합상품 영업을 하면 최고 170,000원 정도의 영업비를 받을 수 있으니 열 일 제쳐두고 달려가 설치를 해 드렸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영업비 차감으로 204,000원이 빠져서 월급이 나왔다. 5개월 전 신규 결합상품 가입자가 타 통신으로 옮겨가면서 나에게 신청한 상품을 해약한 것이다. 영업비 170,000원 차감되는 것도 억울한데 204,000원이라니. 그것도 5개월 전 일을.... 회사에서 영업비를 줄 때는 80%를 지급한다. 노동자에게 영업비 지급할 땐 80% 주면서 환수할 때는 100%를 적용해 환수해 가는 것이다.

사례4.
회사 일 하면서 회사차를 운행하면 회사에서 주유비, 주차비, 통신비 제공은 당연한 것이다. 회사에서 지정한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게 되면 누가 얼마의 주유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회사에서 정한 주유비 200,000원을 초과해 290,000원을 주유하게 되면 주유비 초과라는 명목으로 임금에서 90,000원을 차감해서 지급한다. 통신비 또한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PDA를 사용하여 업무를 진행하는데 통신비 상한선을 70,000원으로 정해 놓고 이 금액이 넘으면 임금에서 초과분을 차감하고 지급한다. 회사 일을 하면서 내 돈으로 기름 넣고 통신비 내고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 지금도 케이블 업계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이다.

많은 분들이 이런 사례를 보면서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티브로드 지부는 뭉쳤고 투쟁을 했다. 그래서 노조가 있는 업체에서는 이런 관행을 99% 없앨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변화시키는 길은 노조로 뭉쳐 투쟁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이제 새롭게 현장을 다시 변화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나서고 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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