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이 정한 한미FTA 협상 서명 시한은 6월 30일. 앞으로 20 여일도 안 남았다.
지난 주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음에도 한 주를 넘겼다. 여전히 미국 측에서는 어떠한 제안도 없는 상황이다.
한미FTA 재협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며, 미 의회와 행정부가 노동, 환경, 지적재산권 등의 기본 원칙을 담은 신통상정책에 합의한 것은 지난 4월 10일. 현재 미국이 진행 중인 FTA에 신통상정책이 반영돼야 하고, 지난 4월 타결을 선언한 한미FTA 도 재협상의 대상이 됐다.
지난 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진행된 한미FTA 협정문 법률 검토 작업 과정에도 미국 측은 재협상이나, 구체 요구에 대한 의견 제시가 전혀 없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미FTA 타결 선언의 1차 관문을 넘었지만, 여전히 2차 관문은 굳게 닫혀 있다. 사실상 물밑 흐름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측에서는 신통상정책 조문작업의 막바지임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주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클 팔메도(Mike Palmedo) 미국 워싱턴대학교 지재권연구소 연구책임자는 신통상정책과 관련 해 미국 내 이견이 많아 조율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던 바가 있다.
문제는 정부가 6월 30일 서명을 하겠다고 밝혀 온 기한의 문제이다.
현재 외교통상부 한미FTA 기획단은,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가 있을 경우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사실상 제안 내용을 검토하고, 재협상 여부를 결정하고, 실제 협상을 진행하는 데만도 물리적으로 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최소한 미국 측이 이번 주 내에는 재협상을 요구해야 6월 30일이라는 데드라인의 시한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다시 시작되는 협상이라는 부담에 또 다시 시간에 쫓기는 협상을 하는 행태로 비춰지면 정부가 감당해야 할 비난 여론의 무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수는 협상 내용이다. 뚜껑이야 열어봐야 알겠지만, 미국 측은 기본적으로 환경과 노동과 관련한 내용들과 자동차와 쇠고기 등 한미FTA 타결 선언 이후 재협상 요구가 높았던 내용들을 대거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전 슈워브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4일 쇠고기와 관련해, 뼈 없는 살코기뿐만 아니라, 뼈, 내장 그리고 다양한 부위의 고기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고, 자동차와 관련한 내용들도 언급했다.
특히 재협상 요구에 응하기 위해 한국 측이 내 놓을, 전문직 비자쿼터의 문제 등 협상 내용을 고려 할 때 협상 범위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한미FTA 재협상의 가장 큰 변수는 사실 '무역촉진권한(TPA)'이다. 6월 30일의 서명 기한이 정해진 이유는 TPA(무역촉진권한)이 6월 30일 공식 만료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통상정책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비법안 및 이민법안 처리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결코 부시 대통령에게 정치적 치적은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TPA가 연장되지 않으면 6월 30일은 말 그대로 한미FTA의 데드라인이 된다. 재협상이 시작된다면, 어떻게든 기한 내에 끝내야 하는 셈이다.
반면 신통상정책의 합의로 인해 '무역촉진권한(TPA)' 갱신의 성과를 얻어 낸다면, 6월 30일의 시간적 기한은 무의미해 지게 된다. 마감 기한이 사라지는 상황이니 재협상 자체가 시간의 촉박함에 쫓길 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오히려 국내의 대선 국면 등 양국의 정치 국면이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6월 30일 서명이 가능해 진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보다, 통상교섭부본부장이나 외교부 장관이 직접 방미해서 대신 사인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통상부 한미FTA 기획단은 현재 방미 대상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금속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6월 말 투쟁을 결의하고 있고, 징검다리 투쟁으로 20일 농민들도 상경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또 다시 재협상의 키를 쥔 미국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6월 30일은 여전히 서명의 데드라인이다. 한미FTA를 둘러싼 드라마는 좀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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