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앞두고, 美 한미FTA 파상공세

힐러리 클린턴, 샌더 레빈 등 '한미FTA' 요구 밝혀

한미FTA 협상이 또 다른 파고를 맞고 있다.

미 의회와 행정부의 ‘신통상정책’ 합의에 따라 ‘재협상’ 국면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 내 주요 의원들이 끊임없이 ‘한미FTA'를 압박하고 있다.

08년 미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 의원(민주당)은 "한미FTA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고, 샌더 레빈 하원 무역소위 위원장(민주당)은 역외가공지역(OPZ) 관련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급기야 청와대는 미국의 한미 FTA 추가협의 제의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30일을 시한으로 두고, 협정 서명을 위한 절차를 진행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한미FTA 비준에 반대 하겠다’

11일자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 의원은 지난 9일 AFl-CIO(미국노총)가 디트로이트시에서 주최한 타운미팅홀 초청 강연 행사에서 “나는 한미FTA를 상원 비준 할 때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권 후보자가, 자동차 산업의 심장인 ‘디트로이트’에서, 미국 최대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미FTA’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언급했다는 것에 적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진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 의원은 "(한미FTA는) 미국 자동차산업을 해치고, 무역적자를 증가시키고, 중산층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미국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것이다. 비관세 장벽이 철폐되지 않으면 미국 내의 경쟁을 증가시키고 한국의 시장접근을 방해할 것“이라며 “미국 자동차 산업을 해치기 때문에 한미FTA를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의원의 주장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지난 4월 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 샌더 레빈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과 에너지상무위원회 존 딩겔 위원장 등의 주장과 맥락은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미국 내에서 이런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가’에 있다.

샌더 래빈 “OPZ조항 삭제하라”

지난 11일 한미FTA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샌더 레빈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이 “‘협정 부속서의 ‘22-다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OPZ)’ 조항이 국제 노동기준에 맞아들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냈다.

동 서한에서 샌더 레빈 의원은 “한미FTA는 미국신통상부가 요구하는 노동조건에 못 미치는 생산품이 미국에 들어오게 할 수 있다”라며 삭제 근거를 밝혔다.

한미FTA 협정문 상, 양국 정부는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Committee on Outward Processing Zones on the Korean Peninsula)를 1년 이내 설치하기로 하고, 역외가공지역(OPZ)를 지정해 특혜관세 부여를 원칙적으로 인정했다. 단, 매년 △한반도 비핵화 진전 상황 △남북관계 △노동·환경기준 및 관행 등을 심사 등의 단서 조건이 걸려 있다.

샌더 레빈 의원은 한미FTA의 규정이 국제 노동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한 이는 신통상정책에 노동,환경 관련 기준 강화의 내용을 포함시킨 민주당의 입장과 같은 전제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니 샌더 레빈 의원의 이런 주장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한미FTA 협상을 둘러싼 평가논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나, 정부가 치적이라 했던 OPZ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삭제’ 요구가, 한미FTA 미 의회 비준의 관문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의 강경발언..오직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압박 수단일 뿐

과연 미국에서 한미FTA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들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한미FTA 협상 결과 미국이 너무 손해가 크기 때문일까. 한국 정부의 평가처럼 한국 협상단이 너무 협상을 잘해서일까.

이와 관련해, 이원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상황실장은 “미국 쪽에서 나오는 주요 반대 의견들을 살펴 보면, 실제 협상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기 보다 미국 내 여건을 고려한 정치적 발언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측면에서, 끊임없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개방을 요구하며, 쇠고기 시식회를 갖고 ‘맛있어요’의 한국말을 연발하던, 맥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샌더 레빈 의원의 서한도 더 많은 이익을 반영하려는 정치적 처세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원재 공동상황실장은 “이런 의원들의 행보는 이후 진행될 재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전술로, 옆에서 쳐주는 방식”이라고 해석했다.

말 그대로 한미FTA로 인해 미국의 손해가 많으니 한미FTA를 적극적으로 막아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정치적, 산업적 이익을 대변하는 '재협상 용 압박전술'이라는 것이다.

이원재 상황실장은 “미국이 더 많은 것들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정치적 상황을 활용하는 것이지, 결코 한미FTA 협상이 잘한 협상이라서, 미국 측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는 수전 슈워브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4일 연설 과정에서 "한미FTA은 미국이 지난 15년간 해왔던 FTA 협상 중 통상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협상 "이라고 강조하며, 자동차 협상 결과 8% 관세 철폐의 결과와 ‘스냅백(snap back: 협정 위반시 관세혜택을 없애고 기존에 양허안 내용을 무위로 돌리는 것)' 조항을 삽입한 결과를 치적으로 평가했던 것과 맥이 닿는다.

나아가 이원재 공동상황실장은 "한국 정부는 ‘추가협의’ 라는 식의 말장난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신통상정책으로 인해 한미FTA 결과가 재구성될 상황임을 인식하고 재협상에 대한 투명한 입장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미국 측의 공세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재개 압력과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는 일방적인 협상이 계속되고 있음을 직시하고, 한미FTA 협상 원천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합의된 협정문의 서명과 만약 제기될 수 있는 추가 협의는 별개 문제로 보는게 정부 입장”이라며 미국의 한미FTA 추가협의 제의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30일 까지 협정 서명을 위한 절차를 진행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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