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과 관련해 16일 오전과 오후 각기 다른 결과를 발표하며 우왕좌왕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이 같은 '말 바꾸기'에 야당들은 "추가 협상은 공수표로 끝났다"며 더 지켜볼 필요도 없다는 분위기다.
외통부 오전엔 "시간 더 필요. 향후 협의".. 오후엔 "미 요청 있어 귀국 연기"
이날 오전 10시 외교통상부는 추가협상 결과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양측은 상호 만족할만한 해법을 도출하는데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통부는 이번 협상의 주요 관심사인 연령 제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측은 30개월령 이하 쇠고기 수입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다소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협상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외통부는 "이에 따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단 15일(현지시간) 뉴욕을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외통부는 "향후 양측은 외교채널을 통하여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추가협상 사실상 결렬' 제하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들은 일제히 '예상된 결과'라며 재차 재협상을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잠정중단일 뿐 협상 결렬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파문이 일자 청와대가 외통부의 공식 발표를 부인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본부장이 하루 이틀 미국에 더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외통부가 불과 3시간 만에 말을 바꿔 "장관급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미측 요청에 따라 김종훈 본부장은 일단 귀국을 연기하고, 16일(현지시간)에 워싱턴에서 슈워브 미 USTR 대표와 협의를 갖기로 했다"며 공식 발표 내용을 뒤집었다.
외통부가 '협의를 더 갖기로 했다'고 급진화에 나섰지만,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 협상'이라는 정부의 장담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야당들 또한 추가 협상을 사실상 결렬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야당들 "추가 협상은 공수래공수거, 정부 또 공수표"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김종훈 본부장이 향후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얼토당토않은 합의 결과만 가지고 귀국하기로 했다가 다시 귀국을 중단하는 등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아무런 사전 조율도 없이 일정만 합의하고, 서둘러 장관급 회담을 시도한 정부의 무능력과 협상능력에 또 다시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변인은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를 절대 들여오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어제 오찬발언도 공수표가 되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쓸 편법도 없다. 대통령은 재협상을 즉각 천명하고 주권국가답게 당당하게 재협상에 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외통부의 첫 발표 직후 "김 본부장의 방미를 혈세낭비라고 지적했던 민주노동당의 경고가 허언이 아님이 입증됐다"며 "공수래공수거이고, 추가협상에 대한 파산선고"라고 규정했다.
박 대변인은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정부 측의 기대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오는 미국 측의 완강한 거부로 공수표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창조한국당 부대변인도 "준비 없이 황급히 싼 미국방문 보따리 쇼는 국민을 또 한번 기만한 꼴이 되어 버렸다"며 "정부는 더 이상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 운운하며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도 "쇠고기 전면재협상이라는 민심을 외면하고 민간업체의 자율규제라는 편법과 꼼수로 일관한 정부의 예견된 실패"라며 "쇠고기 전면재협상이 아닌 정부의 모든 후속 조치는 사후약방문 미봉책이자 꼼수라는 것을 오늘 협상 잠정 중단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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