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제주농민 거리로

18일 ‘한미FTA 규탄대회’ 제주농민 1만 명 운집

한미FTA 협상이 최악의 결과로 타결되면서 감귤 등 농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의 연쇄적 도산과 공동체 붕괴 우려로 위기감이 더없이 높아진 가운데 협상타결 이후 대규모 집회가 제주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출처: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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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사상유래없이 1만 명의 제주농민 등 도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제주농협운영협의회 주최로 ‘한미FTA 협상 규탄 및 감귤산업과 제주농업사수를 위한 농축산인궐기대회’가 오후2시부터 제주시 종합경기장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일손을 멈추고 너 나 할 것 없이 섬의 동과 서, 남쪽에서 모여든 1만여 명의 도민들은 ‘사수 제주농업’ ‘국회비준 반대’ 구호가 적힌 머리띠와 어깨띠를 둘러맨 채 생존의 절박한 구호와 분노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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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 서귀포농협조합장은 궐기사를 통해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분노와 울분을 넘어 비통함과 참담함으로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며 참담한 심정을 밝히고, “농업희생을 강요하는 굴욕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투쟁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기훈 제주감귤농협조합장은 규탄사를 통해 “무지막지한 양키 미국과 노무현 정부를 규탄한다”고 하고 “정부는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밀실협상과 퍼주기식 굴욕협상을 했다”며 비난하였다. 또한 감귤의 계절관세 합의에 대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협상결과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어 농민들의 규탄발언과 살풀이 춤, 결의문 채택 등의 순으로 대회를 진행한 후 광양로터리를 거쳐 신산공원까지 4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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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을 통해 한미FTA 협상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과 국회비준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고 투쟁을 결의하였다.

이날 대회를 농협이 주최하였는데 농협 특성상 직접 대회를 주최하고 거리투쟁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1만여 명이 운집한 것은 사상유래없는 일로 한미FTA 타결이 제주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도민들의 분노의 수준을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출처: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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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경우 고용효과가 큰 제조업의 경우 3%수준으로 극히 취약한 상태에서 농업 특히, 농가의 85%가 종사하고 있는 감귤산업이 제주공동체를 먹여 살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상결과 실효성 없는 오렌지계절관세도입과 오렌지농축액 즉시관세철폐로 감귤이 폐작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더구나 비중이 큰 관광 등 3차서비스업의 경우 1만7천 개 사업체 중 90% 이상이 전통적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10인 미만의 영세자영업자인데다 이미 대형마트진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처: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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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국은행제주본부 발표에 따르면 제주경제 경기침체의 원인을 농업부문에서 비자발적으로 이탈한 농민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에 대거 진입함으로써 기반이 취약한 자영업자간 과당경쟁에 따른 소득감소를 지적하고 있다.

이미 일용직, 임시직 등 빈곤상태의 불안정노동자가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농업부문에 종사했던 무급가족종사자마저 임금노동시장과 자영업으로 대거 밀려들면 노동대란과 동반몰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대로 한미FTA 체결이 진행된다면 제주사회에 되돌릴수 없는 대재앙을 초래하게 될 뿐만 아니라, 민란으로 번질 것인지 아니면 흉포화된 사회로 갈 것인지 두 개의 선택만을 남긴 채 섬은 위기로 치닫게 될 것이다.

다음은 이날 대회에서 낭송된 시이다.

감귤나무를 태우며 - 한미FTA 협상 규탄집회에 부쳐

김경훈

한때 대학나무로 불리던 나무
뼈가 부서지게 밭에 몸을 매단 채 일하던
숙명처럼 목숨보다 더 중했던 나무

오늘 그 나무가 불에 탄다

저 불을 보아라
저 생명이 타는 혼불을 보아라

저 불타는 나무의 소리를 들어라
저 온 몸 불타는 나무의 처절한 절규를 들어라

나의 마음이 타들어간다
나의 온 몸 생살이 타들어간다

폐원이다 폐작이다 폐농이다 폐허다
그러나 희망이 끊긴 곳에서 분노가 소생한다

절망이 아니라 싸움이다
간벌과 전정과 농약과 비료와 거름도 모두 싸움이다
감자와 마늘과 당근과 양파와 양배추도 모두 같이 어깨를 건다

오늘 우리의 분노가 햇불처럼 타올라
마침내 오름마다 활화산 같은 폭발이 된다

우리들의 피끊은 함성이
한라의 메아리로 바다를 건너
청와대를 거쳐 미국땅까지 울려 퍼져
다시 우리들의 땅에서
희망의 땀방울을 노래하게 하라.

사진출처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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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이쿠

    니넨 무조건반대만하는구나?우주센터도 싫다 해군기지도 싫다 에프티에이도 싫다.대체 찬성하는게 뭔데?쇄국하다죽을래?대원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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