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큼은 내가 박성수보다 위에 있다”

[인터뷰] 40m CCTV 관제탑 위 박명수 뉴코아노조 조합원

보름을 넘겼다. 흔들리는 CCTV 관제탑. 그 곳에 몸을 맡긴지 보름이 넘었다.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오고, 바람이 불고, 햇볕이 내리쬐고, 비가 내리고... 그렇게 보름을 넘겼다.

"오늘 만큼은 내가 박성수 보다 더 위쪽에, 하늘에 와 있습니다. 나는 하늘에 외칩니다. 박성수를 구속하라고"

하늘을 향해 올라간 박명수 뉴코아노조 조합원은 보름이 넘도록 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박명수 조합원이 40m CCTV 관제탑 위에 올라가고 하늘 아래 땅에서도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은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협박에도 “미국으로 출장가야 한다”라며 외국으로 나갔고, 두 명의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며 몸에 불을 붙였다. 하늘을 향해 진심을 전해보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불법을 저지른 사용자들은 버젓이 비행기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세상을 활보한다. 오늘도 이랜드 노사가 교섭을 한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기대할 것은 없다.

“괜찮으세요?” 바보 같은 질문이다. 몸도 누이지 못하고 흔들리는 관제탑 위에 노동자가 괜찮을리 없다. 그러나 노동자는 당연히 “괜찮아요”라고 답한다.

하늘에 진심을 전하기 위해 올라간 노동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박명수 뉴코아노조 조합원은 고공농성 21일째, 12일 단식에 돌입했다. 이랜드 본사가 보인다./참세상 자료사진

“생각이 많으면 이 투쟁 못할 것 같아요. 그냥 아무 생각 없어야 투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냥 마음 속에 담는 거죠. 박성수 회장실이 이랜드 본사 건물 6층인가, 7층인가. 처음 올라와서 며칠간은 계속 그곳만 쳐다봤어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생전 들어보지 못한 외주화를 한다며 하루아침에 해고통보를 받은 노동자. 왜 사장이 밉지 않겠는가. 수십 번, 수백 번 얼굴 한 번 보여 달라고, 잘못한 것이 있으니 당연히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소리쳐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는 사장이 왜 밉지 않겠는가. 그래서 박명수 조합원은 그렇게 뚫어지게 박성수 회장이 들락날락 했을 사무실을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

박명수 조합원은 모든 문제의 책임이 박성수 회장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서 조합원들이 이제 그만 울었으면 하는 절절한 마음을 가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했다.

“잘못된 것에 저항하는 노동자가 그로 인해 해고당하고 손배가압류에 구속으로 고통당해야 하잖아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랜드 자본과 박성수 회장에게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뉴코아-이랜드 동지들 130일이 넘도록 단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거든요. 정말 이제 눈물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박성수 회장이죠”

“요즘 우리가 귤을 먹잖아요. 소비자들이 노란 귤이 좋은 귤인 줄 알고 노란 귤만 찾는데요. 원래 귤을 수확할 때는 푸른색 이래요. 많이 팔리기 위해서 이 파란색을 약을 써서 노랗게 탈색 시키는데, 그 노란 귤이 빨리 썩는데요. 지금 이랜드 자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윤리 경영, 사회공헌 기업 그렇게 탈색을 하지만 결국 이랜드 자본이 지금과 같은 저질스러운 행태를 고치지 않는다면 저는 이랜드 노동자들의 피눈물로 썩어버리겠죠”


박명수 조합원은 관제탑 위에만 있지 않았다. 전봇대 위 당당한 노동자로 살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 정해진 열사의 마음과 만나고 있었으며, 당당한 화물 노동자로 살고 싶은 고철환 화물연대 조합원과 만나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확신합니다. 저의 이런 몸부림이 열사들의 염원이 세상을 바꿀 것이며, 바꾸고 있다는 것을요. 날짜 박아놓고 100만 총궐기 한다는 거 그거 잘하는 거란 생각이 안 들어요. 정말 100만을 모으려면 지금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모아내야 하는 것이죠. 민중총궐기 한판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절박하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 그래서 진짜 전체 민중이 총궐기하는 순간을 만드는 것. 그렇게 했으면 해요. 정해진 열사의 명복을 빕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서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만 만드는 노동부가 있는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 했지만 피눈물만 줄줄 흘리게 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이 땅. 절망스럽다. 그러나 노동자는 절망하지 않는다.

“저는 이미 승리했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 하는 투쟁은 우리가 그 승리한 것들을 다 챙기면서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고 있는 마지막 싸움이죠. 그래서 자신감을 갖고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미 이겼어요”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지난 11일, 전국노동자대회에 나온 참세상 신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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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 고공농성 , 뉴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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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민노충

    빙신들....육갑하고 있네.
    이 세상의 해충들이여~

  • ㄸㄹㅇ..

    민노충=기생충~
    니는 정체가 모냐~ 윗대에 붙어사는 기생충이냐?

  • 왜사냐?

    관리자님//밑에 악플단 민노충"의 시비성 리플을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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