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유주의와 진보 급진주의가 국민적 헤게모니를"

[유영주의 전망좋은談](1) - 조희연, "나는 따옴표 친 사회주의자"

지난 주 편집국 전체모임 때 기획연재 코너를 하나 달라고 요청했다. '진보담론'을 소재로 한 달에 1-2회 사람도 만나고, 직접 글도 좀 쓰고 그러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특별한 반대는 없었지만 '꾸준히' 하라는 주문이 있었다. 음.. 문득 그게 반대 의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코너 이름은 '유영주의 전망좋은談'으로 지었다. 나는 비록 불투명할지언정, 談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좋은 전망'을 이야기할 거라는 기대와 함께... 그리고 '전망좋은談' 첫 순서로 기꺼이 조희연 교수를 찾았다. 조희연 교수는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을 맡아 큰 행사를 거뜬히 치렀고, 미루지않고 총괄보고서까지 내놓았다. 4월 7일 오전 9시, 성공회대 승연관. 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방에서.

"이원재 씨는 뜻밖에 래디컬 하더군요."

"무슨 말씀이죠?"

"한국사회포럼 때 이야기 나누다 삼성노트북 아주 가벼운 게 하나 나와서 구입할까 한다고 했더니, 대뜸 '저는 삼성 제품 안 씁니다' 하더라고요."

"음... 이원재 씨가 오늘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소신 있는 활동가이긴 하지요. 생긴 모양이 좀 약점이긴 하지만..."

한국사회포럼 때 특별한 사건 사고는 없었냐고 물었더니 문화연대 활동가들 칭찬부터 쏟아놨다. 문화연대 활동가들이 조희연 교수의 이 코멘트를 전해들으면 어떤 표정일까 궁금해진다.

"문화연대는 공동체적 분위기가 강한 것 같아요. 지금종 사무총장이나 이원재 사무처장을 보면 인간적으로 연대가 강한 공동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뭐랄까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분위기가 종합되어 있다는 느낌도 있고..."


몸살 앓는 조희연 교수

조희연 교수는 '진보담론'을 거론하는 이상 소통이 꼭 필요한 연구자이다. 그는 늘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을 같이 놓고 운동 전망을 고민해왔다. 민중운동(진보 급진주의)과 시민운동(개혁 자유주의)이 연대를 통해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과 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오랜 소신으로 삼아왔다. 다만 시민운동 편에 몸을 담아온 터라 민중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때에 따라 불편하거나 또는 야속하기도 하고, 실망스럽거나 또는 고맙기도 한 연구자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 조희연 교수가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운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금은 참여연대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데, 참여연대 초기 창립과정에 있을 때는 민중적 시민운동, 시민운동의 진보화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죠. 시민운동이 부단히 자기 진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연대는 상당부분 시민운동의 태도에 달려 있어요. 그런 점에서 요즘 시민운동에 안타까운 것은 민중성이랄까 그런 부분이 안 보여요. 자기 진보에 대한 의식이 약하거나 부재하다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이를테면 '전환적 몸살'이 아닐까 싶다. 조희연 교수의 위치에서 보면 한국 사회는 분명 '전환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최근 조희연 교수의 글과 발언에는 '전환적 시기' '전환적 진통' '전환적 과제'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논쟁이 돌아온다 - 한국의 사회운동은 위기인가'를 주제로 다룬 한국사회포럼2006에서 "현단계 한국 사회운동이 직면하는 전환적 진통을 성찰하는 자리"라고 밝힌 바 있다. "운동 주체들 스스로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좌절이나 탄식의 논의가 아니고 전환기적 상황에서 운동을 성찰하고 한국 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비전과 결의를 찾기 위한 고투의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소회를 물었다.

"어쨌든 한국 사회에 대한 대화의 목마름, 진보적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확인되었어요. 사회운동의 위기라 하든 진통이라 하든 어떤 도전이 있는데, 그 도전에 응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고, 운동론적인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참석자 수도 획기적으로 늘었는데, 작년에 자료집 500부, 이번에 1000부 찍었는데 다 나갔더군요. 연인원 2000명 정도가 다녀갔습니다. 2007년 대중포럼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마..."

전환적 시기, 진보적 소통에 대한 목마름... 이것이 갖는 실천적 함의가 있을 것이다. 조희연 교수가 최근 발표한 글을 몇 편 살펴보았다. 특히 작년 10월 참여사회연구소 주최 해방60주년 기념심포지움에서 발표한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 - 87년체제의 전환적 위기와 민주개혁의 전환'은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시사하는 바가 많은 글이다. 조희연 교수는 여기서 87년체제의 전환적 위기의 성격을 진단하고 있다.

87년체제의 전환적 위기?

"87년 체제는 다양한 각도에서 규정될 수 있는데, 여기서 분석하는 민주개혁의 관점에서 볼 때 이 87년체제는 한편에서 민주개혁이 시대적국민적 과제가 되어 있는 체제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구(舊) 체제의 프레임이 일정하게 구속력을 가진 형태로 작용하면서 민주개혁의 철저한 전개를 제약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87년 체제는 시대적 국민적 과제가 된 민주개혁을 추동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힘과 그것을 제약하고 구체제의 붕괴가 아니라 타협적 재편을 결과하도록 하는 힘이 각축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발제글)

87년체제에 대한 분석은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다. 조희연 교수는 "6월 민주항쟁과 6.29선언으로 교직된 체제"로 바라본다. 개혁 대 반개혁 전선이 민주개혁의 진전으로 변화하게 되고, 87년체제의 포스트87년체제로의 이행 속에서 개혁 대 반개혁 전선은 사회운동전선의 전부를 구성하지 않은 상황이 출현하였다고 바라본다.

이 진단은 일면 타당하다. 개혁 대 반개혁 전선은 보수-개혁 전선을 의미한다. 지난 시기, 보수-개혁 전선은 한국 사회 계급투쟁에 중요한 정치적 함수로 작용했다. 그런데 87년체제를 이야기할 때 87년체제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담론과 이를 둘러싼 계급투쟁의 문제를 함께 진단해야 하고, 또 강조해서 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간과하면 87년체제의 완성 이후 포스트87년체제 구성이라는 민주개혁전선의 정치적 승리를 강조하는 편향이 발생한다. 조희연 교수 역시 이 점을 심사숙고하는데, 그의 글에서는 '시장화 대 공공성 전선'이라는 함축된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 부분은 뒤에 다시 거론하는 걸로 하고, 다시 조희연 교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87년체제라 하면 87년 6월항쟁으로 상징되는 민중투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가 회복된 체제입니다. 급진적인 혁명으로 발전은 하지 않았지만, 군부정권을 타도하고 형식적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체제이죠. 지난 15동안 87년체제는 그런 의미이고, 지금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 새로운 컨텍스트(정황)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 87년체제에서 포스트87년체제로 전환하면서 갖는 위기인데, 이 위기는 사회운동 전반에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시민운동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죠."

"87년체제 하에서 민주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나 그 성공적 성취 때문에 이슈가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3당합당을 통해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국민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졌는데, 이 정권 안에 민주개혁의 성과, 성공을 반영한 성격이 있다는 거죠. 역설적으로 한나라당이 집권했다면 전환적 위기가 아니었을 테니까요. 참여정부는 사람과 의제 모두 광범위하게 포섭했어요. 제도화의 범위가 넓고, 여성운동은 아주 심각합니다. 최근 인권운동의 정체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연관되어 있어요. 또 시민운동보다 위기의 폭이 적긴 하지만 민중운동에서도 위기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점을 전환적 위기, 새로운 도전의 도래로 볼 수 있는 것이죠."


홍석만, 조희연 교수의 '전환적 위기'에 펀치

그런데 지난 한국사회포럼 특별토론에서 조희연 교수는 홍석만 참세상 사무처장으로부터 펀치 한 방을 맞았다. 조희연 교수가 언급한 '전환적 위기'에 대해 홍석만 사무처장은 "(조희연 교수의) 자유주의 개혁운동의 의제는 달성되었으나 신자유주의 도전에 따른 응전 질서가 아직 구축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환적 위기"라고 한 데 대해 "이런 규정은 일종의 인과관계를 표현한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자유주의 개혁운동은 현실에서 신자유주의운동과 동일한 것이다"라고 못박은 것이다.

홍석만 사무처장은 같은 글에서 "중도자유주의 개혁의제가 달성되었다는 것은 당연히 신자유주의 재편의 성공을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응전 질서를 구축하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환기는 전환기인데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희연 교수는 홍석만 사무처장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자신의 논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계속해서 정치세력간의 관계를 조목조목 풀어나갔다.

"저는 운동이 정치적 기준으로 볼 때 보수적 운동, 중도 자유주의, 진보 급진주의가 있는데 시민운동이 중도 자유주의 운동이라 봅니다. 87년 이후 민주개혁을 선도적으로 추진했던 세력은 자유주의적 사회운동이죠. 물론 시민운동 내부에 이념적 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온건보수부터 온건진보까지... 홍석만 사무처장은 제 논점을 잘못 이해했는데, 중도개혁 자유주의가 주도한 사회운동은 87년체제 하에서 민주적 개혁을 일정하게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지금 위기가 구 권위주의 체제의 민주적 개혁이라는 것이 일정하게 달성되어 나타나는 측면이 있는데, 이 문제와 민주화된 정치체제가 어떤 계급적 경제적 성격을 갖는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봐야 합니다."

조희연 교수는 민주개혁을 선도해왔던 자유주의적 사회운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들이 지금 겪고 있는 운동적 어려움을 전환적 위기로 풀이한다. 그리고 민주화된 정치체제가 어떤 계급적 경제적 성격을 갖는가의 문제는 다른 맥락에서 접근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분간 논점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즉 개혁과 민주화 이후 전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중도개혁 자유주의가 동시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자'를 둘러싼 '전환적 논란'이 불가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4월 13일 참세상포럼에서 조희연 교수가 다시 발표 기회를 갖는다 하니 진도가 더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도 되고...

한편 조희연 교수는 정치체제의 계급적 경제적 성격 문제와 함께 정치적 상부구조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빠뜨리지 않는다.

"민주성, 투명성, 절차적 합리성을 갖는 민주개혁의 결과로 정치적 상부구조가 수립되었잖아요. 그런데 이 정치적 상부구조는 신자유주의로 극단화된, 그리고 파쇼의 도움을 받으며 뿌리내린 한국의 천민적 자본주의의 민주적 상부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정치적 외피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시민운동은 스스로 추동했던, 또 실현코자 했던 민주적 상부구조가, 민주적 정치가 갖는 계급적 구조적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저는 시민운동이 추진했던 민주적 정치의 성과를 급진적으로 확장해서 천민적 자본주의를 공적으로 규율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뿌리내린 한국의 신자유주의, 독점자본주의를 공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통해 규율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운동의 정치개혁운동, 민주개혁운동은 87년체제 하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이고 급진적 의미를 담보할 수 있었으나, 포스트87년체제 하에서는 한국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상부구조의 합리화 운동으로 전락하게 될 겁니다"


조희연 교수의 '전환적 몸살'의 정체

87년체제가 갖는 성과를 있는 그대로 보는데 인색할 이유는 없지만, 87년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포스트87년체제로 이양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겠다. 지금 87년체제라는 말을 꼭 써야 한다면, 그것은 신자유주의지배체제를 호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는데, 성과 측면 때문에 본질 측면이 가려지거나 왜곡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을 좀 건냈다. "시민운동, 또는 개혁 자유주의가 최근 2-3년간, 또는 참여정부 이후 '공적 규율화'를 위해 어떤 실천을 벌여왔는지 되돌아봐 달라. 더욱이 신자유주의 정치를, 또는 신자유주의 정치가 공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규율하는(당하는) 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봐 달라. '공적 규율화'가 곧 '상부구조의 합리와 운동'은 아닌지..." 조희연 교수는 이 지적에 대해 "그 지점이 불철저하다"라고 운은 떼고 말을 이었다.

"그 지점이 불철저하다... 반복하지만 시민운동이 전개했던 민주주의 운동, 민주개혁운동은 의미있고 진보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어떤 컨텍스트(정황) 위에 놓여있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본격적으로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치면서 민주주의와 정치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어요. 쉽게 이야기하면 정치개혁운동은 독재 타도를 염원했던 것이지만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정당개혁이나 정치개혁은 의미가 없어요. 떡고물 분배 차이를 빼면 아무 소용없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정치와 민주주의 위상이 달라진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이종회, 김세균, 정종권 같은 분들이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해왔는데, 그런 논의가 본질론으로 보면 맞지만 당시 정치개혁을 그렇게 일면적으로만 볼 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은 신자유주의가 압도적으로 내재화되면서 본질적 규정성이 지배적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만... 자유주의 개혁운동은 현실의 신자유주의와 동일하다는 것은 일면은 맞지만 일면은 틀립니다. 복합성을 갖는데요, 어떻게 만나느냐 하는 것은 운동 주체들의 실천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이종회, 김세균, 정종권 등은 90년대 중후반 계급적 사회운동을 옹호하면서 참여연대 류의 신자유주의적 시민운동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조희연 교수는 당시 그런 지적이 갖는 의미를 한편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본질론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보고 일정하게 거리를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나는 조희연 교수는 '전환적 몸살'을 앓고 있다고 썼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몸살의 정체가 무엇인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이렇게 물었다. "조희연 선생님의 87체제에 대한 규정은 보수와 개혁세력간의 대립, 또는 개혁과 민주화 담론의 미완성의 측면을 강조하는 맥락을 갖습니다. 이는 한편으로 한국 사회 변화를 추동했던 또 다른 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노동자와 사회구성원들의 반신자유주의, 반세계화 운동의 맥락을 간과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 점에서 '시장화 대 공공성 실현' 전선으로 표현한 부분은 한국 사회 문제 진단과 실천 경로에 있어 큰 약점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지요"

조희연 교수는 발제글에서도 공공성 확보가 신자유주의 세계화 담론에 맞서는 대항담론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공공성을 방어하고 확장하기 위한 투쟁을 나는 신자유주의시대의 일반민주주의투쟁으로 규정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갖는 세계화 담론에 대항하여 공공성 확보가 대항담론의 핵심적인 측면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발제글)

조금 길지만 중요한 대목이라 인용한다. 인내를 갖고 읽어주시길...

"한편에서 개혁 대 반개혁이라는 87년체제의 주된 전선이 유지되면서도 동시에 '민주적 계급사회'의 출현에 조응하는 '시장화 대 공공성 실현'의 전선이 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포스트87년체제의 계급사회적 성격을 지적하고 곧바로 그것을 계급적 투쟁전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람시적 의미에서의 헤게모니를 갖는 '국민적-대중적(national-popular)' 전선을 '구성'해내는 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국민적-대중적 전선을 위한 담론으로서 '공공성 담론'을 주목하였다. 이러한 공공성 담론은 민주개혁 담론의 사회적 확장이자 전환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발제글)

"공공성 담론으로 국민적-대중적 헤게모니 확보를"

조희연 교수의 문제의식은 포스트87체제 하에서 공공성 담론으로 국민적-대중적 전선을 형성해야 하고, 개혁자유주의세력이 사회적 자유주의 세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눈에 걸리는 대목은 "계급사회적 성격을 지적하고 곧바로 그것을 계급적 투쟁전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하는 대목이다. 논란이 불가피한 지점이다. 조희연 교수는 '시장화 대 공공성 전선'을 '더 많은 민주주의', 또는 '지키거나 쟁취해야 할 민주적 가치'로 판단하는 듯 하다. 이는 오늘날 진보운동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 즉 '신자유주의 체제' 자체를 문제삼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의 절박함을 외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본질론, 환원론, 깔대기론이라는 반박이 제기된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신자유주의체제'를 거론하지 않고 '헤게모니'나 '전선'을 이야기하면 뭔가 일이 제대로 안 풀릴 것 같다는 게 내 느낌이다.

이 맥락과 관계없이 조희연 교수는 심각하고 또 진지하다. 공공성 전선을 위해 두 흐름, 두 세력이 하나의 접점을 모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공성 전선'에 대해 그만큼 의미와 가치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수년동안 민중운동에서 외롭게 싸워온 공공성 문제를 시민운동이 성찰하면서 받아들이고, 이 과정에서 '개혁 자유주의' 시민운동이 '사회적 자유주의' 시민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민중운동은 국민적 운동으로 자기운동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희연 교수는 이를 '급진적 계급운동의 국민화'라고 애둘러 표현한다. 포스트87년체제를 앞두고 사회적 자유주의와 진보 급진주의가 만나라...

"시민운동이 못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자기 진보를 통해서 공공성이라는 민중적 의제를 받아들이게 되면, 포스트87체제 하에서 운동 전선이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가 문제에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거라 봐요. 한미FTA가 좋은 사례인데 시민운동이 이를 계기로 공공성과 신자유주의 의제에 반대하는 운동의 장으로 나오고, 민중운동이 시민운동과 손을 잡으면서 한미FTA를 국민적 의제로 만들어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거죠. 이제 사회적 자유주의세력과 진보적 급진세력이 명확히 분화되어야 하고, 분화된 독자성을 갖고 연대해야 합니다."

과연 그럴까. 놓치지 않고 물었다. "지금 오히려 충분히 분화되어 있지 않을까요."

"진보적 투쟁을 하면서도 참여정부 걱정하고, 청와대 있으면서도 통치세력으로서의 자기역할보다 재야시절 사고로 진보적으로 선도한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착종 현상이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보는데 바로 그런 분화 위에서 새로운 공공성 담론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적 대중적 전선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이말이죠."

조희연 교수는 "신자유주의 전선이 진보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운동전선이 재구성되고 있어요. 90년대 이후 민주화는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이중적으로 결합되어 진행되었는데, 흥미로운 건 국민정부나 참여정부는 중도 자유주의적인 반독재 민주정부라는 점인데, 역설적으로 국민정부,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주요한 담지세력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친미적 신자유주의세력과 다른 점은 있는 거죠. 국제경쟁력 강화와 사회적 안전망의 보완이라든가 하는 사회복지를 결합시키려고 하는 점은 친미적 신자유주의 세력과 차이가 있는 부분 아닐까요."

"보수세력과 개혁적 자유주의 두 세력간 차이는 전술적 수준의 차이"

이 부분을 좀 분명히 짚어두고 싶었다. 조희연 교수는 개혁적 자유주의의 사회적 자유주의로의 자기 진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고, 따라서 그들이 신자유주의의 담지세력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친미적 신자유주의 세력과 구분하는 것에 강조점을 두려 애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글쎄요.. 차이라고 할만큼 명시적인 차이가 무엇이 있을까요. 더군다나 올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개방정책의 결정판이라 할 한미FTA 추진하는 걸 보면..."이라고 댓구를 던졌다. 그러자 조희연 교수는 "물론 두 세력 사이의 긴장은 전술적 수준의 차이"라고 간추려 말했다. 여운이 남지만 진도를 더 빼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나로서는 약간의 타협인 셈인데, '사회적 자유주의'가 해야 할 역할에 무게를 두는 데 대해 자꾸 날 세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사회적 자유주의'의 출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질 지에 대한 의심을 풀겠다는 건 아니다.

"친미적 신자유주의 세력과 개혁 자유주의 세력의 긴장이 공존하고 있어요. 그런데 민주개혁 차원에서 대립과 국제경쟁력 성장전략 신자유주의정책 추진에 있어 양자가 갖는 차이는 전술적 차이일 뿐입니다. 신자유주의가 포스트87년체제 지배블럭의 진정한 성격이라고 보고, 상대적으로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에 찬동하지 않는 부분이 이탈한다면 지배블럭 내 신구 집권층 간의 차이는 훨씬 축소될 것입니다."

자연스레 한미FTA 이야기로 넘어갔다. 조희연 교수는 한미FTA 문제를 '국민적 이슈'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미FTA 문제를 계급적 본질 문제로 제한하지 말고 국민을 반대 전선으로 끌어올려야죠. 통상적인 거리투쟁과는 다른, 국민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고민을 해야 하고. 그러니까 반미주의자와 반신자유주의 운동세력만 하는 게 아니라 국민적 참여를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이토록 엄청난 국가적 의제를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는 거죠. 이것은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정치적 결정과정, 시행과정입니다. 이 엄청난 후과를 갖는 정책을 아무런 사전 국민적 토론이나 민주적 프로세스 없이 간다는 건... 이는 정확히 박정희 군사정권의 군사작전식 경제개발 드라이브하고 형태가 똑같아요. 따라서 한미FTA는 반미주의, 반신자유주의 문제로만 놓고 보면 안 됩니다. 광화문에서 '국민주권의 날' 같은 걸 선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어요. 한미FTA 저지를 통해 우리 운동이 공공성을 중심으로 하는 헤게모니 전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희연 교수의 '전환적' 고민을 실천하기 위한 문제의식이 한미FTA와 맞닿아 구체화되고 있다. 노무현정권이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지키지 않는 장면을 놓고 87년체제를 다시 환기해보자고 제안했다. "어떤가요. 말씀하신 대로 현실 정치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안 지켜지고 있는데, 절차 민주주의의 승리적 완성을 이야기한 87년체제가 왜 이런 한계를 보인다고 생각하는지요."

이 질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른바 87년체제에 대해 대부분이 개혁과 민주화 의제를 완성한 체제라는데 큰 이견이 없고,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제도적, 헌법적 과제 정도만 남겨둔 상태라는 진단도 내놓는다. 그리고 그 과제를 포스트87체제의 과제로, 또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과제로 연결시켜 주장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신자유주의정치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는지, 얼마나 반이성적이고, 반인권적이고, 생태파괴적이고, 반인륜적일 수 있는지를 간과한다. 이미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현실에서 개혁과 민주화는 완성이 아니라 기형으로 변종되어 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개혁'의 근간을 이룬다. 조희연 교수는 이 지적에 대해 큰 맥락에서 동의했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절차민주주의를 철저히 파괴하는 방식으로 한미FTA가 진행된 건데,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계급적 구조가 그런 절차적 민주주의를 허구화시켰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국민적 합의가 되어 있는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어겼다는 점이지요. 국민적 공분과 참여할 잠재력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희연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다면

조희연 교수는 지나가는 길에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대해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갖고 있는 캐릭터정치 요소를 진단한 것.

"미시적 측면이긴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퍼스널리티에 중요한 특성이 있는데, 친미 신자유주의 관료들이 일정한 보라빛 청사진을 들이밀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공식적으로 설득해서 재가를 받아내고...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밀어붙여야겠다고 확신을 가지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에요. 한미FTA도 그래요. 시스템 정치가 아니라 캐릭터정치가 갖는 요소인데,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가면 친미 신자유주의 관료가 너무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확신정치를 변화시켜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나는 조희연 교수의 이야기 도중에 정태인 전 보좌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한 두 시간 동안 2/3 가량을 주도적으로 토론했지만 한미FTA 결정을 막지 못했다는 사례를 언급했다. 아닌게 아니라 조희연 교수에게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를 한 번 하시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건내봤다. 너부리 님이 며칠 전 참세상에 기고한 "대통령과 한판 치밀한 토론회를 벌여보라"는 글이 생각나기도 했거니와, 조희연 교수가 오늘 이야기한 내용을 조목조목 짚다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확신'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어서였다.

조희연 교수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3월 26일 '한국사회포럼 2006 총괄보고'에 따르면 네 가지 점에서 토론 집중점이 존재했다고 밝히고 있다. △87년 이후 민주화와 개혁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미해결된 과제가 한국 사회운동의 위기적 양상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 대해 △민주화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어온 변화의 이면에서 혹은 개혁과 결합되면서, 혹은 민주화나 개혁을 외피로 하여 진행된, 90년대 이후 신자유주적 지구화의 파괴적 결과와 관련된 지적에 대해 △전환적 상황에 대응하여, 대안적 실천의 방향을 찾아가기 위한 다양하고 진지한 토론들, 사회공공성, 여성운동,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의 관계, 반전평화운동 등등의 쟁점과 관련해서 △아울러 생태주의 생명의 세계관과 운동관이 진보진영 전체에 여전히 주변적인 의제로 남아 있다는 문제제기형 지적 등에 대해서... (관련기사 : 한국사회포럼 2006 총괄보고 참고)

"총괄보고 내용처럼 네 가지 토론 집중점이 있었는데요, 첫째 부분에서 풀뿌리 보수주의 지방정치의 보수성 지적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앙정치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권위주의 세력이 다수를 점하는 것도 그렇고. 민주개혁의 세례를 받지 못한 반공-개발주의도 그렇고 그런 영역이 아직 많습니다. 청계천 거닐면서 신종환경개발주의에 환호하는 모습도 그렇고요... 두 번째는 민주개혁의 이면에서 민주개혁을 외피로 해서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따른 파괴적 결과에 대한 쟁점이 많이 제기되었어요. 신자유주의의 파괴적 결과가 우리 삶에 가까이 와있고 대중들이 엄청난 불만을 겪고 있는데, 반신자유주의 투쟁과 대중의 결합은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한국사회포럼 총괄보고 내용 하나하나가 중요한 이슈들이다. 모두 '전망좋은談'에 담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조희연 교수와의 인터뷰에서는 '지역' 이슈와 '비이성적 집단주의' 이슈 정도를 이야기 나누었다.

지역 문제를 반공-개발주의나 신종환경개발주의 차원으로 보는 데 대해, 과연 오늘 우리 사회구성원에 있어 '지역'의 의미가 무엇인지 엄밀하게 환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자체를 앞둔 전국 각 지역은 수구토호세력과 신흥개혁세력의 격전장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수구토호세력의 횡포에 시달려온 지역 정치와 문화를 바꾸는 문제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여기서 질문 하나, 과연 '신흥개혁세력'은 얼마나 지역 정치와 문화를 바꿔낼 수 있는가. 더욱이 신흥개혁세력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전체 구상 속에 개발우선적, 환경파괴적, 시장개방화의 지역정책을 펼친다는 점을 어떻게 봐야 하나..."

"신자유주의 파괴적 결과에 대한 보수세력의 대안이 한편에 있어요. 하나는 박근혜식 대안이고 하나는 이명박식 대안인데, 좀 다른 건 박근혜는 새 비젼 없이 과거에 기대는데 비해 이명박은 신개발주의를 걸고 가는데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는 점이죠. 여기서 개혁 자유주의세력의 대안이 진보 급진주의나 보수세력과 구별되는 중도적 대안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행정수도 이전이 실제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가버리는 현상이 나오는 거지요. 이 문제는 중도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하느냐 붕괴하느냐와 연관된 문제입니다. 보수세력의 신개발주의가 국민들에게 가시화된다면 자기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거고... 그렇다면 진보 급진주의세력이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파괴적 결과를 반전시킬 수 있는 진보 급진적 대안프로젝트를 내놔야 합니다. 그 프로젝트가 가시화되지 않는 게 고민입니다."

'비이성적 집단주의'와 관련해서는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의 발제글을 두고 잠깐 이야기 나누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지면에서 자세히 다뤄볼까 한다. 조희연 교수는 한국사회포럼 총괄평가를 하나씩 짚어가며, 특히 대안적 실천을 찾기 위한 모색적 토론이 많았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나는 따옴표 친 사회주의자"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운동 주체들이 왜 이 토론자리에 생태주의자가 없는가 라는 지적을 해왔어요. 생명의 세계관과 생태주의적 관점이 부족한 게 반영된 것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봤습니다. 여성은 의식적으로 고려했는데 생태주의적 생각을 내재화하는 데는 많이 부족했던 듯 싶어요. 신자유주의 상황에서 환경운동에서 급진적 동력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환경관리적 환경운동도 있지만 급진적 환경운동의 반개발주의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커다란 동력 중 하나가 분명할 테니까요."

아침 9시에 만나서 벌써 11시다. 뒷 일정이 있어 일단락 해야했다. 조희연 교수가 바라보는 '정치적 전망'에 대해 한꺼번에 물었다. "한미FTA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정판으로 평가된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사회운동이 가져야 할 정체성과 자기담론 설정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즉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진보담론, 대안의제를 어떻게 발굴하고 소통 확산시켜갈 것인가. 한편으로는 사회운동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정당의 출현을 강조하기도 한다. 조희연 선생님은 사회운동의 정치적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저는 따옴표 친 의미의 사회주의자입니다."

뜻밖에 '사회주의자'라며 말문을 열었다. 음... 조희연 교수가?

"글도 그렇게 쓰는데, '우리 안의 보편성'(새로 엮는 책, 곧 출간할 예정이다)에 글 두 개를 냈는데, 하나는 '우리 안의 보편성' 자체의 글이고, 하나는 '운동정치와 정치의 경계 허물기' 내용입니다. 비합법 전위정치로 상징되는 비합법 정치, 경계정치로서의 재야운동 낙선운동 광주코뮨 등 네 가지 이야기를 다루었어요. 사회변동의 주요 발전 원동력은 사회 그 자체에서 나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민중과 시민의 주체화가 계속 되니까 사회의 주체적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거지요. 87년체제의 동력은 독재와 싸우면서 활성화된 사회가 권위주의 정치와 불일치하면서 나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것이 사회와 정치를 괴리시키는 측면이 있어요. 민중들이 신자유주의 지구화에 맞서 주체화 된다면 정치화되는 과정을 밟을 겁니다. 사회를 급진화시키는 의미에서 저는 사회주의자이지만 뭐랄까요, 정치주의자는 아닙니다. 유영주 씨처럼 계급정당 만들려는 경우나 민주노동당 주체도 정치주의자라면, 나는 '사회주의자'라 할 수 있는 거죠."

"음... 저도 그냥 언론하는 '사회주의자'인 걸요... (아닌가?)"

"'사회주의자'라는 것이 그래요. 맨 땅에 해딩하는 게 아니라 저변을 넓히고 약간은 제도화된 인프라로 전환시켜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보정당만 지원하는 재단도 만들어지고, 지역커뮤니티별 재단도 만들어지고... 스스로 다짐도 해보지만 제가 죽을 때 제 재산을 자식에게 남겨줘야 겠느냐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맨날 화염병만 드는 게 아니라 교육인프라를 넓혀서 국민들이 즐거운 축제로서의 운동을 하도록, 평생학습을 통해 지적즐거움도 나누고... 진보도 재밌구나 하는 장을 제공하고, 제도권으로 진입한 사람들이 비빌 언덕 역할도 해주고... 민주개혁 헌신해온 진보주의자들이나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진보주의자들 나이 먹잖아요. 그리고 지금부터 다시 20년 후에도 젊은 진보주의자들이 있을 거잖아요. 그 진보주의자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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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

    간만에 읽어보게 되는 호흡이 긴 기사였습니다. 조선생의 요즘의 생각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어서 매우 반가왔습니다.

  • 으윽

    유영주기자의 전망좋은 담의 첫스타트가 조희연선생이요?
    유영주기자의 전망이 영....
    보기 좋지 않소

  • 학인

    두 분 모두 건강하십시오.

  • 독자

    '꾸준히'란 말이 운동을 하면서 얼마나 절실한 것인가, 새삼 번뜩였습니다. 조희연교수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고서라도 말이죠.
    음, 앞으로 어떤 인물들의 어떤 담론들이 공유될까 궁금함과 기대가 함께 들기도 하는군요. 개인적으로는 90년대부터 꾸준히 마르크스주의 전화를 이야기해 왔고, 요즘은 이론적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들은 윤소영교수나,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역사적 자본주의와 세계체계론에 대한 연구성과물을 하나하나 발표하고 있는 중앙대(에 있다고 들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군요) 백승욱 교수를 추천하고 싶군요. 요즘 관심이 가더군요.
    아무튼 수고하십쇼

  • 최원

    이 기사를 보면서 좀 황당해지는데, 조희연 교수 말 때문이 아니라, 유영주 기자가 중간에 한 코멘트 때문에... 유기자는 은근슬쩍 조희연 교수가 주장하는 입장을 '더 많은 민주주의' 입장에다 가져다 붙여놓고 있네요? 어떤 근거도 없이! 게다가 그것을 최장집 교수 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즉 민주화운동의 형식화, 절차화를 주장하는 입장)에다가 연결시켜놓고 있군요. 이는 탄핵 당시 국민발의/국민소환 투쟁과 관련되어 '더 많은 민주주의' 입장이 나온 배경 및 그것의 (이론적, 정치적) 내용에 대한 완전한 무시와 왜곡인데(게다가 조희연 교수는 '더많은 민주주의' 입장과 어떤 관련도 맺은 바가 없었습니다), 저널리즘이 '깊이'하고 담쌓는 것까지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정확성'하고까지 담을 쌓아서야 되겠습니까? 새로 시작한 코너인 것 같아 축하해주고 싶지만 첫회부터 이렇게 옆으로 튀니,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담인 듯 하군요.

  • 유영주

    최원 님 오랜만이군요. 잘 계시는지...

    인터뷰 때 조희연 교수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명시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조희연 교수의 발표글 각주 8번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관련한 고민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요. 물론 조희연 교수가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념을 받아들이는지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습니다.

    (각주8이 있는 문장) "반독재민주세력의 집권기라고 할 수 있는 국민정부와 참여정부를 포괄하는 이른바 ‘민주정부’ 시대를 거치면서 추진되는 일정한 병목지점에 돌입하면서 87년 이후의 흐름을 ‘역류(逆流)’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 나는 87년 체제의 병목지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바로 ‘포스트-87년 체제’로의 이행을 둘러싼 진통과 위기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나는 ‘전환적 위기’라고 표현한다."(각주8 : 물론 이러한 상황은 ‘민주화 이후’의 시기 혹은 ‘포스트-민주화’로의 이행기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화 이후’ 기념을 통해서 민주주의 이행의 새로운 전환점을 개념화하기 위한 시도로서는 개념적 설정에 대해서는 최장집, 2002,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보수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후마니타스 참조.)

    그리고 기사 본문에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말을 두 번 사용했는데, 한 번은 홍석만 씨의 주장을 빌려오면서 인용했고, 한 번은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하곤 한다' 부분에서 사용했지요.

    (첫 번째 쓴 부분) "홍석만 사무처장은 같은 글에서 "중도자유주의 개혁의제가 달성되었다는 것은 당연히 신자유주의 재편의 성공을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응전 질서를 구축하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환기는 전환기인데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쓴 부분) "87년체제에 대해 대부분이 개혁과 민주화 의제를 완성한 체제라는데 큰 이견이 없고,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제도적, 헌법적 과제 정도만 남겨둔 상태라는 진단도 내놓는다. 그리고 그 과제를 포스트87체제의 과제로, 또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과제로 연결시켜 주장하곤 한다."

    그리고 '더 많은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내가 쓴 부분은

    "조희연 교수는 '시장화 대 공공성 전선'을 '더 많은 민주주의', 또는 '지키거나 쟁취해야 할 민주적 가치'로 판단하는 듯 하다."

    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각주8과 당일 인터뷰에서 느낀 생각을 정리한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기사의 '정확성'과 관련해서 특별히 잘못된 부분은 없는 듯 하네요. 뭐 '깊이'는 없어도 '정확성'은 어떻게든 챙기려 노력은 하거든요. 어쨌든 은근슬쩍 끼워넣었다는 지적은 맞지 않아요. 그리고 최원 님이 말한

    "국민발의/국민소환 투쟁과 관련되어 '더 많은 민주주의' 입장이 나온 배경 및 그것의 (이론적, 정치적) 내용에 대한 완전한 무시와 왜곡인데"

    라고 썼는데, 좀 당혹스럽군요. 당시 국민발의/국민소환에 대해 무시하거나 왜곡한 적도 없고, 음... 이와 관련해서는 뭐라 언급한 적도 없는데.. 너무하시는군요...

    최원 님, 모처럼 댓글을 주셨는데, 용감무쌍하긴 하나 이번에는 점수를 드리기는 곤란하군요. 특유의 그 날카로움은 어디로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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