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뼛조각 협상은 실무협의가 아니라 FTA 협상이다

협상걸림돌 제거하려 USTR 부대표보와 한미 FTA 위생검역분과장 참석

한미 FTA 7차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검역관련 기술협의가 경기도 안양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협상을 위해서 미국 측에서 찰스 척 램버트 미 농무부 차관보와 캐슬린 인라이트 USTR 부대표보, 앤 도슨 미 농무부 소속 국제경제학자 등 5명이 방한했다. 우리 측에서는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 김창섭 가축방역과장, 윤동진 한미FTA 위생검역( SPS) 분과장, 이길홍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검사과장 등 6명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양측의 협상대표의 면면을 살펴볼 때, 이번 협상은 단순히 쇠고기 검역관련 기술협의를 하는 실무협의가 아니라 한미 FTA 협상의 걸림돌(deal breaker)을 제거하기 위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측 공동대표인 척 램버트 차관보는 타이슨 푸드, 카길 등 초국적 농식품 독점기업들이 이사회의 주요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육우협회(NCBA)에서 무려 15년 동안이나 근무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른바 초국적 농식품 독점기업의 ‘영업상무’로 미국 농림부에 파견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캐슬린 인라이트 부대표보는 한미 FTA 협상에서 웬디 커틀러 미국측 협상대표를 보좌하고 있다. 그는 검역담당과장으로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위생검역기준을 완화시키는 각종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한국측에서는 윤동진 한미 FTA 협상단의 위생검역(SPS)분과장이 미국산 쇠고기 검역관련 기술협의에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는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미 FTA와 무관하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이번 한미 양국의 협상단 구성을 통해 정부가 그동안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한 변명을 일삼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미 FTA와 전혀 상관이 없다면 캐슬린 인라이트 USTR 부대표보와 윤동진 한미 FTA 협상단의 위생검역분과장이 뼛조각 관련 기술협의에 참가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 측 협상대표, 마이크 조한스 미 농무부장관, 맥스 보커스 미 상원재경위원장 등 미국 정부와 의회의 고위 관계자들은 “한미 FTA를 위해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fully) 재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태식 주미대사, 김종훈 한미 FTA 한국측 협상대표 등도 “뼛조각이 나온 것은 반송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먹으면 된다”거나 “손톱만한 뼛조각으로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정책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완화할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렇게 검역 실무자나 전문가가 아닌 고위 관료들이 무책임하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미 FTA 협정 체결을 구걸하는 상황에서 하위직 전문가들이 기술적인 문제를 실무적으로 협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부당한 광우병 쇠고기 수입개방 압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한국의 전체 수입 농산물 중에서 최대품목에 해당한다. 한국은 지난 2003년에 미국으로부터 8억600만 달러 상당의 쇠고기를 수입했다. 이 금액은 전체 대미 수입액 305억 8000만 달러 중 2.8%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에 해당한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우리나라가 2003년에 미국으로 수출한 의류 수출액의 46.5%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었을 때, 쇠고기 분야에서 가장 가시적인 경제적 이익을 낼 수 있다.

2003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량은 일본이 25만 1200톤으로 1위, 한국이 21만 8100톤으로 2위, 멕시코 19만 6000톤으로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도축한 소 가운데 90%를 미국 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10%만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2003년 당시 한국 전체의 쇠고기 수입량 29만 8천 톤 중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73%이나 되었다. 그런데 2003년 기준으로 봤을 때 수출 물량의 90%를 일본, 한국, 멕시코에서 소비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와 의회는 한국과 일본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여 주요 이익집단 가운데 하나인 미국 내 축산업자들에게 생색을 내려는 것이다.

더군다나 목장주 출신의 부시 미 대통령은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서 텍사스, 캘리포니아, 몬테나, 사우스다코타, 네브래스카, 캔자스, 오클라호마, 위스콘신, 아이오와, 미주리 등 이른바 ‘비프 벨트’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받았다.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미국의 축산업자들이 기부한 선거자금 4백70만 달러 중 79%가 부시에게 제공되었다.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축산업자들은 80% 이상의 기부금을 부시에게 몰아주었다. 부시 대통령은 축산업자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하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타이슨 푸드, 카길, 스위프트 등 4대 농식품 독점기업은 쇠고기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또한 미국 곡물 수출의 2/3 이상은 카길, 콘티넨탈, ADM 등 3대 메이저 식량 독점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초국적 농식품 독점기업들이 최근 광우병과 조류독감 등의 악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탓에 이윤율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3년 말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하여 수출이 중단되자, 미국 내 쇠고기 가격은 무려 15%나 폭락했다. 쇠고기 가격의 폭락은 목장을 경영하는 축산농가 뿐만 아니라 동물약품, 사료, 도축장, 육류가공 및 수출업체, 육류 유통업체, 외식산업 등 연관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타이슨 푸드, 카길 등 초국적 농식품 독점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아 스탠다드 앤 푸어스 등의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투자적격 등급의 최하위인 BBB(-) 등급을 받기에 이르렀다.

뼛조각은 사소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광우병 위험 그 자체다

광우병 위험물질은 뇌와 척수 등 신경조직에 고농도로 축적되어 있으며, 뼈 속에 들어 있는 골수를 통해서도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웰스 박사는 송아지에게 광우병에 감염된 뇌 조직 100g을 먹임으로써 실험적으로 광우병에 감염시켰다. 그리고 38개월이 지난 후에 소를 도축하여 형질전환 생쥐(C57BL)의 조직에서 조직병리학적 검사와 면역조직화학검사(IHC)로 감염성 검사를 실시했다.

도축된 소의 흉골에서 골수를 뽑아내 16마리의 생쥐에게 주입한 결과, 그 중 2마리에서 아주 낮은 농도의 변형 프리온이 검출되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4마리의 생쥐에서 변형 프리온이 존재한다는 면역조직학적 증거가 나타났다.

골수의 광우병 감염성이 확인됨에 따라 미국의 소비자연맹, 식품 및 물 감시, 진보주의 입법 센터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골수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의 정의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광우병 예방정책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서 발표한 규정에도 “살코기 회수 공정(Advanced Meat Recovery)은 쇠고기 도체의 뼈로부터 뼈 성분물질을 혼합하지 않은 채 고압으로 근육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살코기(근육)’라는 라벨(label)을 붙일 수 있다. 규정에 따르면 그 과정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물질과 회수된 제품 속에 포함될 수 있는 물질을 규정하고 있다. 살코기(근육)는 딱딱한 뼈, 골수, 뇌, 삼차신경절, 척수, 배근신경절 등 뼈의 중요한 부분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사람의 혈액과 뼈 속에 들어 있는 골수를 통해 인간광우병(vCJD)이 전염될 수 있다. 영국에서 수혈로 인해 인간광우병에 감염되어 사망한 환자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례만 3명이며, 영국의 과학자들은 “아마도 1만 4천 명 정도가 아무런 증상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인간광우병을 유발하는 변형 단백질 프리온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된다는 말은 곧 광우병 전염물질인 골수가 살코기에 묻어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 내 도축장의 위생상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뼛조각은 한미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주장하듯이 결코 사소한 문제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광우병 위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에도 광우병 관련 국제기준까지 속이며 국민을 기만했다. 정부는 2006년 7월 22일자 국정브리핑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는 뼈의 유무와 상관없이 30개월령 이하의 소에 대해 안전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보다 더 강화해 30개월령 이하의 뼈 없는 살코기만을 수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Terrestrial Animal Health Code 2.3.13.1조)에는 “30개월령 이하의 뼈를 제거한 골격 근육살(deboned skeletal muscle meat)은 안전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은 국제기준보다 강화한 것이 아니라 국제기준에 나오는 문구 그 자체였을 뿐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최근 국제기준보다 강화된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국제기준에 맞게 완화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1월 11일, 마쓰오카 토시가츠(松岡利勝) 일본 농림수산성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마이크 요한스 미국 농무부장관과 쇠고기 수입에 관한 양국 간 현안문제를 논의했으나 협상이 결렬되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일본 정부에게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인 ‘30개월 미만’으로 수입조건을 완화할 것을 요청해왔다. 현재 일본은 국제기준보다 훨씬 강화된 ‘20개월 미만(생리적 성숙도 A40등급 : 12~17개월)’의 미국산 쇠고기만을 수입하고 있다. 조한스 장관의 수입위생조건 완화 압력에 대하여 마츠오카 장관은 “지금은 현행 기준이 준수되어, 식품의 안전에 대해서 일본 국민의 납득을 얻는 것이 더 큰 일”이라고 대꾸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들은 한미 FTA 협정 체결에 급급하여 “뼛조각은 뼈가 아니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미국 정부와 의회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완화 압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뼛조각이 뼈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뼛조각이 살코기라도 된다는 말인가? 뼛조각이 뼈가 아니라면 송아지는 소가 아니라는 말인가?

정부당국자들은 더 이상 궤변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뼛조각은 그저 뼈일 뿐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뼛조각 검역을 완화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식품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식품안전은 빅딜의 대상이나 거래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뼛조각 검역 완화를 통해 한미 FTA 협상 구걸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박상표 님은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국건수)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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