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의 쟁점인 농업 협상 분과에서도 별도의 고위급 회담이 개최된다. 8차 협상을 코앞에 두고 진행되는 이번 협상은, 사실상 협상 마무리를 위한 과정인 셈이다.
양국 정부는 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FTA 농업분야 고위급 협상을, 6일에는 ‘한미FTA 타결의 전제 조건’으로 급부상한 한미 간 2차 쇠고기 검역 실무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고위급 협상에 나서는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과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농업협상 대표는 쌀 등 그동안 한미FTA 협상에서 이견이 있었던 핵심 농산물의 양허(개방) 방향에 대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 협상단이 예외로 분류한 기타 품목들에 대한 집중 논의가 진행될 것과 '쇠고기 뼛조각'을 포함해 검역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고위급 협상은 오는 8일, 서울에서 진행될 8차 협상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농업분야.. 일방적 양보도 불가피하다
다른 분과와 마찬가지로 농업분과 협상도 ‘일방적 양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회담에 나서는 리처드 크라우더 대표는 미국 농무성 차관 출신으로, WTO DDA(도하개발아젠다) 농업 협상 등 농업과 관련된 미국의 대외 협상에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리처드 크라우더 대표는 이전 DDA 협상에서 농산물 SG(세이프가드) 발동요건의 엄격화 등을 주창해 왔다. 여러 전례를 고려할 때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 민감한 농산물 보호를 위한 장치들이 오히려 약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미FTA 협상의 주도권은 이미 미국 협상단에게 넘어간 상태. 정황을 고려할 때 '기타'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진 쌀·쇠고기·낙농품·감귤류·사과 등 양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미국의 수출 농산물들에 대해 쉽게 양보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하고.. '쌀만은 지켰다' 생색낼까
한국일보는 5일자 보도를 통해 '지난 달 26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통상장관 회담에서 쌀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양측이 개방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통상장관 회담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상당히 좁혀 졌음’은 이미 국내외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
그간 정부가 “쌀 만은 지키겠다”는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며 여론화 해 온 과정을 고려할 때, '뼛조각'을 포함한 쇠고기 수입의 검역 완화와 농업분과 협상을 교환해, ‘쌀은 지켜냈다’는 성과를 대대적으로 남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미 지난 7차 협상 이후 한국 정부는 농업 부문 민감품목을 235개에서 100여개로 축소하고, 쌀에 관련된 일부 품목(HS 10단위 총 18개 품목 중 8개)의 수입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가 된 바 있다. 또한 쌀은 지난 2004년 한미 간 쌀 협상을 통해 2014년까지 관세화유예를 합의한 바 있다.
말 그대로 한미FTA 협상 막바지에서, 협상의 '성과'로 포장 할 물밑 작업들이 고위급회담과 함께 진행 중인 셈이다.
범국본, 한미FTA 협상 중단 거듭 촉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 쇠고기로 국민을 죽이는 협상, 한-미 FTA 협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농민들은 농업과 식량은 협상을 통해 가격을 매기고 흥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을 수차례 전달해 왔음“을 강조하며, “정부가 고위급회담을 통해 얻을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역설했다.
덧붙여 "이번 회담을 통해 민감 품목의 처리 문제, 품목별 쿼터 조정 등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농업분야의 막대한 희생을 반복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고위급 회담 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한미FTA 협상을 “미국 정부의 치밀한 전략 전술에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고 있는 최악의 결과”라고 평가하며 “각종 고위급 협상과 양국 정상간 협의를 통해 ‘묻지마 타결’ 방식으로 한-미FTA 체결을 기어코 강행한다면, 강도 높은 범국민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한편, 오늘(5일) 오후 1시에는 한우협회 등 농대위 소속 농민들 천여 명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항의 집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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