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반대에서 이명박 정권 탄핵으로
오늘(3일)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청계천 광장을 채우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스스로 만든 집회는 집회가 마무리될 시점에는 수만 명으로 채워질 태세다. 어제(2일)도 집회가 마무리될 즈음에 2만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로 확산되고 있다. 오늘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뿐 아니라 의료 민영화 반대, 대운하 반대의 구호를 외쳤으며, 한미FTA 반대를 외치고, 이명박 정권을 탄핵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데에는 인터넷 상의 카페들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이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라는 구호를 통해 시민들의 직접행동을 조직하고 있다. 이런 인터넷 카페들은 수십 개에 이른다.
“먹지 마세요. 청와대에 양보하세요”
오후 7시로 예정되어 있는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청계천은 들썩거리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준비한 유인물을 들고 시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학교와 얼굴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한 고등학교 1학년생은 “학교에서도 친구들이랑 광우병이 얼마나 위험한지 얘기했어요”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우리나라 주권도 팔고, 의료 민영화, 대운하 등으로 우리들을 못살게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 온 피켓을 들고 있었다. 피켓에는 “먹지 마세요. 청와대에 양보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청계천 갑을빌딩 앞에는 오후 3시부터 인터넷 카페 ‘정책반대 시위연대’(http://cafe.daum.net/OurKorea)에서 준비한 작은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작은 집회들은 청계천 곳곳에서 열렸다. 이들은 ‘아침이슬’을 부르기도 하고, ‘아리랑’이며 ‘애국가’를 불렀다. 다 같이 아는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다.
카페지기 시지프, “민중의 머리수가 권력이다”
▲ '정책반대 시위연대' 카페지기 시지프 |
‘정책반대 시위연대’ 운영진들을 만났다. 24세의 대학생 카페지기 ‘시지프’는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나쁜 말을 들었다. 시지프에 따르면 경찰은 낮 집회의 참가인원을 60명으로 제한하라고 했고, 신고 인원을 넘길 시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음향시설이 없어 민주노동당이며 진보신당 등에 연락했다는 이유로 “왜 불법단체와 함께 하는가”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경찰은 민주노동당 등 25개 단체를 불법폭력시위 단체로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집회를 지켜보던 종로경찰서 정보과 형사는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경찰의 협박에 정책반대 시위연대 운영진들은 참가인원을 60명으로 축소해 공지했다. 시지프는 “더 많은 시민들의 참석을 독려하지 못해 안타깝다”라고 전하고, “카페에서 제안해서 집회를 열긴 했지만 이제 청계천 집회는 카페만의 집회가 아니라 대한민국 시민 전체의 것이 되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상업적인 정책만을 추진하고 있어서 사람의 인권이나 생명보다 얼마나 많은 돈이 남는가에만 집중하고 있어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지프는 “시민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이명박 대통령이 긴장할 것”이라며 “민중의 머리수가 권력”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시민들을 정치로부터 끊임없이 분리하려는 이명박 정부, 그러나...
시지프가 겪은 일에서도 드러나듯이 경찰과 이명박 정부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움직임에서 정치성을 배제시키려 안달이다. 김대은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국민의 불안을 볼모로 대안 없이 정치적 선동만 추구하려는 일부 무책임한 인사들이 국민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제 집회에서도 구호와 발언, 선전물 등이 제한되어 논란이 되었다. 어제 집회를 주최한 ‘2MB 탄핵연대’ 회원은 “문화제로 신고해 집회로 확대되면 내일 촛불 문화제를 경찰이 불허할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에 어제 집회에서 미친소닷넷 회원들은 “우리는 시민사회단체, 정당, 국회의원들과 폭넓게 연대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누가 어떤 정치색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고,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고, 대운하를 반대하고, 이명박 정부가 기업들의 이윤만을 추구하고 있는 정책 전반을 반대하는 사람이면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을 탄핵시켜야 한다는 인터넷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이 8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청계천 광장에는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촛불이 넘실거린다. 시민들의 즐거운 정치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