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先처리로 미국 압박? '순진한 발상'

임시국회, 한미FTA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를

임시국회가 28일부터 2월 26일까지 열린다. 노무현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보여주듯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이 이번 국회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는 또 하나의 숙명적 과제가 있다. 바로 2006년부터 시작된 한미FTA(자유무역협정)비준 동의안 국회 처리의 문제이다. 국회의 눈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뒤바뀐 여야의 힘겨루기에 쏠린 상황에서, 재계와 현 정부는 바쁘게 한미FTA 처리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 상의 등 주요 경제 단체들은 29일 오전 부회장단 조찬모임을 갖고,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재계의 합심을 모을 예정이다. 세부방안으로 현역 국회의원 중 해당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 소속 의원들이나 관련 의원들에게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는 개별 설득 작업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회기에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은 현 정부나 다수 국회의원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미FTA 협정문 세부 내용 검토 보다 '미국과 체결한 FTA 이기 때문에 처리해야 한다'라는 명분론이 '묻지마 비준 처리'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정부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 했고, 지난 21일 진행된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에서는 신당과 한나라당의 의견 차로 안건이 상정되지 못했다. 안건이 상정되지 못한 배경에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만 상정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남북총리회담 합의서도 함께 상정하자"는 대통합민주신당(신당) 주장이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상임위인 통외통위에서 조차 한미FTA 협상 결과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 검토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결정적 변수들, 키를 잡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움직일 결정적 힘이 없다면 '통외통위 상정→상임위 심사→상임위 의결→본회의 의결’이라는 절차는 무난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치적으로 남기고 싶은 현 정권, 부담 덜고 싶은 차기 정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월 안에 한미 FTA비준안이 통과되도록 노무현 대통령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노무현 대통령 또한 자신의 임기 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치적으로 남기고 싶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담을 안고 싶지 않은 차기 정부의 희망사항이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한나라당 탈당파'인 손학규 신당 대표는 여지없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를 해야 된다는 찬성의 의사표시를 했다. 그렇다고 신당에서 '한미FTA 비준 동의안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기에는 부담스런 지형이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단독으로라도 회의 소집을 요구해 상정해 달라는 요구나, 농촌 출신 의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비밀 투표를 진행하자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해 말 이라크 파병 연장안을 처리하던 임시국회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한미FTA 비준 처리'에 목을 거는 이유는 한국 보다는 미국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한미FTA 비준 처리를 주장하는 이들의 요지는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면 미국 측의 빠른 비준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현재 한미FTA 협상을 미국 내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면서, 한미FTA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를 양산하고 있는 탓도 있다. 이는 협상 내용 보다는 공화당에 치적을 주지 않기 위한 정치 공학도 있고, FTA로 인한 자본과 노동의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국 노동계가 받는 충격'에 대한 미국 내의 분위기 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 국회가 한미FTA를 처리해, '미국을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기대는 너무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현실적 조건이 있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의 후보지명 전당 대회가 이뤄지는 8월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FTA 비준 동의안을 물리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해 진다. 7월부터 8월 까지 하계 휴가기간임을 고려 할 때 미국에게 주어진 시간 또한 7월 이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행정부가 의회에 이행법안을 제출한 후 90일 기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 그러니 한국 국회가 2월에 먼저 처리해서 미 행정부가 3월내에 이행법안을 제출하게 하고, 의회에 조속한 처리를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수순을 밟기 위해서는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조건 없이 수입해야 하고, 한국에 앞서 서명을 마무리 한 콜롬비아, 파나마의 의회 처리 순서에 대한 의견도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 대한 너무 순진한 기대일 수밖에 없다. 지난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듯 미국은 철저히 자국 기업들을 위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 투자자-국자제소, 의약, GMO, 지적재산권 협상 등 철저히 자신들의 계산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을 협상 과정을 통해 보여줬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재계 된 이후 계속적으로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해 왔고 심지어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까지 수출해 놓고 '단순 실수'라고만 해명해 온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입위생조건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 또한 이를 반증한다.

또한 미-페루FTA의 경우 페루 의회가 비준 동의안을 처리했음에도 결국 미 의회의 반대 해 재협상이 진행됐고, 재협상 이후에 협정문을 변경한 과정도 있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이다. 한국이라도 해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말 그대로 미국의 이해대로 한미FTA가 처리되는 것이지, 한국 국회가 처리했다고 해서 미국 의회가 서둘러 한미FTA 비준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미FTA 찬성론자들이 다급할 수밖에 없는 국내 조건도 있다. 2월 임시 국회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4월 손털기 국회에서 처리 되거나,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 처리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롭게 구성된 의원들이 한미FTA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미FTA 비준 동의안 처리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부는 한미 FTA 비준의 딜브레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차 검역 기술협상 일정 조율에 나섰다. 농림부는 지난 4일 인수위에 "30개월령 미만 소에서 생산된 뼈를 포함한 쇠고기까지 수입을 확대하되, 미국측이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를 이행하는 시점에 월령제한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기본 협상안을 제시했다.

한미FTA의 선결조건으로, 광범위하고 빈번하게 한미FTA 위생 조건을 위반해 온 상황에서도, 광우병위험부위 검출 원인 축소 은폐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문제는 한미FTA를 걸고 또 한발 뒤로 후퇴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과, 광우병에 취약한 한국인의 유전자 형질,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섭취로 인해 10년 뒤, 20년 뒤 한국에서 인간 광우병이 등장할 가능성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이대로 비준처리하면 안 된다"

28일 오전 국회한미FTA반대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졸속으로 강행처리하려는 움직임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비준안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은 "만일 양당 대표들이 국정조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외통위 상정 등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처리일정을 강행한다면 실력 저지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는 국가적 중대사를 제대로 된 검증과 심의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라며 "국가의 미래보다는 당리당략에 의한 정치적 계산으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졸속 강행처리하려는 의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한미FTA저지 전북도민운동본부도 28일 신당 전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는 한미FTA 국회비준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제주에서는 29일 '한미FTA 국회비준 기자회견'이 지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서 다시 '한미FTA 비준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하는 단체들의 요지는 간단하다.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논쟁들에 대한 사회적 검토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가 광범위하게 진행 된 후 국회 비준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 검토에 따라 협상단에게 책임을 물거나 협상 무효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FTA 협정문과 국내 헌법과 배치되는 내용들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국내 사법 체계를 뒤흔들 지뢰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방대한 협정문에 대한 국회 검토 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상황에서 비준까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FTA가 단순히 기업과 무역의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한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문제들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2월 14일 지역구 의원들을 움직이기 위한 지역 분산 집회를 계획, 준비에 돌입했다. 국회 비상시국회의와 연계 사업도 고려하고 있고, 오는 31일 집행위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정부와 의회의 순진한 발상, 이런 순진한 한국 의회 움직일 '한미FTA의 폭주를 멈출' 힘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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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국회 , 국정조사 , 범국본 , 한미FTA , 비준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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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

    정치적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FTA 매국 선동질 한 정치인, 의원들 일일이 기억했다 차기 총선 때 책임 묻는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 본다.

    노동 시민단체 움직임? 글세 한다고 나서 놓고는 초치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이 불신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각고의 반성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 서민

    위 기사도 현 한미FTA 체결 움직임, 어떤 필요에 의해서 어느 조정힘에 의해 움직여지는지 신뢰가는 분석인지 다시 돌아보기 바란다. 자칫 미국이 안일하고 느긋하게 한미FTA 비준에 임하고 있다는 생각을 일으키기 쉽다는 것이다.
    풍전등화는 민중의 전유물이던가? 갈데 없는 미 자본, 자국내 경제 침체를 한미FTA로 돌파하고자 한다면 미국이 얼마나 똥줄타게 신구 정권에 압박을 가하겠는가?

  • 반FTA

    FTA 국회비준 비상시국 진단 맞소.
    그런데 전국 각지에서 빈대 목소리 터져나온다는 비약이오.
    망연자실 상태 아니던가?
    기사 작성 체계적으로 좀 하시길 바랍니다.

  • 저도 FTA반대

    망연 자실한 것은 활동가들 개개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죽어가는 범국본도 어쨋든 움직이려 하고, 2월 14일 집회도 죽이되던 밥이 되던 하자고 하는 분위기 이고.. 전국 각지에서 그간 죽어있던 단위들이 어쨋든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는 흐름은 있는 거죠. 제가 보기에는 지난해의 망연 자실하던 분위기 보다는 한결 나은 상황처럼 보이는 군요. 오히려 제가 할일을 못찾고 있는 건 아닌가 싶구요. 뭘해야 할지 손에 잡히는게 없는게 사실인데 어찌해야 할지..

  • 저도 FTA반대

    망연 자실한 것은 활동가들 개개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죽어가는 범국본도 어쨋든 움직이려 하고, 2월 14일 집회도 죽이되던 밥이 되던 하자고 하는 분위기 이고.. 전국 각지에서 그간 죽어있던 단위들이 어쨋든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는 흐름은 있는 거죠. 제가 보기에는 지난해의 망연 자실하던 분위기 보다는 한결 나은 상황처럼 보이는 군요. 오히려 제가 할일을 못찾고 있는 건 아닌가 싶구요. 뭘해야 할지 손에 잡히는게 없는게 사실인데 어찌해야 할지..

  • cat

    한미fta 이대로 가는 건가요?? 우리가 먼저 하면 미국이 압박을 받나요??

  • 울분이

    국회 의원님들 안녕하세요?
    답답하여 야당 국회의원님들에게 호소 합니다.
    새 정부 각료 명단 중에 일본 차 소유주가 많음을 보고 급히 씁니다.
    (유명환 토요타, 혼다) (원세훈 토요타,혼다) (이윤호 혼다) (김성이 혼다). 일국의 각료 후보 중에 일본 차를 소유한 자들이 있다고 하니 견딜 수 없이 화가 납니다.
    아직도 일본은 그들의 조상이 한국을 강점하고 지배했든 것에 대하여 조금도 잘못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만행을 전혀 뉘우치거나 진정으로 사과할 뜻이 전혀 없음을 주지하는 바입니다. 그 증거는 아직도 일본의 많은 지도자들이 신사(神祠)에 참배 함으로써 증거가 명백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일제 차를 타는 자들을 각료 후보로 내세운다니 한심하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용서 할 만큼 일본으로부터 진실된 사과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설사 진실된 사과를 받았다 할지라도 한국의 지도자는 일제를 쓰면 안됩니다.
    그 많은 외제 차 중에 왜? 하필이면 일제 차를 사용해야 합니까?
    대한민국의 지도자라면 지도자의 정신은 일본으로부터 받은 치욕의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한 나라에 각료가 되려면 조국의 얼과 정체성이 확실이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위의 4명은 각료는 고사하고 시골 동네 이장(구장)도 시켜서는 안 될 자들이다.
    이들은 부동산 투기꾼 보다 더 나쁜 사람들입니다.
    특히 유명환이란 자는 일본 대사시절 일본에서 일본 차를 토요타를 타고 다녔다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일본 대사관 직원이 한국 차를 탄다 해도 그들은 역사의 승자의 입자에서 일본 국민이 문제 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과의 운동 시합에서 지면은 견딜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며 밤잠을 자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하신다면 국회의원 여러분들이 저의 말씀을 이해 하실 줄로 믿습니다.
    혹 야당 지도 자들 중에도 일제 차 및 일제 상품을 사용하는 자들로 인하여 청문회에서 반대하기가 곤란합니까?
    어느 당, 어느 누구를 막론 하고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할 사항입니다.
    야당의 참된 청문회 모습을 기대하며,
    주님의 도우심을 빌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울분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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