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한미쇠고기검역 기술협의, 한미FTA와 별개 또 거짓

미호주FTA에서도 광우병 이면 합의

6월말 한미 FTA 협상의 최종타결 전에 갈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개방을 압박하기 위한 한미 쇠고기 검역 기술협의가 5월 1일부터 이틀 동안 농림부 과천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노무현 정부는 광우병 검역 관련 쇠고기 기술협의는 한미FTA와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한미 간의 협의는 형식상으로는 기술협의일 뿐 실제로는 한미FTA 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쇠고기 위생검역 문제가 한미FTA 협상과 별개라는 거짓말은 이제 그만

지난 2월 7~8일 안양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열린 기술협의에서 미국 측은 찰스 척 램버트 미 농무부 차관보와 캐슬린 인라이트 USTR 부대표보, 앤 도슨 미 농무부 소속 국제경제학자 등 5명의 협상단이 참가했다.

미국 측 공동대표인 캐슬린 인라이트는 한미FTA 미국측 협상단의 위생검역(SPS) 분과장이다. 따라서 지난 2월의 기술협의는 단순히 쇠고기 검역관련 기술협의를 하는 실무협의가 아니라 한미FTA 협상의 걸림돌(deal breaker)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장이었다.

또한 지난 3월 5~6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FTA 농업분과 고위급협상에서도 쇠고기 검역 문제가 가장 큰 의제 중의 하나였다.

그 뿐 아니라 한미FTA 협상 최종 타결 전날 밤에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로 갈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에 대해 구두합의를 했다.

만일 쇠고기 검역 문제가 한미FTA와 별개로 이루어지고 있는 단순한 기술협의에 불과하다면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굴욕적인 구두합의를 해줄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

미호주FTA 협상에서도 광우병 관련 이면합의 있었다

미국은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도 광우병(BSE) 관련 사항을 이면합의(side letter) 형식으로 최종 협정문에 반영했다.

미국 축산업계와 타이슨 푸드ㆍ카길 등 초국적 농식품 독점기업은 한미 FTA 협상이 개시되기 전부터 USTR에 갈비가 포함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개방을 협상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은 한미 FTA 협상단의 위생검역분과장인 캐슬린 인라이트가 직접 나서서 쇠고기 위생검역조건 완화를 요구했으며, 농업분과 고위급 협상에서도 이틀 중 하루를 통째로 소모하며 쇠고기 위생검역조건을 완화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여전히 광우병 관련 쇠고기 위생검역조건 협의는 한미FTA 협상과 별개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는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안 하면 미국 쇠고기 수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2004년까지 수입했지만 광우병 때문에 멈춘 것이고, FTA가 아니라도 미국 소는 들어온다”고 뻔뻔스런 거짓말을 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는 한미 FTA 협상의 4대 선결조건이었으며,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12월 24일까지 수입했다. 이로써 노무현 대통령은 입만 열면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시민단체 중 누가 광우병 ‘괴담’을 퍼뜨리고 있나?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닮아서 농림부 공무원들도 입만 열면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 2005년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살코기와 혈액제품도 광우병 원인체가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놓고선 국민들에게는 시치미를 뚝 떼고 진실을 알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파렴치하게도 농림부가 주장했던 내용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사실을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 시민사회단체에게 ‘괴담’을 퍼뜨리지 말라고 윽박까지 질렀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갈비까지 수입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 반해, 노무현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관련 교역 기준에 대한 서로의 해석을 확인하고 오해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물타기를 하며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농림부는 EU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근거로 쇠고기 수입개방을 요청했을 때, “유럽 광우병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수입허용을 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했다.

또한 아르헨티나, 캐나다, 칠레 등의 국가들이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근거로 쇠고기 수입개방을 요청했을 때, 여러 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그런데 왜 미국에게만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관대하게 적용하고, 그것도 권고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적용한단 말인가?

한미 기술협의 열기 전에 OIE에 제출한 문서부터 공개하라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이 3가지로 나눈 광우병 국가등급 가운데 첫번째 등급이 아니라 두번째 등급을 받을 예정이다. 우리는 두번째 등급이 사료규제 조치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 계속 광우병이 발생하는 캐나다와 똑같은 등급이라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최종 체결에 목을 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팔아 먹기 전에, 지난 4월 9일 OIE에 제출한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 OIE 과학위원회와 많은 광우병 전문가들도 미국의 이력추적시스템, 광우병 예찰현황, 사료조치, 예찰기준 등에 문제가 있다고 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일 노무현 정부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OIE에 제대로 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또한 OIE에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고도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OIE에서 광우병 관련 교역 기준을 정하는 육상동물위생규약위원회의 알렉스 티에르만 위원장은 미국 농림부 소속 공무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농무부는 우리가 제시한 의견을 OIE 총회가 열리기 전에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OIE 총회에 제출한 문서를 국가기밀로 묶어 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라도 밖에는 볼 수 없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계속 입으로만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파렴치한 거짓말 대통령으로 남을 셈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5월 1일 한미 쇠고기 기술협의를 열기 이전에 미국의 광우병 등급판정에 대해 OIE에 제출한 문서를 반드시 공개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박상표 님은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국건수)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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