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안 고시를 연기하는 등 폭발직전의 국민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미 쇠고기 전면 개방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저항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각 인터넷 카페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광우병대책회의) 등은 17일 전국 곳곳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는 한편, 경기도 과천 지역에서 시작된 미 쇠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 걸기 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다.

광우병대책회의는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오후 7시부터 촛불문화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윤도현 밴드, 정태춘, 류금신, 블랙홀 등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광우병대책회의는 16일 "끊임없이 드러나는 결함도 모자라 이제는 정부 스스로 내세웠던 근거마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이상 책임자의 책임을 묻고 즉각 파면해야 한다"며 "협상을 무효화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16일 주장했다.

'미친소닷넷' 등 17일 거리행진 진행

한편, 경찰과 교육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미 쇠고기 협상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이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미친소닷넷'은 광우병대책회의 촛불문화제와 별도로 17일 오후 4시부터 명동에서 사전 집회를 갖는다. 특히 미친소닷넷은 이날 지금까지 촛불문화제 방식을 벗어나 가두시위를 진행하기로 해 주목된다.

미친소닷넷은 이날 명동 아바타몰 인근에서 사전 집회를 개최한 후 을지로 1가와 광교를 거쳐 청계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진행하며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미친소닷넷 뿐만 아니라 '5.17청소년행동 공동준비모임'도 이날 오후 시청 덕수궁 앞에서 '미친소, 미친교육, 청소년이 바꾼다' 주제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두 단체 이외에 인터넷 카페 이명박탄핵연대도 17일 여의도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거리 행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 쇠고기 반대, '촛불' 넘어 '현수막 운동'으로 이어져

이와 함께 경기도 과천 지역 한 시민단체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 걸기 운동'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이 운동이 확산될 조짐이다.

인터넷 카페와 각종 포털사이트 등에는 이 현수막 구입을 묻는 의견이 빗발치는 등 네티즌 사이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당초 이 운동은 과천 지역 교육 자원봉사 모임인 '맑은내 방과후 학교' 회원들이 자신들의 집에 현수막을 걸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터넷 등을 통해 이 운동이 알려지면서, "동참하겠다"는 이웃 주민들과 네티즌의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우병국민대책회의도 이 현수막을 500장 가량 제작해 17일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일부 동사무소 "현수막 걸기 자제하라"

한편, 과천 지역에서 이 같은 현수막 운동이 전개되자 과천시 일부 동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현수막 거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과천시 일부 동사무소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및 통장 등 주민 수십여 명에게 "쇠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 걸기 행위는 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자제와 주민들을 계도해달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맑은내 방과후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형원 과천시 의원은 이 같은 동사무소의 조치에 대해 "너무 황당하다"며 "동사무소가 정확한 법률적 검토도 하기 전에 주민들의 현수막 달기 운동을 불법소지가 있다며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주민들을 협박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