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자들이 있으면 자유롭게 말하기 어렵다

"뭔가 들으면 안 되는 말들을 하나" 새벽까지 이어진 언쟁
새벽 4시 20분 경 비정규 3인 참관으로 17차 투본회의 정식 개회

투본회의의 논의와 관련해 2층 민주노총 임원실과 1층 회의실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벽 1시경 민주노총 상근 활동가 몇몇이 내려와 중재에 나섰다.

그들은 "투본 회의를 해야 내일 지침이 나갈 수 있다. 지침이 없을 때 당황할 조합원들을 생각해 봤느냐"라며 회의실에서 나가 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참관자들은 "사실과 다른 과대 결과나 지침을 받느니 아예 지침을 안 받는 편이 낫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듣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 뭐가 두려워 회의 공개를 못하는 거냐"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소심하게 두려워 하지 말고 회의를 공개하라

다른 민주노총의 상근간부는 "민주노총 규약상 공개와 비공개 회의가 다 가능하고 위원장이 판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번 투본회의는 위원장님이 '비공개'를 결정한 거다. 그러니 따라 줬으면 좋겠다"라고 회의실을 비워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참관자들은 "어려울수록 머리도, 가슴도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유보가 승리라 판단할 수 있지만 많은 난관들이 남아있고, 폐지가 되지 않는 이상 비정규개악법안의 지뢰는 계속 있는 거다. 도대체 왜 같이 논의 해서 잘 해결하자는 제안을 일방적인 '참관 거부'로 거절하는 거냐"라며 '회의실을 비워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결국 오고가는 언쟁 속에 1시 17분 경 총연맹 상근활동가들은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미 참관자들은 15명의 최소인원만은 남긴 채 나머지 참관대오는 1층 로비와 층계등에서 대기하고 있던 상황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단 한 명의 참관도 안 된다'라고 강수를 둬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상근활동가들의 대화 중 곳곳에서는 "공개 비공개를 어떠한 기준 없이 2층 회의실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나가라'라고 결정을 하다니. 민주노총 임원들이 상층중심의 관료적인 거 아니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참관을 보장해 달라. 조합원에게 숨겨 논의할 내용이 무엇인가"라고 재차 질문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노동자는 "지금 우리가 순순히 회의 참관을 못하고 물러선다면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민감한 회의 때마다 규약을 내걸고 회의 참관조차 막아버릴 여지를 남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쉽게 순순히 빠질 수는 없다"라고 발언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비정규연대회의 12월 2일 무기한 총파업 제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새벽으로 넘어가면서 참관을 시도한 대오도 지치고 임원들도 지쳐 갔다. 회의실과 복도 곳곳에는 쓰러져 휴식을 취하는 조합원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는 동안 투본회의를 위한 의견 조율이 이어졌다. 비정규연대회가 새벽 회의를 마치고 1층 회의실로 돌아왔고,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위원장이 "비정규연대회는 공식 내부 논의를 통해 '12월 2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을 민주노총에 문서로 제안할 것(이유는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연대회의 위원장들도 투본회의 참관이 불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문서로 전달하기로 한 것임)을 결정하고 대표단이 문서로 민주노총 임원들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새벽까지 참관자들의 '회의실과 1층' 로비투쟁은 계속됐다. 4시 10분경 민주노총으로부터 "비정규노조 대표자 3인의 참관을 전제로 한 투본회의 개회"와 관련한 제안이 왔고, 참관인들은 회의를 통해 '제안 수용'을 결정했다. 회의 참관자는 권수정 아산 현대자동차사내하청노조 직무대행,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위원장, 임미령 평등노조 위원장 등 3인이었다.

29일 저녁 7시에 진행하기로 한 민주노총 투본회의는 다음날 새벽인 30일 새벽 4시 20분 경 정족수 확인을 시작으로 공식 개회됐다. 54명 전체 투본 구성원 중 32명 참석으로 17차 투본회의가 정식으로 시작됐다.

가장 핵심적 쟁점은 12월 2일 파업전술인가, 하루 대규모 집회인가에 대한 판단 하나와 크레인 고공투쟁을 벌이고 있는 4인의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민주노총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문제였다. 결국 이 쟁점은 29일 승리적인 2월 투쟁을 예고한 이수호 위원장의 장미빛 전망과는 배치되는 전술이기 때문에 투본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날 것인가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회의실 출입문은 회의실 안쪽에서 잠궈 이례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회의실에 들어가지 못한 신승철 부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투본회의 참가자들이 열린 문을 찾아다니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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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 전노투 , 참관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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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활동가

    민주노총 지도부의 한심한 작태를 밤새 지켜본 활동가 입니다. 애초 지도부에서는 참관인 때문에 회의를 못하겠다고 했으나, 새벽 4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투본대표자회의가 성원이 되었는지도 불확실했었고, 2일간의 강행된 일정으로 많은 대표자동지들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피곤함을 호소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임원과 연맹대표자들끼리는 임원실에서 밤새 무슨 내용인지 모를 토론을 하고 있었으며, 그러나 그들은 누가 보아도 이수호 위원장이 결의대회 장에서 최종발언했던 내용을 수정할 의사도, 번복할 의사도 없었습니다.그러니까 무작정 버티기로 일관한 것입니다. 새벽 3:30 경 농성단은 토론을 거쳐 민주노총 지도부의 어처구니 없는 관료주의적 태도에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래도 참관 인원을 최소화해서라도 회의를 진행케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고 이러한 양보는 3번째 였습니다. 그것도 비정규노조연대회의 동지들이 일찍이 지도부에 요청했었으나, 거절당했던 부분이었지만 다시 한번 대표자 3인의 동지를 2층 상황실로 보내 요구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개악안 철회를 전제로한 흔들림없는 총파업투쟁과 타워크레인 동지들을 온전하게 내려올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농성을 하던 동지들은 이러한 제안을 넣고도 3~40분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4시가 넘어 회의가 열렸고 결과는 역시나 였습니다.

  • 나도

    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떤 동지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가서 이틀을 방청, 참관투쟁을 했다는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투본회의 참관은 왜 막는 것이냐는 것이죠.
    그러나 지도부는 일관되게 이야기하더군요. 규약에 근거 그렇게 할수 있고, 위원장의 판단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요.

  • 지나가다

    음 이런 일이 있었군요... 할말이 없기도 한데 민주노총이 2일날 4시에 집회한다고 하는데 그날 집회는 크레인 동지들 맞이하는 집회인가요?? 보니 민형사상 책임지겠다는 말도 없던데..민주노총에 밑보이면 이렇게 버림받는다는 것을 철저히 보여주겠다는 건가..참..

  • 구수영

    비정규연대회의의 입장은 알지만 문제를 꼭 그런 방향으로 만 해야 하는가? 자기들이 주장하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민주노총이 아니라는 주장 이게 말이되는가?

    참세상도 그런식 사업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참세상은 모두의 참세상인 것이지 특정정파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된다.

  • 없어

    너희들이 하는 짖거리가 진짜 민주노조를 지향하는 자들의 활동인지 의심이 간다. 너희는 너희뿐이다. 너희가 민주노총의 모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야. 점거하고, 회의 방해하고, 회의장소에 너희들이 모두 점거하고 중집위원들에게 회의하라고, 언제부터 민주노총이 그런식의 회의를 했는냐, 그것은 전노투의 사업방식이지 민주노총의 사업방식이 아니라는 사실들을 알아라, 한심하다.

  • 4, 5님께

    정파가 어떻고, 전노투가 어떻고, 사업방식이 어떻고, 그런 것이 아니니 않습니까? 위의 기사에도 그런 입장에서 작성된 것도 아니고요.

    중요한 것은 지금 고공크레인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문제, 비정규문제, 전체 노동자의 문제에 있어서 민주노총이 민주노조운동의 선도적 역할을 해야한다는 점일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번 투본회의의 과정도 결과도 석연치 않다는 점일 거라 생각합니다. 비판은 비판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지 않습니까?

  • 진보

    [제안]비정규직 동지들의 고공농성 투쟁을 사수하자

    29일 민주노총 투본회의로 총집결하여, ‘개악안 폐기를 목표로 한 무기한 총파업 선언’ 관철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자. 2004-11-27

    (생략)

    우선 당장 비정규 동지들의 고공농성 투쟁을 사수하자. 그리고 29일 민주노총 투본회의에서 개악안 완전 폐기를 위한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도록 민주노총 항의농성 투쟁에 들어가자. 개악안이 완전폐기 될 때까지 살아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비정규 동지들의 처절한 결의를 즉각적인 투쟁으로 화답하지 못한다면 이젠 우리가 이 동지들을 죽이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동지들! 개악안이 완전폐기 되기 전에는 결코 살아서 내려오지 않을 이 동지들이 50미터 상공 크레인에서 그냥 죽어가게 놓아 둘 것인가. 고공농성 동지들이 되살려준 불씨를 지펴서 총파업 전선을 다시 타오르게 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도 없다. 법안 유보로 총파업을 정리하려는 민주노총의 기도를 허용한 채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를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입으로 하는 총파업 투쟁 필요 없다! 이 시점, 우리들의 자기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동지들! 이 점 각인하고 각 단사별로 단체별로 민주노총 항의단을 조직하여 월차 내서라도 29일 투본회의로 총집결하자! 그래서 무기한 총파업 선언 할 때까지 우리도 살아서 나가지 않는다는 각오로 결연히 29일 투쟁을 전개하자! 동지들, 투쟁!

    ('현장노동자' 중)

  • 퍼옴

    1. 비정규직 투사들의 고공 농성이 전하고 있는 것(불꽃 17호 중에서) 따옴 12/01 17:40

    비정규직 투사들의 고공 농성이 전하고 있는 것

    비정규직 투사들의 국회 안 타워크레인 고공 농성 투쟁은 단 하나의 투쟁으로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들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느니 살아서는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것은 자본가들의 비정규직 고용을 양산하는 체제가 노동자들에게 궁핍과 죽음을 낳고 있으며, 97년 정리해고제, 파견 근로제에 이은 자본가의 2차 대공세라 할 파견근로에 관한 법률 개정이 이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메시지이다.
    비정규직 투사들은 이렇게 자본가의 유연화 공세가 지닌 노동-자본의 적대적 성격을 명확한 방식으로 폭로하였다. 그리고 노동유연화 공격이 자본가들을 살리기 위해서 필연이라면 노동자가 살기 위해서는 투쟁 또한 필연이라는 걸 웅변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비참한 처지로, 밑바닥으로 떨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제 가장 높은 곳에서, 절반의 비정규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이 체제를 떠받드는 국회를 보라. 이 나라의 모든 자본가정당들, 당파들이 서로 입씨름을 하고, 데마고기를 퍼뜨리고 잘난 “개혁” 경쟁을 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흔들림 없는 “공조”를 하여 노동자들을 겨누었다. 이 자본가들의 공고한 아성을 보아라, 우리가 여기에 감히 도전하였다. 어떤 “개혁적인”, “진보적인” 의원들이 아니라 노동자 투사들의 행동으로!
    그리고 이것은 시작이지 끝이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이제 지상에서 대중적 반란으로 답하라고 선언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은 아직은 약하고 여리었다. 다름 아닌 자본가들의 분열 공세에 밀려 정규직 노동자들은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저앉을 순 없었다. 지상에서의 대중적 행동과 파업의 불꽃이 되기 위해 고공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그리고 높이 솟았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이제 반드시 지상에서의 정면 대결을 회피해선 안 된다. 따라서 이는 대공장과 민주노총, 산별노조의 관료들과 침체에 빠진 현장 투사들이 아니라 비정규직 투사들이 행동과 투쟁의 중심부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자기 결단과 각오로써 불꽃이 되었다. 당신들은 그렇다면 무엇을 내던질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고공 농성 중인 비정규직 투사들은 노동자들이 자본가 정부의 “대타협” 전략에 휘말려드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도 말한다. 그것은 비수를 잠시 감춘 기만책일 따름이며, 오직 노동자들에게 양보와 후퇴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거듭 폭로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지도부는 앞서서 이 전략을 수용하여 지상에서의 반란을 멈추어 버렸다. 그들은 {불꽃}이 지난 호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자마자 “대타협”을 향해 걸어갔다. 그럼으로써 노동조합주의 관료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이 빌어먹을 체제의 기둥이며 자본가의 공격으로부터 노동자계급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라는 입증하였다.
    그래서 비정규직 투사들은 노동자동지들이 이에 맞서 자주적 투쟁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러한 배반과 기만적인 지도력은 당연히 쇄신되어야만 한다고 강력히 전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야만 하며 그리하여 고공에서 칼바람을 맞는 투사들을 지상의 투쟁 동지로 불러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지도력이 필요하다!
    2.파국을 막기 위한 집중교섭제안
    절박한 민중생존권을 해결하기 위한 총파업투쟁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정부당국은 아직도 사태해결의 의지도 노력도 없습니다. 우리는 다가오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 파업돌입 전까지 집중적인 교섭을 제안합니다.”(민주노총, <대정부 긴급제안 기자회견문> 중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22일 “대정부 긴급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집중교섭을 제안했다. 이 날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양대 노총 위원장과 만나 ‘비정규직 관련 법’ 입법 처리를 뒤로 미룰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지도부는 파업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다고 답하였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늘 말해왔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회 상임위가 개악법안을 다룰지 여부가 아니라 법안이 폐기되지 않는 한 우리의 투쟁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법안심의 일정과 무관하게 '2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돌입'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그렇지만 이 대정부 교섭 제안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비정규직 보호 입법이라는 이름의 개악 안] 법안의 폐기를 위해 지속적으로, 끝까지 싸우지 않고 발을 뺄 위험을 다시 경고해주고 있다.

    우리 민주노조 운동은 지금 “파국”과 “사회적 혼란”을 두려워 할 시기가 아니다. 도대체 민주노총 지도부가 말하는 파국은 무엇일까? 그들의 말을 조금 만 뜯어보면 “파국=총파업”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자신들이 선포한 계획대로 총파업이 일어나고, 현장에서 생산이 중지되고 물류 유통망이 멈춰 서고, 거리에선 노동자와 시민의 시위와 저항이 빈발하는 것, 그것이 그들에겐 “파국”이자 “혼란”이다. 이는 민주노총의 보수적이고 개량적인 지도부들이 한 손에 몇 십 만표의 지지표를 손에 거머쥐고 “총파업” 명령을 늘 반복하지만, 실제의 대중 행동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는 소심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대중 행동이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의 심대한 계급 분열과 적대로 나아가 체제에 대한 반역(이 또한 그들에겐 엄청난 “파국”이자 “혼란”이다.)으로 나아가기 전에 “조절”, “통제”하려는 관료적 심성을 너무나 명쾌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비정규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수 년 동안 억눌려 있던 노동자 대중의 분노가 커져가고 있고 행동에 대한 열망이 자라나고 있다는 걸 그들은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대중에게는 늘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총파업 일정을 뒤로 못 박고, 그 열망이 분출하는 것을 잠시 “조절”한 다음에 자본가들에게는 “파국”이 다가올지 모르니 “대화”와 “교섭”을 하자고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 “집중교섭”은 최근의 국면에서 일시적으로 제안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넓혀 들여다보면 자본주의 체제 전 시기에 걸쳐 그들이 체결하려는 “사회적 대화”와 코포라티즘 전략이 시야에 잡힌다. 이것이 바로 “대화와 타협의 원칙”이다. 이 전략은 문건과 담론 수준에서 떠돌거나 피상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힘을 갖추고, 우리 운동에 작용을 가하는 실체이다. 우리 노동자 동지들이 이러한 전략-덫에 걸려서 대중행동을 멈추는 순간 당연히 그들이 두려워하는 “파국”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지금의 자본가들의 대공세는 노동자의 진지를 남김없이 박살내 버릴 것이다. 노동자계급은 더욱 처참한 임금노예의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노동자 동지들에게 민주노총의 관료들, 리더들이 말하는 “파국”과 “혼란”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노동자계급 대중이 유연화의 족쇄를 풀고, 비정규직 노동의 처참한 처지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저지하며,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필사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그것이 거대한 물결이 되어 자본가들과 그 정부를 엄습하는 것, 이것은 노동자 자신에게는 최근의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해결책이다.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 세례에 흔들려 포로가 되어 버린 이들, 노동자의 자주적 투쟁, 대중행동이 자라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들에게는 “파국”이자 “혼란”인 것들이, 현장의 밑바닥에서부터 자본가의 공세를 온 몸으로 뚫고 전진하려는 우리에게는 노동해방을 향한 투쟁 전략의 첫걸음이다. 그들은 적당한 시점에 멈추고 자본가들에게 두 손 들고 대화를 염원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우리 노동자동지들은 “중단이 없는 투쟁”, “질긴 자가 승리한다.”며 자본가들이 뒷걸음질치고 나아가 그들이 백기를 들 때까지 끝까지 밀고 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살 수 있고, 또 임금노예의 숙명을 깨버릴 수 있다. 사실이 정녕 그렇다면 답은 무엇인가. 자본가들과 우리의 소심한 지도부가 두려워하는 그것, “파국을, 대중행동을 조직하라”, 이것이 우리의 슬로건이어야 한다.
    노동조합 꼭대기-관료의 그들에는 “파국”이자 “사회적 혼란”이며 조절되지 않으면 안 될 대중행동, 연대와 단결--이 강력한 무기는 노동조합의 평민들인 노동자 동지들에게는 자본가의 공세와 탄압을 “저지”하고, 생존권과 싸울 권리를 거머쥐고 해방을 향해 전진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무기이다. 그러므로 우리 평조합원들은 진짜 헌신적인 지도적 동지가 투쟁을 이끌기를 열망하며, 우유부단하거나 소심한 이들, 배신자들에게는 민주주의 철의 원칙을 적용하여 한 방 먹여 왔다.

    지금 비정규직 투사들과 현장의 선진노동자 동지들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파국”을 예방하기 위해 대화와 “집중 교섭”으로 나아가는 것을 뛰어 넘고, 자본가와 그 정당들을 향해 중단이 없는 반격을 조직해야만 한다. 지금은 우리의 이러한 주장이 강력한 호소력을 갖고 현장에서부터의 반란이 “들불”처럼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 년 동안 자본가들의 공세에 길들여지고, 노동자 동지들 사이에서도 상호 경쟁과 분열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른바 선진노동자 동지들은 반란을 위한 투쟁 무기로 “전투파 현장조직” 운동을 시도했지만 이 또한 약간 왼쪽에 선 조합주의로 기울어져 거의 파산해버렸다. 매우 상황은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지금 자본가의 공세를 반드시 저지해야만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이념 공세도, 보수적 리더들의 타협과 배신의 물결도 단호히 거슬러 가야만 한다는 자각을 확고히 해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보수적이며 소심한 주류 다수파가 지닌 민주노조 운동의 주도권을 허물고 새롭고 혁명적인 지도력(리더십)을 만들어내기 위한 활동에 나서야만 한다. 바로 현장의 저변에서부터 대중행동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가로막는 보수적 리더, 관료들에 대한 반란을 조직하고 당면의 행동을 노동자해방 투쟁 전략과 연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노동해방주의자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 길을 향해 흔들리지 말고 전진하자.(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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