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16일 쇠고기 협상 파동에 대해 "무조건 미국을 편들거나 현 정권이 보수정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현 정권을 두둔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다"면서 정부와 여당,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GATT 20조에 근거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재협상과 국정조사 실시를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의 이날 기자회견은 재협상을 주장하는 자신을 '반미 세력'으로 몰아가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한편 쇠고기 파동으로 말미암아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현 정권과는 '차별화된 보수' 이미지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재협상 통해 협정문 5조에 검역주권 명문화"
이 총재는 쇠고기 협상 파동에 대해 "지금 거론되는 해결 방안은 전혀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광우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태 해결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내가 다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를 밝혔다.
이 총재는 "우리의 검역주권을 포기한 점이 이번 쇠고기 파동의 핵심 쟁점"이라고 규정하며 "'OIE(국제수역사무국)가 미국의 광우병 관련 지위를 하향 조정할 경우에만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도록 한 협정문 5조를 삭제하자는 주장과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별도 삽입하자는 주장 모두 불확실하고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GATT 20조가 비관세장벽 목적으로 원용될 수 없도록 하는 조건상 자국민의 건강에 위험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엄격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국제적으로 성공한 전례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더구나 "GATT 20조를 근거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경우 '위장 무역장벽'을 친 것으로 반박당할 수 있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협정문 5조의 단순 삭제나 GATT 20조로 검역주권이 보장될 수 없으며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분노한 국민을 또다시 기망하는 처사"라고 비판하며 "막연히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내용을 협정문 안에 넣으면 된다고 하는 주장 역시 광우병 발생에 대한 판단 주체와 방법에 대해 협상 여지가 남게 된다"고 정부 논리의 허점을 짚었다.
이어 그는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해법은 재협상을 통해 협정문 5조를 우리가 검역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일"이라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거나,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유사 사례(similar case)가 발생할 경우, 즉시(immediately) 한국은 수입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재발방지가 확실히 인정되었을 때 수입을 재개할 수 있다'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동물성사료 금지조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단순히 오역 파동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 다"라며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강화는 한미 간 쇠고기무역 재개의 전제조건이었다는 점에서 협정 자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중요사안"이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천 농림 즉각 해임해야"
이 총재는 "이번에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참으로 느낀 점이 많다"면서 "무조건 미국을 편들거나 현 정권이 보수정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현 정권을 두둔하는 것이 보수가 아니다. 책임 있는 보수라면 이번 쇠고기 파동의 핵심 쟁점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았어야 했다"고 못 박았다.
그는 "협정문의 잘못과 흠결을 자유선진당이 가장 먼저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언론이 이같은 내용을 바로 알리고 정부가 바로 대응을 했다면 문제가 지금과 같이 심각하게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보수집단도 우리가 제기하는 지적을 올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검역주권을 문제 삼는 자유선진당을 '반미'로 몰아붙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스스로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검역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현재 미국산 쇠고기를 미국사람이 먹고 있고 많은 국가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사실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반미주의나 반보수로 매도하는 자세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훼손할까 우려된다"고 거듭 질타했다.
끝으로 그는 "국제화시대에 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이제 그만 정국 안정을 위해 대통령이 특단의 결심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야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기 전에 먼저 최소한 농수산식품부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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