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강제연행으로 불붙은 촛불

[20일 촛불집회] 재협상 촉구 48시간 비상국민행동 시작해

20일 밤 11시 15분경,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던 촛불집회의 상황이 급변했다. 광화문 사거리 비각 앞 1차선에서 시민 한 명이 경찰에 연행됐기 때문이다.

  한 시민의 연행 소직을 듣고 다시 모인 시민들이 경찰에 항의 하던중, 경찰이 라운드 티를 뒤에서 잡아당기자 괴로워 하는 한 참가자


  한 시민의 연행으로 다시 광화문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중 경찰에 항의하다 연행되는 일도 발생했다.


가두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10시경 광화문에 도착했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시청광장으로 이동했다. 300여 명의 시민들은 광화문 사거리 앞에 남아 평화롭게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었다. 11시, 경찰은 차량 소통을 시킬 것이라며 시민들이 인도로 올라갈 것을 요구했다. 일부 시민들은 완강하게 버텼지만 큰 마찰 없이 차량통행이 시작됐다.

  시민의 연행 소식을 듣고 모인 참가자중 한명이 구리스가 잔뜩 묻어 있는 경찰버스에 오르자 예비군들이 위험하다며 제지하고 있다.

하지만 광화문 사거리 비각 앞 1차선에 앉아 10대 청소년의 율동을 보던 50여 명의 시민들을 경찰이 강제해산시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경찰이 시민들을 인도로 강제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넘어지며 부상을 입었다. 흥분한 시민들은 경찰에게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한 명의 시민이 연행됐다.

  밤 11시 15분경 한 시민이 연행 됐다는 소식을 들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다시 광화문 차벽으로 모여 버스를 밧줄로 당겨내기 시작했다.

시청광장에 남아있던 500여 명의 시민들은 이 소식을 듣고 광화문사거리로 이동했고, 경찰도 경찰차로 경복궁 방향 도로를 다시 막았다. 시민들은 “연행자를 석방하라”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시민들은 경찰차를 밧줄로 끌어내기 위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버스를 끌어내려 하자 해산이 시작됐다.


시민들이 경찰차량을 끌어내려고 하자 경찰들은 강제해산을 시작하며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냈다. 시민들은 인도에 밀려서도 경찰의 강제연행을 항의했고, 경찰이 도로를 완전히 장악하자 시민들은 집단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1시 40분 경 차량통행이 시작되자 인도를 막고 있던 경찰 일부가 빠지자, 시민들은 다시 도로로 나오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차량소통 공간으로 나아가려하자 경찰이 다시 막았다. 경찰이 무리하게 차량을 소통시킨 결과 경찰과 참가자들 사이에 택시가 잠시 갇혀 버렸다. 참가자들은 경찰에게 "택시 할증, 요금내"라며 차를 막는 경찰을 비난했다.

경찰이 또 다시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시민 한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인도로 밀려난 시민들은 2시 30분 현재 횡단보도를 건너며 ‘준법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처음 들어보는 욕설, 말려들기 싫어 참았다”

집회대오가 거리행진을 마치고 광화문에 도착하고 구호를 외치던 중, 도로를 막은 경찰차 앞에서 욕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예비군복을 입은 한 시민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예비군 입은 XX들이 시위대 보호해서 나는 전경들 보호하러 나왔다”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한 여성이 그 시민에게 욕하지 말 것을 요구하자 그는 성폭력적 욕설을 쏟아냈다. 한 시민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자 “말려드는 거예요”, “알바라고요”라며 주변에서 만류했다. 몰려든 시민들이 냉정하게 대응하자 그는 몇 번의 욕설을 더 하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성폭력적 욕설을 들은 그 여성은 자리를 뜨며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녀는 “태어나서 그런 욕은 처음 들었어요. 조중동에 말려들어가는 거라 생각해 참았지만 너무나...”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같이 온 일행은 “보수들이 우리를 자극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직접 당해보니 참기 힘들었다”며 한숨을 지었다.


“촛불이 꺼지고 있다고? 쳇!”

‘촛불이 꺼지고 있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를 비웃듯 서울시청광장은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추산 1만여 명이 모였다.


  ‘촛불이 꺼지고 있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를 비웃듯 서울시청광장은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촛불집회 참여한 김이선 씨는 “촛불이 꺼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오늘 시청에 와보니 촛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며 보수언론을 질타하기도 했다.

7시 20분 경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시작과 함께 사회자가 “우리 모두 ‘아침이슬’을 사랑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좋아한다고 해서 더 이상 부르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자 시민들도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가 ‘아침이슬’을 금지곡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또한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의식한 듯 “꼼수는 어림없다”, “담화문에 속지말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중앙대학교 학생은 “명박산성을 쌓고 국민의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며 “광우병 때문에 촛불집회에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의료민영화, 물 사유화, 0교시, 한미FTA도 잘못됐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해남에서 온 한국기독교 장로회 목사들은 “추부길 같은 목사만 있지 않다”고 인사하며 “땅끝 마을 해남에서도 매주 목요일마다 촛불을 들고 있으니 촛불을 끝까지 지켜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9시 경 시민들은 21일 촛불집회 홍보 선전물을 거리 곳곳에 붙이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명동을 지나 광화문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48시간 비상국민행동 동참을 호소했다.

광화문에 도착한 시민들은 서울시청광장, 청계광장, 광화문 사거리로 흩어지며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서울시청광장에서는 영화 ‘식코’ 상영이,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는 민주노동당 길거리 토론회가, 청계광장에서는 KTX 승무지부의 작은 문화제 등이 진행되면서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의 첫 번째 밤이 시작됐다.

“정치가 엉망이라 국민들이 거리로”

꾸준히 촛불집회를 참석했던 KTX승무지부, 하지만 21일은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촛불집회 후 청계광장에서 작은 문화제를 통해 그녀들의 투쟁이 ‘진행형’임을 시민들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김진옥 KTX 승무지부 조합원은 “얼마 후면 공석이었던 사장이 취임한다고 해 마지막 기회라고 마음먹고 있다”며 작은 문화제의 뒷배경을(?) 설명했다.

800일 넘게 투쟁하는 그녀에게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촛불집회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가 부당해고를 당하면서 데모를 시작했듯, 국민들도 대통령이 정치를 너무 엉망으로 하니까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고맙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KTX 승무지부는 촛불이 처음 타오를 때 지쳐있기도 했고 촛불집회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도 되는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김진옥 조합원은 “(촛불과 사장 취임이) 좋은 계기라고 생각하고 힘을 내고 있다”며 촛불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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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 촛불집회 , 쇠고기 , 촛불문화제 , 광우병 , 쇠고기 , 4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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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x

    승무원들은 마음껏 선전하고 국민들에게 하소연하고 투쟁하세요.
    지금껏 열심히 해왔지만 촛불집회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며 한번더
    투쟁의 깃발을 올리세요. 노동자가 시민들과 융합해야 합니다.
    그곳에 길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노동자로 꽉 차야 합니다.

  • -_-

    좀 예비군복 입고 시위나오는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지도부가 아니라는걸 알았으면 한다 무슨 자격과 권리로 타인의 행동을 제지하나? 참나 가관이다 정말

  • 예비군에 대한 비판 맥락과 다른 것 같은데요.. 예비군의 행태도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욕설을 퍼붓고 간 사람도 동시에 문제가 있는 듯 한데.. 뭐..

  • 참내ㅜㅜ

    예비군복들은 소위 시위대중 '튀는(뭔가 해보려는 ?)' 사람을 제지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저항'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시위하고 있는 것이며, 그런 사람들을 자기들 편으로 붙잡아 두려는 것입니다.

  • 늦게서야 쓰네요. 예비군을 위장한 프락치가 촛불예비역이 등장한 후에 존재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촛불 100일을 맞이하는 이 즈음에 정부가 먼저 끄려고 하는 것이 촛불 예비역들이고 남은 인원은 고작 100명이 안되고 다수는 시민들을 위해서 대신 맞고 다치고 연행된 경험이 있습니다. 연행이 무서웠다면 군복을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하는 그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깝습니다. 고맙습니다, 촛불 예비역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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