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부 스스로 발목 잡혔나

[한미FTA 정리](1) - 이해영, "치명적 조건들.. 새로운 짐 될 가능성"

정부가 한미FTA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정부는 정치적 쟁점이었던 ‘개성공단산 제품에 대한 특례인정’에 대해 ‘개성공단 제품과 같이 북한의 남북경제협력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미국시장에서 남한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며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협상 결과문에는 ‘개성공단’이라는 단어가 없다. 한미 양국이 '한반도 역외가공 지역위원회' 설치에 합의했다는 내용뿐이다.

이를 놓고 한미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내 정치권을 고려해 ‘개성공단'이라는 표현을 삽입하지 않고도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성공단이 포함된 것과 다름없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미 측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위원회)’를 만들어서 한반도가 역외가공지역을 만들어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는지 검토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한정하며, 역외가공지역위원회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인정 여부를 합의할 때까지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역외가공지역' 선정은 '미국과 한국의 의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개성공단‘ 문제는 풀린 게 아니라, 더 꼬인 상황이 됐다.

치명적인 단서조항. 오히려 발목 잡혔다

현재 정부가 공개한 ‘개성공단’ 관련한 내용은 3가지이다.

1. 개성공단과 관련해 정부는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Committee on Outward Processing Zones on the Korean Peninsula)를 1년 이내 설치하기로 하고, 역외가공지역(OPZ)를 지정해 특혜관세 부여를 원칙적으로 인정

2. 양국간 한반도 역괴가공지역 위원회에서 일정 기준 하에 지정할 수 있는 별도 부속서 채택.

3. 협정발표 후 동 위원회의 심사 결정을 통해 개성공단 또는 여타 지역을 OPZ로 선정가능

여기서 ‘기준’의 단서조항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한 과계에 미치는 영향, 환경기준, 노동기준 및 관행 등’이 언급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해영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정책기획단장은 “개성공단이 양국간 초민감품목이었고, 정치적 쟁점이 있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협정문을 구성하는 비공개 부속합의서에 명기되지 않았다면 개성공단의 미래 법적 지위와 관련한 새로운 불확실성을 키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미국의 대북, 대아시아 전략의 하위 종속변수가 된 것

이해영 단장은 단서 조항들과 관련해 “‘노동기준 및 관행’의 경우, 사실상 ILO(국제노동기구) 기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북은 스스로를 공산주의, 계급 없는 사회로 규정하는데 자본가의 존재를 전제하고, 이에 맞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노동기준 적용이 북에 어떻게 가능할까”를 반문했다. 사실상 ‘체제교체’를 전제 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개성공단과 관련해 한반도를 우리 영토로 한다는 헌법조항과 일치하는 개념을 집어 넣었다”고 해석한 부분에 대해서도 “북이 우리 ‘영토’ 개념라는 주장도 황당하지만, 설령 북이 우리 헌법에 따라 영토라면 왜 우리 영토내 사안과 관련된 위원회를 미국 공무원들과 함께 운영해야 하는가”를 반문했다.

  이해영 범국본 정책기획단장
특히 ‘비핵화’의 해석이 서로 다른, 고도의 정치적 사안임을 강조했다. 북이 말하는 비핵화는 ‘비핵지대화’ 개념으로 그 범위에 있어 한반도 전역에서, 북뿐만 아니라 남한 내의 핵무기와 특히 미국의 핵우산 제공금지를 다 포함한다. 예를 들어 미 핵잠수함의 한반도 영해 기항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담겨 있는 셈이다. 반면 미국의 ‘비핵화’ 개념은 ‘북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핵폐기’의 경우도, 북은 '핵무기 및 핵무기 계획'을 의미하지만, 미국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즉 이른바 평화적 핵 이용까지 포함 해, 훨씬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해영 단장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OPZ)의 단서조항인 한반도 비핵화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물으며 ”확실한 것은 북이 말하는 것의 의미가 아니라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그렇게 자랑하는 개성공단 합의는 사실 6자 회담 이후 조성된 북미간 긴장 완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역행하는,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해영 단장은 "북의 체제교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한반도 역외가공지역(OPZ)의 전제조건들은 오히려 남북관계를 성격이 다른 한미 관계에 과도하게 결박시켜 미국의 대북, 대 아시아 전략의 하위종속변수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3개의 단서조항 외에 “‘등’으로 표현된 부분에 무엇이 추가로 포함돼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이며 “협정문을 봐야 확인이 가능 할 것”이라고, 조속한 내용 공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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