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로 노동기준 강화를 말하는 코메디

민주노총, 재협상 아닌 ‘협상 결렬’ 선언 촉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5일 성명을 내고 “재협상, 추가협상이 아닌 한미FTA 결렬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결사의 자유 등 5개 국제노동기준 이행 의무와 관련된, 노동권과 환경권은 한미FTA의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즉각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한미FTA 협상에 끼워서 보편적 노동권 문제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노동기준 강화.. FTA가 아닌 국제기구 통하면 된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노동과 환경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에 합의합에 따라 미국이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졌다.

이에 15일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한미FTA가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구조조정 압력과 사회양극화를 촉진하여, 노동기본권 행사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며 ‘협상 결렬선언’을 촉구했다.

특히 미국 신통상정책의 노동부분 주요내용이 국제적인 노동기준의 강화로, FTA 상대국에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보호 △강제노동 금지 △어린이 노동 금지 △고용차별 없는 균등 대우 등 5개 노동 기준의 이행을 요구하겠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가 전세계 국가들에게 지키도록 요구하고 있는 핵심 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평등대우 △아동 노동 금지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별로 2개항씩의 협약이 있다.

  ILO 권고 사항 중 양국이 비준하지 않은 내용도 상당하다. 자료: 노동부


이와 관련해 이창근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사실 미국노총(AFL-CIO)이 핵심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은 미국 내에서 관련된 국제노동기준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미국 민주당이 거기까지 나가지 못하고 있음을 미국노총도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간선거 이후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미국노총(AFL-CIO)의 이런 주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도 ILO협약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미국 노동계의 불만 달래기로 상대국에 요구하는 내용 신통상정책에 포함시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창근 국장은 “노동기준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 FTA 재협상 과정에서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지금 당장이라도 양국이 노동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면 그것은 FTA가 아니라 ILO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민주노총과 미국노총의 입장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국 노총은 나프타식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제하는 FTA 모델에 대한 문제, 투자자정부제소(ISD)의 문제, 특허가 과도하게 보장돼 의약품 접근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 기업의 권리와 해외투자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장해 노동자, 공동체의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포괄적인 부분에 유사한 입장을 갖고 지금까지 공동행보를 해 오고 있다.

미국의 재협상 핵심요구

현재 미국의 재협상 핵심요구로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환경 기준의 준수 의무,△노동,환경의무 위반시 ‘보복조치’가 가능한 일반분쟁해결 절차 적용 △의약품에 있어서 공공 건강을 위한 도하 선언(Doha Declaration)에 대한 의무와 그에 부합하는 조치들의 경우 자료독점권 예외 적용 △정부 조달 영역에서 계약자에게 노동기준, 최저임금, 산업안전 기준 등을 요구하는 행위가 ‘무역에 대한 불필요한 장벽’에 해당되지 않도록 할 것 등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노총은 오는 6월 8일부터 센프란시스코, 워싱턴, 뉴욕 3군데에서 집회를 갖고, 조합원 강연, 의원들을 상대로 한 의원 브리핑 등 한미FTA 비준 거부 설득 활동에 나설 계획으로 민주노총도 오는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개최되는 애틀란트 미국사회포럼에 참석해 핵심적인 의제로 한미FTA안을 상정하고, 미국 노총과 다양한 워크샵 및 집회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정부, ILO기준 언급할 자격 없다

한국 정부는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고 ‘불법단체’라며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 노동자 및 건설노동자들을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구속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 교섭에 관한 협약) 협약에 대한 비준 과정을 개시하지 않고 있고, 특히 2006년 3월 ILO가 권고한 공무원노조 탄압중단과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건설노조 탄압 중단과 노조활동 인정, 기업단위 복수노조 금지 철폐 등을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한국 정부는 ILO 기준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하며,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미FTA 재협상 혹은 추가협상’이 아니라, 한미 양국 사회와 노동자 민중에게 모두 공정하고 호혜로운 경제무역관계를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전국민적인 합의 도출을 위한 ‘대내협상’”임을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도 15일 성명을 내고, “한미FTA는 부분 수정 정도로는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불균형에 빠져 있다"고 강조하며 "이런 상황에서 FTA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국제기준을 근거로 한 재협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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