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수혈인가 갈등 무마책인가.. 협상단 또 교체

2차례 협상에 총 6개 부문 8명 교체

다시 협상단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3차 협상을 앞둔 지금 국정브리핑은 각 협상 대표자들이 줄줄이 바뀌었다. 협상단의 잦은 교체도 문제거니와 이들의 교체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단 2차례 협상에 자동차 작업반장, 섬유분과장, 무역구제 분과장(2인 교체), 기술표준분과장, 통신분과장(1인 투입), 경쟁분과장(2인 교체) 등 전체 8명의 분과장 및 협상단이 교체됐다.


협상단 잦은 교체.. 부처 내 인사이동 때문?

6일부터 진행될 한미FTA 3차 협상을 앞두고 김종훈 수석대표를 포함한 한국 협상단 본진이 4일 오후 5시 30분 인천 발 시애틀 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3차 협상에는 재경부, 외교부, 농림부, 산자부 등 26개 부처 및 13개 국책연구기관에서 218명이 참석한다. 미국 협상단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비롯해 98명이 참석한다.

협상 초기 구성부터 문제가 됐던 한미FTA협상. 3차 협상을 앞둔 지금, 또 다시 각 협상 분과의 ‘대장’격인 협상 분과장이 교체됐음이 확인됐다. 문제는 협상 분과장 등 주요 담당자들이 교체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단 2번의 협상 과정에서 6개 분과(작업반 포함)에서 8명의 협상단이 교체된 상황이다.

지난 2차 협상을 앞두고 산업자원부는 조직개편을 이유로 일부 간부의 보직을 변경했다. 바로 산자부의 섬유생활팀장은 섬유분과장, 무역위원회 총괄팀장이 공동무역구제분과장, 국제기술표준협력과장이 기술표준(TBT)분과장, 자동차조선팀장이 자동차작업반장을 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자부의 인사로 인해 협상 분과장들이 교체됐다.

그리고 3차 협상을 목전에 둔 지금, 위생검역(SPS), 무역구제, 지적재산권 분과장이 교체됐다. 위생검역(SPS)는 1차 협상에서는 통합협정문을 도출하지 못 할만큼 진통이 있었던 분과로, 2차 협상에서 분쟁해결을 위한 '위원회'(미국협상단)를 둘 것인지, '접촉 창구'(한국협상단)만 마련할 것인지와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분과이다. 그리고 3차 협상에서 위생검역(SPS)의 분과장은 정현출 농림부 FTA2팀장에서 윤동진 농림부 통상협력팀장으로 바뀌었다.

국내 요구가 높은 '무역구제 분과'의 경우도 공동분과장이 2차례 바뀌었다. 초기 산자부의 내부 인사 때문에, 그리고 3차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김경한 외교통상부 통상협력과장이 김영재 주 제네바대표부 1등 서기관으로 교체 됐다. 무역구제 분과는 한국의 요구가 높아 미국과의 협상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던 분과로 2차 협상 당시 마지막 협상에 미국 협상단의 불참으로 최종 결렬된 분과 중 하나다.

문화관광부 또한 7월 말 내부인사를 단행하면서 저작권팀장을 교체, 박민권 저작권과장이 맡았던 분과장의 역할이 신임인 김정배 팀장에게 넘어갔다. 박민권 저작권 분과장은 올해 초 배치된 신임 과장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특허 연장 등의 무리한 요구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것으로 알려진 협상단장 이었다.

이유가 뭘까... '소신파 협상단' 제거하기?

협상단의 잦은 교체는 표면적으로 정부 부처내의 인사 이동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쟁점이 되거나 마찰이 예상되는 분과에서 '분과장'이 교체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비판적으로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각 분과를 책임지는 분과장의 잦은 변동으로 협상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남희섭 지적재산권공대위 위원장은 “지재권 분야가 한 두달 공부해서 될 분야도 아니거니와 국내 지형과 그간 협상 과정을 잘 이월한다고 해도 분과장이 몇달도 안돼 바뀌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협상 자체에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수인계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각 협상 영역들이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쉽게 간극을 메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미FTA저지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분과장이 교체되도 관련 분야 전문가라 지장이 없다 하지만 업무를 인계받아도 상대방과의 관계, 과거 협상 현장에 있었던 모든 일을 알 수 없으므로 협상 중에 협상단을 교체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정부의 협상 대응력과 전문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분과장의 전격교체가 외교부와 산자부 등 정부 부처간의 갈등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미FTA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주도 세력을 중심으로 부처간 내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소신파 협상단'을 제외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관련해 이원재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상황실장은 “지금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는 무게중심에 비해 짧은 협상 기간 동안에 실질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교체되고 있다는 사실은 협상의 일관성과 준비정도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며 '졸속 추진론'에 힘을 실었다. 이어 “또한 교체된 분과들의 정황을 고려할 때 한미FTA 협상을 주도하는 단위들이 각 부처나 정책에 소신을 가진 사람들을 협상의 걸림돌로 규정하고, 교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왼쪽이 1차 협상단, 오른쪽이 2차 협상단장들의 명단이다. 진한 글씨가 교체되거나 투입된 협상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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