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에 한나라당 '빅2', 이명박-박근혜 경선 후보가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반대도, 그렇다고 딱히 찬성도 아니다. 8일 정부 발표가 있자마자 공식 논평을 통해 '대선용 이벤트'라며 강하게 비난한 한나라당 차원의 반응과는 대조적이다.
이명박-박근혜 후보도 남북정상회담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강력한 변수라는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이 전 국민적 관심사인 마당에 무턱대고 당 의견을 따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도 힘들어 보인다. 덮어두고 '정략적'이라며 반대했다가는 '반통일 세력'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양 후보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표명하며, 일단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박근혜, "의제와 절차 투명하게 해야"
박근혜 후보는 선명한 입장 표명을 피했으나, 일단 '조건부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하다.
박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가장 위협하는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매듭짓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며 "모든 의제와 절차 등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원 대변인은 박 후보의 반응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짧게 설명했으나, 박 후보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명박, "대선 정국에 이용되는 일 결코 없어야"
이명박 후보 측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명확한 찬반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 방향과 관련한 여러 우려를 담은 입장을 발표했다. 보기에 따라서 반대로도, 찬성으로도 읽힐 수 있는 입장표명이다.
이 후보 측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 목표와 의제 불분명 △시기와 장소 부적절 △정성회담 추진 과정에 대한 투명성 보장 △6자 회담과 한미공조의 틀을 전제로 한 회담개최 등의 우려와 주문을 담은 입장을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은 답방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평양에서 열린다는 것은 북한에 이끌려 다닌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담 합의에 '우리 민족끼리'라는 용어가 들어간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하며, "6자 회담의 틀, 그리고 한미공조의 틀이 단단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이 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박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밝히며, 차기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만에 하나라도 남북정상회담이 국내 정치, 특히 대선 정국에 이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한다"며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남북 협력의 추진은 차기 정권의 몫으로 남겨져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명박-박근혜 후보와 그리고 한나라당 지도부의 입장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이들의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계감의 표출'이다. 즉 자신들 쪽으로 기울어진 대선판도에 남북정상회담 변수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위기의식의 표현이다.
청와대, "미루면 대선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
이 같은 한나라당 쪽의 반응에 대해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은) 어느 누구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일이 아니다"고 받아치며, "말 그대로 초당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제사회, 재계, 시민사회와 각 정당 등 모두가 이번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환영하고 있다"며 "그런데 유독 한나라당만이 분명히 반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순간 그 사람은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며 "국민들의 높은 의식수준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정치적 이용 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일축했다.
또 천 대변인은 대선을 불과 5개월 남짓 앞두고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 시기와 관련된 지적에 대해 "만일 지금 대선 등 다른 것들을 고려해 (개최 시기를) 미룬다면, 대선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남북관계 현실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는 것에 대해 동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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