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는 미국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2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농수부)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보복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충분히 광우병을 잘 통제하고 있고, 혹여 광우병 걸린 소가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한다면 인간광우병 발생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게 이날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 주장의 요지다.
정부는 이날 현재 제기되고 있는 광우병 안전성 논란 등을 일축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의사가 없음도 분명히 했다.
"쇠고기 협상,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의거해 이뤄졌다"
정운천 장관과 김성이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관련해 "일부에서 확실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제기하는 안전성에 관한 문제들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재개) 합의는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의거해서 이루어졌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운천, 김성이 두 장관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광우병 안전성 논란에 대해 "광우병은 영국에서 1986년에 처음 확인되어 주로 유럽지역에서 1992년에는 3만7천여 건까지 보고 되다가 영국을 중심으로 동물성사료 사용을 금지함에 따라 보고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미국의 경우, 동물성사료 급여 금지조치가 시행된 1997년 8월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는 아직까지 광우병이 확인된 사례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이들은 "다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3건 발생했지만 모두 동물성 사료 급여 금지 조치 이전에 태어났거나(2건) 외국에서 수입된 소(1건)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안전성 논란을 일축했다.
"쇠고기 협상, 여론을 가지고 하는 것 아니다".. '재협상 불가'
이날 담화문 발표 뒤 이뤄진 질의응답에서 이상길 농수부 축산정책단장은 재협상 여부와 관련해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 등 국제적 기준이 바뀌기 전에는 양국대표가 서명하고, 농림부 장관이 고시한 것이기 때문에 재협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그는 "위생조건협의는 여론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과학적 근거와 기준을 갖고 해야지 여론이나 정치적인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수입 협상 결과를 비판하는 전국민적인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 '재협상은 없다'고 못 박은 셈이다.
한편, 이상길 단장은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 여부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타나내면서도 "OIE에서도 미국이 앞으로 전혀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광우병 걸린 소의 SRM을 제거하고 먹었을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실제로 0%는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그는 "지금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광우병 통제시스템과 쇠고기 생산시스템에서 (위험성이) 충분히 걸러질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2005년 '살코기도 위험하다' 주장.. "수입 막기 위해 한 주장"
한편, 이날 정부는 갑작스럽게 수입위생조건을 30개월령 이상 소까지 대폭 확대시킨 이유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나 기준에 따라 협의가 진행되다 보니까 우리 측 (과거) 주장이 설득력이 없었다"고 스스로 협상 과정에서 논리적 뒷받침이 부족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농수부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살코기와 혈액도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대해 이상길 단장은 "과거 '살코기와 혈액도 위험하다'고 한 것은 저희들이 일부 검증되지 않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해서 수입을 막기 위해서 한 것"이라며 "국제적인 검증이 안됐기 때문에 (이번) 협의 과정에서 인정받지 못 했다"고 말했다.
즉 2005년에 정부가 '살코기도 위험하다'고 주장한 이유는, 당시에도 과학적 근거가 없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였다는 얘기다.
그러자 "지금 정부가 'SRM을 제거할 경우에 안전하다'는 것도 여러 경합되는 과학적인 논리 중에서 유리한 것을 선택해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날선 질문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이상길 단장은 "당시에 살코기의 위험성을 제기한 것은 일부 실험실에서 제기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희들이 일본과 함께 제기를 한 것"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실험실 차원의 위험성이기 때문에 일반 자연감염 검사에서도 발생된다는 것을 검증할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해 저희들이 대응할 논리가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 단장의 설명과 달리 일본이 단순히 실험실 차원의 검증만 한 것은 아니다. 현재 일본은 여전히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을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위해 자국 내 350만 마리 모든 소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21개월령과 23개월령의 소가 광우병에 걸린 것을 밝혀냈다. 지금도 일본은 이 근거를 토대로 미국의 수입 개방 압력을 막아내고 있다.
"우리는 인간을 수입하는 게 아니다"
또 OIE의 광우병위험통제국 판정 기준과 관련해 '인간광우병 발생 여부 등이 반영되지 않아 너무 느슨한 기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상길 단장은 "우리가 인간을 수입하는 게 아니라 축산물을 수입하는 것"이라며 "개념을 분리해 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인간광우병이 많이 생겼다는 것과 그 나라에서 생산된 축산물이 광우병의 원인체에 노출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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