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인(built-in), 협상 타결 위한 대국민 사기극

범국본, "협정 체결후 미합의 추후 논의 구속력 있겠는가"

한미FTA협상을 둘러싸고 서울이 시끌시끌 하다. 협상장에서는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기습 시위가, 의원들은 '졸속 협상 반대'의 의사를 밝히며 속속 단식을 선언하고, 국회 주변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협상 타결 방식으로 빌트인(built-in)방식이 급부상했다.

빌트인 방식은 지난 21일 워싱턴에서 수석대표 간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던 김종훈 수석대표가 내비췄던 협상 타결 방식이었다. 당시만 해도 수석대표가 덧붙인 의견에 불과했다.

협상 타결 D-day가 촉박해 지니, 빌트인 방식을 내비춘 배경과 의미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이미 빌트인 방식은 협상 종결을 위한 방식으로 일반화 되고 있다. 심지어 개성공단을 의제화 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의 대안 처럼 포장되기까지 한다.

빌트인(BUILT-IN) 방식은 뭘까

당시 김종훈 수석대표의 말을 돌이켜 보면 ‘빌트-인(built-in)'방식은 협상 종결을 위한 고육직책의 카드임을 알 수 있다.

빌트인 방식은 협정 타결시점에서 합의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협정 타결 이후 혹은 협정 발효 이후에 재논의할 쟁점으로 남겨두는 것을 말한다. 이는 김종훈 수석대표는 "나중에 협의할 의제로 남겨 놓는 기술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언급과 맥락이 닿는다.

이와 관련해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정부가 빌트인 방식을 거론한 것은 한미FTA의 정치적 타결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미국 의회에서 협상 결과나 내용에 대한 수정 요구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한국 정부가 우선 타결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빌트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상 시한을 맞추기 위해 미해결 쟁점의 해결과 미 의회의 수정 요구를 추가 협의하기 위한 방책으로 '빌트인'의 방식이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예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당시 미국과 멕시코는 금융분야에서 협정 발효 후 3년 이후부터 협정 적용대상 금융기관의 범위를 추가 협의하기로 한 바의 형태로 적용된 바 있다. 당시 육상운송 서비스는 협정 발효 5년부터 2년에 한 차례씩 이행여부 등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합의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이 문구에 대해 미국과 멕시코가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빌트인은 핵심 요구사항을 우선 덮고 가고, 적당한 시기 봐서 다시 협상하는 '타결'을 위한 정치적 쑈인 셈이다.

그렇게 까지 해서 '타결'하고 싶은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27일 정치 논평을 내고, “일단 협정을 체결하고, 추후에 미합의 사안을 논의하자니, 이게 구속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범국본은 “정부가 ‘빌트-인’ 운운하는 것은 얻은 것 없이 마구 퍼주기한 협상 결과를 호도하기 위한 대국민사기극의 일환"이며, "어떻게 하건 미국의 TPA(무역촉진권한) 시한에 맞춰 협상을 타결하려는 ‘묻지마 타결’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타결된 뒤 이 ‘빌트-인’을 들며 실제로 포기한 개성공단을 사실상 '따냈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니면서, 퍼주기 협상으로 당연히 일어날 국민적 분노를 희석시키고 무력화시키려고 시도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기에 협상 막판, 지금 진행되는 협상은 빌트인 도입을 전제로, 'D-day' 내 타결이라는 극적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논의 가능성을 담아두는 문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를 놓고 벌이는 '명분 쌓기의 과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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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국본짱

    협상을 확실히 끝내고 나서 타결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않겠다만,,협상이 마저 다 끝나지도 않은 마당에 서로 이견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타결을 한 이후 다시 협상을 한다는 식의 발상은 도대체 누구 머릿속에서 나왔고 그걸 따라한다고 하는 한국정부도 참 우습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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