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미친소' 넘어 '미친 민영화'로 번지나

일요일에도 타오른 1만여 촛불 "각오하라 이명박"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이 의료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으로 옮아가고 있다. 시민들은 이제 이명박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추가 협상'을 위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직접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은 "닥 치고 재협상", "꼼수 그만 부려라"라며 정부의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조롱하고 있다.

일요일 저녁임에도 15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시민 1만여 명이 촛불을 들고 또 다시 모였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어린 학생들과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또 6.15 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 뒤 촛불집회에 참가한 통일단체 회원들도 많았다.

시민들은 이날 쇠고기 '재협상'을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한편, 이명박 정부의 각종 민영화 정책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광우병대책회의는 오는 20일을 '재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은 20일까지 정부가 재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15년 뒤에 이 대통령이 무슨 권한으로 수입 중단시키나"

집회가 시작되고 사회자는 "우리의 반격의 카드, 학생들의 방학이 다가온다"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참가자들은 "여름방학 다가온다. 이명박은 각오하라"는 구호로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장애인학교 교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을 '국민의 머슴'이라고 칭했는데, 주인에게 광우병 쇠고기를 먹이려는 머슴이 어디 있냐"며 "진짜 국민의 머슴이라면 먼저 먹어 보고 15년 뒤에 '주인님 괜찮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광우병대책회의가 설정한 '재협상 시한'을 언급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지금 이렇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며 "기회줄 때 국민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귀기울여라"고 충고했다.


시민 김 모 씨는 "광우병의 잠복기가 10-15년"이라고 말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한다고 하는데 15년 뒤에 무슨 권한으로 수입을 중단시킬 것이냐"며 "미국산 쇠고기는 절대 수입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산에서 왔다는 한 고3 학생은 "정부가 광우병 걸릴 확률이 로또 맞을 확률보다 적다고 하는데, 로또도 1주일에 몇 명 씩 당첨되지 않냐"고 꼬집으며 "답안지 없는 문제집 팔면 출판사 망하는 것처럼, 답 없는 협상을 한 이명박 정부도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해 집회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8시40분 경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숭례문, 명동, 종각, 광화문을 거쳐 시청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진행했다.

광우병대책회의는 오는 17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귀국 후 추가 협상 결과를 지켜 본 뒤 18일 집중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16일부터는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민영화와 대운하 등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을 주제로 한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영화 주제로 한 토론회에 300여명 운집

한편, 이날 시청 광장에서는 오후 5시부터 '촛불과 함께 하는 광장토론회, 촛불시위의 요구와 전망'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뿐만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 광장에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참여해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땡볕아래 진행된 토론회를 두 아이와 함께 지켜본 시민 류 모 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문제지만, 어떻게 보면 민영화는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문제인 것 같다"며 "오히려 민영화 문제에 시민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 씨는 "민영화하면, 왠지 '해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인데, 그 부정적 측면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의 실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쇠고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의 꼼수에 '진실은 가려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각기 다른 주제로 발표를 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 정책이 파괴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또 이제는 촛불이 쇠고기 반대라는 단일 이슈를 넘어 민영화를 화두로 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상표 국민건강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이 광우병을 주제로, 정태인 한미FTA공공서비스 TF팀장이 물.전기.가스 민영화 문제를,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가 방송 민영화 문제를,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이 한반도대운하를, 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팀장이 의료민영화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는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은 고려대 김지윤 학생도 참석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아래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주요 발언.

"민영화, 한번 되면 되돌릴 수 없어"


박상표 국민건강수의사연대 정책국장

더 이상 정부나 국회가 이번 협상의 문제점을 밝혀낼 수 없다고 본다. '국민CSI'를 구성해 이번 협상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달인이라는 코미디 프로가 있는데,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서도 달인이 있다. 다 퍼주고, 다 내주고도 '이익의 균형을 이뤘다'며 ' 재협상은 못 하겠다'고 하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꼼수의 달인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꼼수에 속지 않는다. 김종훈 본부장을 즉시 국내로 소환해야 한다.

정부는 대책위에서 발표한 7가지 최소안전기준 중 단 1가지도 협상 내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미국 축산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정부는 30개월 이상만 문제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다. 현지조사단이 조사한 30개의 미 도축장 가운데 10군데에서 내장 전체를 폐기 처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말은 미국에서 개와 돼지에게도 먹이지 않는 것을 한국에 수입하겠다는 얘기다. 원점에서부터 재협상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정태인 한미FTA공공서비스 TF팀장

정부가 주로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은 수도, 철도, 우편, 가스 등 망을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산업이다. 이 네트워크산업의 특징은 독점에 있다. 예를 들어 코레일이 전체 철도를 다 관장하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산업을 민영화 하면 하나의 기업이 다 가져간다. 이걸 다 살 수 있는 기업은 재벌 또는 외국기업 뿐이다.

이 같은 망산업이 민영화되면, 인구가 적은 시골 같은 데에는 전기 깔리지 않게 된다. 이윤이 남지 않으면 그 서비스는 없어진다. 예를 들어 철도 같은 경우 간선만 남고, 지선은 다 없어진다. 또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우체국을 이용하기 위해 면으로 나와야 한다. 시골에서는 신문도 볼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비용이 남지 않기 때문에 시골 지역에서는 단전.단수가 빈번히 발생할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물 산업을 민영화 한 뒤 수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인성 전염병이 급증했다. 또 미국 아틀란타 시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불을 못 끄는 일까지 발생했다. 물 공급에서 비용을 낮추는 하나의 방법이 물의 수압을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아틀란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화전에 호수를 연결했는데, 수압이 낮아 물이 졸졸 나오니 불을 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아틀란타는 프랑스의 수에즈라는 물 기업과 계약을 했었는데, 이 사건 이후 계약을 폐기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투자자 국가 소송제' 조항이 포함된 한미FTA 때문에 민영화가 되면 되돌릴 수조차 없다. 한미FTA를 폐기하지 않는 한 점점 더 민영화가 되지, 거꾸로 돌아갈 수는 없다. 때문에 민영화와 함께 한미FTA 체결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김지윤 고려대 학생

중고생들의 20%가 공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하고, 청소년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 이명박 정부는 학생들에게 더 경쟁하고, 더 공부에 시달리라고 하고 있다. 0교시 수업, 우열반, 야간자율학습 등 '줄 세우기'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일제고사를 부활시켜 초등학생들까지 줄 세우고 있다.

소위 SKY, 명문대에는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 2007년 기준 20%에 달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목고를 15%까지 올리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1%를 위한 강부자 정부의 진면목을 교육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줄 세우기'가 강화되고, 사교육 비중이 커질수록 돈 있는 사람만 대학을 가게 되고, 교육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대학등록금 1천만 원 시대 찍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전체 대학생 중 27%가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 또 이 중 20%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다. 대학자율화는 대학 재정을 자율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등록금 폭등을 초래할 것이다.

한편, 국립대 법인화는 대학 경영 성과에 따라 재정을 배분해 시장논리에 대학을 내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초학문은 재정지원이 되지 않고, 돈 되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학문에만 재정이 지원되게 된다. 교육부문에서도 정부는 대국민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청소년들이 미친 교육으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이 촛불은 미친소 뿐만 아니라, 미친교육에 반대하는 데 까지 나아가야 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모여 귀를 닫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어쩌면 기존의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다. 방송민영화는, 민영화라기 보다 사영화라고 부를 수 있다. 방송을 기업과 개인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KBS2와 MBC가 사영화되면, 부족하나마 지금까지 해오고 있던 공적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악착같이 방송민영화 하려는 이유는 우선, 아마도 방송 때문에 지난 10년 정권을 내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소한 '땡전뉴스'는 못 만들어도 정부 비판적인 프로그램 줄여보겠다는 심산이다. 또 MBC 자산 재평가하면, 최소 2조에서 최대 10조원이라고 한다. 이것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대기업밖에 없다. 방송사영화는 대기업과 신문기업에게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 이해를 대변하는 비지니스 프렌들리 방송을 만드는 게 방송 사영화의 또 다른 이유이다.

또 사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방송통제를 위한 기도이다. 방송통제는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일어나고 있다. KBS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이미 이사장을 내보냈고, 이사들을 회유하고 있다고 한다. YTN 등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의 언론특보를 사장으로 앉히고 있다. KBS 정연주 사장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는 내용에 간섭하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은 내보내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방송사영화는 방송통제의 한 수단이다.

프랑스에서 우파 정부가 들어선 후 공영방송이 사영화됐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문제점 때문에 다시 공영화하려 했는데, 무척 힘들었다. 지금 한번 맺은 쇠고기 협상조차 되돌리기 힘든데, 방송 전체를 사영화하면 되돌릴 수 없다. 방송사영화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언론의 재앙이 될 것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대운하와 관련해 정부는 계속 말을 바꿔왔다. 처음에는 물류를 옮기기 위한 것이라 했다가, '이용을 안 할거라'고 하니 관광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 식이다. 한반도대운하와 같은 사업이 추진되려면, 자연적 조건과 내용에 대해 최대한의 연구와 조사 그리고 시뮬레이션이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환경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

운하라는 게 강에 배를 다니게 하기 위해 하는 건데, 우리나라 강은 바닥이 기울어져 있어서 댐을 만들어 유량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댐을 만들어 놓으면, 물이 고이게 되고, 그 물이 오염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운하를 만들려면, 강바닥을 파서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강의 바닥은 대부분 암반인데, 이것을 폭파시켜서 파야 한다. 이게 과연 가능하겠는가?

또 한반도대운하라고 하는데, 그 이름부터 허구다. 충청도운하라고 들어봤나? 지금 한다고 하는 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를 잇는다는 거지, 한반도대운하라고 부를 수 없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바다로 가면 28시간이 걸리고, 운하로 가면 36시간이 걸린다. 그런데도 이런 것을 하겠다는 것은 건설사와 토목자본만을 위한 것이다.

김종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실장

정부에서 국민건강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인수위가 공식적으로 정책 권고를 한 바 있고, 의료보험 민영화 역시 추진됐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국민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이 두 가지를 철회한다고 했다. 그래서 의료민영화는 안한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말이다.

의료는 사회공공의 책임인데, 이를 개인과 기업에 넘기겠다는 것이 바로 민영화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의 핵심은 현재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두 가지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이 60% 수준인데, 이명박 정부는 이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보장하지 않는 영역을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이 처음에는 60대40 비중으로 출발하겠지만, 신의료기술의 등장 등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민영의료보험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민영의료보험은 돈 있는 사람만 들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가족 중 한명이 직장보험에 가입되면, 다 혜택을 받지만, 민영의료보험은 개개인마다, 또 암 등 질병 마다 따로 가입을 해야 한다. 그만큼 민영의료보험은 훨씬 비용이 많이 든다.

또 영리병원 허용은 병원이 환자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도록 만든다. 인도 송도에 외국인병원은 실진료비가 보통 병원에 비해 9배 내지 15배까지 비싸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의료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 등 의료민영화를 직접적 방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우회적인 방식으로 건강보험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정말 의료보험 민영화를 안 하겠다고 한하면, 영리병원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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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 촛불집회 , 의료민영화 , 광우병 , 쇠고기 , 교육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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