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위험물질은 0.001g 만 섭취해도 광우병이 걸릴 정도의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한국 정부는 2006년 6월 인간광우병(vCJD)를 전염병 예방법상의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지정고시 했다.

지난 달 27일 발견된 등뼈(척추 뼈)는 카길사에서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로 한미 수입위생검역 협정의 위반일 뿐만 아니라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에 속하는 부위이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발견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등뼈 발견은) 미국 전체 작업장에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며 “한미FTA 협정을 위해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정부”를 규탄했다.

이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유통, 판매에 나선 롯데마트, 이마트, 삼성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 할인점과 수입업체”를 지목하며 “이윤에 눈이 멀어 국민들을 광우병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 몰상식한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수입위생조건 위반 보다 ‘광우병 위험물질’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

2006년 한국 농림부 장관이 고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제 1조 3항에 “한국으로 수출시 SRM 이라 함은 특정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s)로서 모든 연령의 소의 뇌(brain), 눈(eye), 척수(spinal cord), 머리뼈 (skull), 척주(vertebral column), 편도(tonsil), 회장원위부(distal ileum) 및 이들로부터 생산된 단백질 제품을 말한다”로 명시 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등뼈(척추)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로 규정한 척주와 척수를 포함한 개념이다. 홍승권 기독청년의료인회 대표는 “국민들이 SRM이라고 하면 잘 모르고 있지만, SRM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경우 2010년이나 2015년에는 한국에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평균 잠복기가 9년 이라고 하지만 짧게는 3년만에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빗대어 설명했다.

이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은 0.001g 만으로도 광우병을 전염 시킬 수 있기에 베트남 참전 용사들이 전쟁에 사용된 제초제(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에 노출된 것 보다 더 광범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SRM을 금지 시키는 이유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단백분해효소에 분해되지 않으며 고열과 자외선, 화학물질로 처리해도 전염성이 없어지지 않는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살코기 뿐만 아니라 통뼈까지 타서 재가 되어버리는 600℃의 고온에서도 병원성이 전혀 소실되지 않으며 포르말린에 담가 두어도 전염성을 없앨 수 없고 자외선을 쬐어도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형 프리온이라는 괴물은 0.001g만으로도 인간 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 소 광우병이 걸린 소 한 마리는 55,000 마리의 소에 광우병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SRM을 철저히 금지시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 국민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한 소 부위를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뼈를 고아 먹는 것을 귀한 음식으로 알고 있고 더욱이 한국인들은 광우병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형인 메티오닌 동질절합체(MM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이 95%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체질을 갖고 있다.[출처: 기자회견문]

정부의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 되나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정부가 척추에 대해서는 국제과학자들이 검증을 거쳐 만든 OIE 규약에 3개월 미만 척추는 SRM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현재 유통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발언한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검역 원칙을 포기한 것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광우병은 살코기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도축한 소 뇌의 연수에 오벡스(Obex) 부위에서 조직샘플을 채취해야만 최종 확정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는 0.1%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99.9%의 쇠고기는 과학적으로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지, 증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또한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약에 30개월 미만 척추는 SRM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등뼈가 발견된 소의 나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방법 또한 없는 상황이다.

관련 규정도 각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의 경우 모든 연령에 대한 척주를 금지하고 있고, 미국은 30개월 이상의 소에만 금지하고 있다. 박상표 국장은 “한미 정부가 합의한 규정에 따라 등뼈는 SRM으로 규정 돼 있음”을 강조하며 "전면 수입 중단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정부는 척추 등 SRM이 발견될 경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이제는 태도를 바꿨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SRM으로 분류된 등뼈가 통째로 발견됐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을 들어 말을 바꿨다"고 지적하며 “한미FTA 성사와 축산업계의 이익과 국민의 건강권을 뒤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1개월 내 수입기준 위반율이 46.1%.. ‘무성의’가 아닌 시스템의 한계

농림부 자료에 근거해 2007년 6월 1일부터 30일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총 65건 중,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한 사례가 무려 30건이고, 위반율은 46.1%에 이른다.

또한 지난해 10월 수입 재개 이후, 지금까지(2007년 7월) 미국이 수입위생 조건을 위반한 사례로 확인된 것만도 갈비 통뼈 발견이 5회, 뼛조각 검출이 28회, 가짜 검역증 부착이 3회, 표시와 현물이 다른 경우 1회, 이물질 검출이 1회, 다이옥신 검출이 1회 등으로 총 39회로 나타났다.

정부 측이 ‘특정작업장이 특정 행위를 반복하지 않았다’고 두둔하고, '미국이 별로 잘못한 일이 없다'는 식으로 해명의 기회를 주고 있지만 객관적인 지표는 수입건수 중 다수가 문제를 있었음을,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에서도 새로운 위생조건 협상을 위해 6월 30일부터 7월 8일 까지 미국현지 점검을 다녀온 농림부 조사단이 미국 내 쇠고기 수출용 작업장의 위생상태가 완벽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달 동안 통뼈 뿐만 아니라, SRM으로 분류된 등뼈 까지 발견 된 상황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2006년 1월 SRM인 등뼈(척주)가 검출되자 전면 수입이 중단됐던 바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과 유통물량 폐기를 촉구하며, 나아가“지금까지 정부 말만 믿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사망시까지 광우병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역학적인 추적관리를 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과 "수혈을 통한 인간광우병 위험을 막기 위해 헌혈 금지 조치 등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당장 취해야만 한다”고 정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대책위원회도 3일 광화문 정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민주노동당은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처를 취하기는 커녕 오히려 위험과 의혹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중단”을 거듭 촉구하며 “유통 물량에 대한 전면 폐기”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