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서울교육청, 촛불문화제 귀가지도 교사동원 물의

학생들, 오죽하면 저희가 거리로 나오겠어요

6일, 청계광장과 여의도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촛불을 든 이들로 메꿔졌다. 이렇게 모인 인원만 청계광장에 3천여명이 모였다. 같은 시각 여의도 광장에는 9천여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계광장에 모인 학생들은 "광우병 위험 소고기, 절대 수입반대"를 외치며, 촛불과 구호가 적인 종이를 들고 있고 이들 사이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볼 수 있었다. 청계광장 주변에는 말끔한 복장의 어른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들 귀가안전지도하라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생활지도부장 교사는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이날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오후에 두가지 메세지를 받았다.

"촛불문화제 관련 학교생활지도부장협의회 필참요 일시 금일 17:30장소 창덕여중"
"여의도에 학생수 증가하고 있음, 부장님들은 여의도로 이동하여 현장지도 바랍니다"

6일 서울시교육청은 오전에 긴급 교감회의를 열었고 오후에 유선을 통해서 각 학교 생활부장들을 5시 반까지 두군데로 모이게 했다. 여의도 근처인 윤중중과 청계천 근처인 창덕여중이 그곳이다. 참석한 교사들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학교별로 교사들이 참여했는지 안했는지를 점검하고 학생들 귀가안전지도를 하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서울시 한 중학교 생활지도부장 교사는 "있을 수 없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이게 뭐 불법시위도 아니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제인데 교사들 동원한다는 건은 말이 안된다”고 못박았다. 그는 “안전귀가지도라고 하지만 아이들의 집회 참여를 막으려는 구태의연한 보수적 사고방식”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생활지도부장교사가 나가서 아이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하겠는가. 또 학교에서 가면 아이들은 교사들에대한 불신을 갖게 될 것이다"며 "이같은 서울시교육청의 조치는 교육청이 책임을 면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이어졌다. "정부가 정책을 잘못해놓고 밑에 교육청 단위 생활지도부장교사들을 동원했는데 우리들은 학교내에서 교육도 하고 생활지도도 하고 제일 바쁜 사람이다. 교사들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면서 일과후 강제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라는 것은 교육청이 둔 무리수다"라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에 또 교육청이 학생귀가지도를 위해 촛불집회장에 동원한다면 가지 않을 생각이다.

아이들 반발, 오죽하면 집회에 나오겠느냐

인천에서 왔다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은 "오죽하면 저희들이 집회에 나오겠어요. 선생님들은 무조건 하지 말라고 그러는데 저희들 먼저 지켜주시고 그런 말 했음 좋겠어요“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전교조 서울지부, 교사 동원 중단 촉구

한편,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송원재)는 6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앞장서서 ‘학생 보호’, ‘현장 집회 참석 학생 조기 및 안전 귀가 지도’, ‘학생 신분 식별 및 집회 참여 여부 확인’이라는 지침을 시달하고 관료적 행정 체계를 이용하여 집행한 것은 ‘민주 시민의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자 본연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평했다.

또한 이는 “교육 행정의 담당자들이 교육자임을 포기하고 스스로 정권 안보를 지켜내는 방패막이로 전락하였음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정권 안보에 교사를 동원하는 군사 독재적 구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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