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FTA 재협상 공식 요구

7개 분야 일방적 요구 담아..21~22일간 서울서 재협상 희망 밝혀

미국이 한미FTA 재협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해 왔다. 6월 30일의 서명기한, 내주 부터 시작될 국회 내 청문회 등과 맞물려 한미FTA 재협상이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달 10일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신통상정책을 합의한 지 한달을 훌쩍 넘어선, 16일 오후 1시 경(한국시각). 미 무역대표부(USTR)는 주미 한국 대사관을 통해 신통상정책의 내용을 반영한 협정문안(legal text)을 보내왔다.

외교통상부는 ”노동, 환경, 의약품, 필수적 안보, 정부조달(노동 관련), 항만 안전, 투자 등 7개 분야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현행 한미 FTA 협정문의 관련 내용을 수정, 추가 또는 삭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 무역대표부는 금번 미측의 제안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를 내주 중 파견해, 오는 21일~22일 간 서울에서 협상을 진행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재협상 가부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익히 '재협상은 없다’에서 ‘이익의 균형 유지’로 입장을 선회했음을 고려할 때, 요구 사항 몇 가지를 제안하며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 비자쿼터와 의약품, 지적 재산권 등의 내용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지난 13일 청와대가 ‘FTA 재협상’과 ‘서명’을 분리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체결한 후 미국 내 요구에 따라 노동, 환경 분야에 대한 추가 협상을 진행했고, 관련한 결과를 부속서로 첨부하는 형태로 분리 진행 한 전례가 있다.

한미 양측이 서명 기한으로 정한, TPA(무역촉진권한) 만료일인 6월 30일까지, 2주 남짓의 시간이 남은 상태이다. 오는 21일 한미FTA 재협상이 설령 시작된다 하더라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협상과 서명이 분리돼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국 요구, 더 강화하는 내용들

미국 측이 제안한 내용을 보면 여전히 미국 중심의, 자국의 이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요구가 일방적으로 반영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투자 분야의 경우, '미국내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 투자자에 비해 더 강한 보호를 부여받지 않는다는 '역차별 금지'의 선언적 규정을 전문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선언적 규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차별 금지'의 내용을 '협정 전문'에 반영하라는, 설령 미국에 한국 자본이 진출한다 해도 미국 투자자를 최우선으로 보장하겠다는 정신을 전문에 반영하라는 요구이다.

정부조달의 경우도 당초 협정문에 없던 조달참여 기업 조건에 '당사국은 근본적인 노동권 및 산업 안전보건, 근로시간, 최저임금 관련 수용가능한 근로조건 충족을 요구할 수 있음 규정'하는 내용을 첨부했다. 조건이 강화된 셈이다.

노동과 환경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문제는 위반시, 환경은 '여타FTA 분야와 동일한 일반분쟁해결절차 적용', 노동은 '여타 분야와 동일한 일반분쟁해결 절차 적용'을 제의해 왔다는 점이다.

현재 양국은 노동과 환경 분야는 효과적 집행에 실패했을 때만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하도록 하고, 위반국에 벌과금을 부과하고, 이를 위반국의 노동·환경 제도 개선 등을 위해 쓰도록 하는 ‘특별 분쟁해결 절차’에 합의했다.

그러나 미측의 요구 내용은 기존 협정문에서 이 조항을 삭제하자는 제안이다. 그리고 각국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 실패시에만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가 가능했으나, 수정안에는 동 범위를 노동 챕터상의 모든 의무로 확대했다. 범위도 확대됐고, '특별분쟁해결절차'가 '일반분쟁해결절차'로 후퇴했다.

반면 의약품 분야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적재산권 협정(TRIPS)과 공중보건 선언상 의무’를 확인하고 ‘FTA의 의약품 관련 조항이 각 당사국의 WTO 선언에 따른 공중보건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자’고 제의했다.

신통상정책에는 '의약품 자료 독점(data exclusivity)' 조항 수정을 통해 이전 보다 복제약이 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의약품 규제기관이 복제약의 시판과정에 특허권 침해가 없음을 증명할 때까지 시판허가를 보류하는 요건을 철폐하고, FTA 대상국들이 특허 및 규제승인 절차의 지연에 따라 특허기간을 연장하도록 하는 요건을 철폐하는 내용들이다.

그나마 허가특허 연계조항과 같은 독소조항이 한미FTA에 반영된 상황에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긍정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내용은 미국측의 요구에 빠져 있다.

[외교통상부] 신통상정책 관련 미측 제안 주요 내용

미 신통상정책 주요 내용(5.10)을 기존 협정문안에 반영하여 우리측에 송부

노동 (Labor)

가. 기본 노동권* (Fundamental Labor Rights)

* 기본 노동권 관련 의무는 “ILO 선언”에 한정

+ 당사국들은 '98 ILO 선언에 언급된 대로 아래 권리를 국내 법령 또는 관행으로 채택·유지해야 함.

-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의 효과적 인정,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의 제거, 아동노동의 효과적 철폐 및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금지, 고용과 직업에 있어 차별 제거

+ 상기 의무 위반이 되기 위해서는 양국간 무역·투자에 대한 영향이 있음을 입증 필요

+ 상기 기본 노동권을 이행하는 법령의 적용에 있어서 양국간 무역·투자에 영향을 주는 방법으로 면제하거나 이탈 불가

나. 집행 자원의 배분을 이유로 노동 Chapter 내용을 준수하지 않을 수 없음.

다. 노동 Chapter의 모든 의무 위반시 여타 분야와 동일한 일반분쟁해결 절차 적용

+ 기존에는 각국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 실패시에만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 가능하였으나, 수정안은 동 범위를 노동 Chapter상 모든 의무로 확대

* 기존 노동 분야 분쟁해결절차는 협정 위반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피소국의 노동여건 개선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동 내용 삭제

환경 (Environment)

가. 당사국들은 7개 다자환경협약*의 의무 이행을 위한 국내 법령 및 조치를 채택·유지 및 집행해야 함.

*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 해양오염 협약, 전미열대참치위원회의 설치에 관한 협약, 습지보존협약, 국제포경규제협약, 남극해양생물자원 보존에 관한 협약

- 동 협약 리스트는 양측 합의하에 변경 가능

+ 상기 의무 위반이 되기 위해서는 양국간 무역·투자에 대한 영향이 있음을 입증 필요

+ 7개 다자환경협약상 의무와 FTA상 의무간 불일치가 있을 경우, 양측 의무간 균형을 추구해야 함.

나. 양국간 무역 및 투자에 영향을 주면서 환경법상 보호를 약화·저하하는 방법으로 환경법 적용을 면제·이탈할 수 없음.

+ 단, 관련 다자환경협약상 의무와 불합치되지 않고, 국내 법에 면제·이탈을 허용하는 규정이 있는 경우, 동 조항에 따른 조치는 허용

다. 환경 Chapter의 모든 의무 위반시 여타 FTA 분야와 동일한 일반 분쟁해결절차 적용

* 환경이사회 또는 분쟁해결 패널은 해당 다자환경협약상의 결정 및 관련 국제기구와의 협의에 따라 분쟁해결절차 진행

+ 단, 양국은 해당 다자환경협약상 협의 절차가 있으면, 불합리한 지연이 없는 한 동 절차를 먼저 활용 의무

의약품

+ 양 당사국은 WTO의 “지적재산권 협정(TRIPS)과 공중보건 선언“상 의무를 확인하고, FTA의 의약품 관련 조항이 각 당사국이 동 선언에 따른 공중보건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

필수적 안보 (Essential Security)

+ 당사국이 필수적 안보 예외조항(협정 제23.2조)를 원용할 경우,투자자 대 국가간(ISD) 및 국가 대 국가간 분쟁해결 패널은 동 예외 적용을 수용해야 함을 규정

정부조달 (Government Procurement)

- 당사국이 정부조달 참여 기업에게 WTO 정부조달협정(GPA)에 따라 ① 근본적인 노동권 및 ② 산업 안전보건, 근로시간, 최저임금 관련 수용가능한 근로조건 충족을 요구할 수 있음을 규정

항만 안전 (Port Security)

- 미국 유보안중 “해상운송 서비스 및 미국선박 운영”에 포함된 항만 활동 관련 조치들도 안보 예외(협정 제23.2조)의 적용 대상임을 확인

투자 (Investment)

- 미국내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 투자자에 비해 더 강한 보호를 부여받지 않음(역차별 금지)을 선언적으로 규정 (전문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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