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佛法) 집회'에도 5만여 시민 운집, 촛불은 계속된다

[4일 22:45] 시민들 "5일을 국민승리의 날로" 기약하며 해산

"소망교회, '소' 때문에 '망'해서 소망교회"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날 시국법회는 스님들과 불교 신자들 보다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더욱 눈에 띄었다. 2만여 명으로 시작된 이날 집회는 행진이 시작된 뒤 참여 시민들이 더욱 늘어 행진이 끝날 때 즈음엔 5만여 명에 달했다.

  법회를 마친 5만여 스님과 불자들,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이 연등과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참회의 108배를 드리는 스님들

  저녁이 되자 연꽃 치장을 한 촛불이 시청광장을 밝혔다.

행진 대열 맨 앞에 선 스님들은 연등을 들었고, 뒤를 따르며 합장을 하고 행진을 하는 불자들에서부터 '연꽃 촛불'을 손에 들고 행진을 하는 시민, 자신이 속해있는 각 단체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시민, 유모차를 끌고 행진하는 시민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함께했다.

은혜사 주지인 법화 스님은 시민들이 행진을 마치고 시청 광장으로 돌아오자 무대에 올라 "폭도 여러분, 사탄 여러분, 빨갱이 여러분"하고 시민들을 풍자해 부르자, 시민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어 법화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과 소망교회에 대해 "미친개에게는 똥이 약이야. 미친 미제 소의 똥을 먹여야 해"라며 "소망교회는 '소' 때문에 '망'했다. 그래서 '소망'교회다"라고 말해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스님들 "사제단 단식 농성 이어받아 촛불 지키겠다"

마지막 인사말을 한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은 "촛불대중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참으로 장한 일을 많이 하셨다"며 "여러분들의 촛불은 실종됐던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시켰고, 경제지상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우리 사회를 제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시민들을 격려했다.

이어 수경 스님은 "촛불대중이 무능한 정부와 정치권 보다 성숙한 자세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칫 촛불 민심을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의도에 휘말리게 되면, 잘잘못을 떠나 애써 이뤄낸 성과는 물론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힘을 보여줄 기회도 잃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경 스님은 내일(5일)로 예정된 대규모 촛불집회와 관련해 "내일은 지금까지의 촛불을 승화시켜, 국민승리의 날로 만들어야 한다"며 "절대로 정부의 유인에 넘어가 폭력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끝까지 평화적인 시위를 해 내일을 국민승리의 날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어 수경 스님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사제단의 단식 농성을 이어받아 끝까지 촛불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에게는 단순히 이날 집회가 불교의 종교행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듯 했다. 이날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불법(佛法) 집회'에 참여했지만, '재협상 하라'는 하나의 요구를 침묵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부와 보수언론들이 늘 그래왔던 것처럼 또 다시 '불법(不法) 집회'라는 이름을 붙일 지 지켜볼 일이다.

[2신 4일 21:15] "촛불을 지키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절을 올립니다"
'108 참회의 절' 올린 뒤 행진 시작

8시 30분부터 스님들이 '108 참회의 절'을 시작했다. 절을 할 때 마다 울려 퍼진 참회문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지 않는 대통령이 탄생하도록 제대로 주인 노릇을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아흔다섯 번째 절을 올립니다.

  108참회

"합법적인 방법이라도, 남의 몫을 남겨두지 못한 것이야 말로 도둑질임을 자각하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절을 올립니다"

"만일 사람 사이에 높낮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재산이나 신분이 아니라 사람의 품성에서 비롯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고 산 허물을 참회하며 절을 올립니다"

"하루하루 삶에 힘겨워하는 서민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땀이야 말로, 이 시대가 만들어낸 가난한 여인의 등불임을 잊고 산 허물을 참회하며 절을 올립니다"

"유모차를 탄 아이에게 물대포를 쏜 정부를 만든 허물을 참회하며 절을 올립니다"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지 않는 대통령이 탄생하도록 제대로 주인 노릇을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절을 올립니다"

"촛불을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지켜 내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며 절을 올립니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

'108 참회의 절'이 계속되는 동안 시민들도 함께 절을 하거나, 합장한 채 스님들의 '108배'에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108배'가 끝난 뒤 9시 10분부터 숭례문과 을지로를 돌아 시청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행진에는 등불로 장식한 대형 모형 촛불소녀와 부처님상이 선두에서을 시민들을 안내했고, 불자들은 "시민들의 뜻이 부처님의 뜻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연꽃이 된 촛불

  봉오리가 활짝 핀 연꽃 촛불

전종훈 신부 "고기도 먹지 않는 스님들이 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이에 앞서 이날 시국법회에 참석한 스님들은 결의문을 통해 "더 이상 공권력과 그에 결탁한 일부 언론에 의해 촛불의 순수한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 하나하나에 새겨진 비폭력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생명권 보호와 국민주권 수호를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들은 "이번 쇠고기 협상은 국가의 자존심을 버린 무능한 협상의 표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고시를 철회하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스님들은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과 시위 관련 구속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시국법회에는 천주교와 개신교 등 다른 종교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특히 연대 발언을 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는 연단에 올라 "고기도 안 드시는 스님들이 어찌 이곳에 나오셨습니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종훈 신부는 이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미워하는 사람이나, 미움으로 대하는 사람이나 그 누구도 재앙을 벗어나지 못하나니,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않아야지 큰 원수를 항복받게 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며 "촛불을 더 많이 더 높이 들 때 부처님과 하느님이 우리를 소원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1신 4일 19:40]"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 영혼까지 보인다"
'국민주권수호 시국법회'에 시민 2만여 명 운집

  시국법회에 참석한 스님들

  이날 시국법회에 쓰일 연잎 촛불을 만들고 있다.



4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국민주권수호와 권력참회를 촉구하는 시국법회'가 개최됐다. 이날 집회에는 불자들을 비롯해 시민 2만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오후 5시 50분 경 서울 종로 조계사를 출발해 거리 행진을 진행한 스님 7백여 명과 신도 2천여 명이 시청 앞 광장으로 들어서자 법고(法鼓)가 울려 퍼지며 이날 법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스님들은 합장을 한 뒤 삼귀의례(三歸儀禮), 예불, 반야심경 봉독 등을 진행했다. 스님들이 불교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시민들은 합장을 하고, 법회에 함께했다.

  이날 법회 합창을 위해 참석한 청룡유치원 아이들

  차분하고 엄숙하게 법회가 시작되었다. 시청광장에는 법고가 울려퍼졌다.

  불교의식과 함께 법회가 시작되었다.


수경 스님 "당신이 섬겨야 할 국민이 따로 있나"

수경 화계사 주지 스님(시국법회 공동추진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 자리는 두 달 넘게 생명을 살리려는 촛불이 타올랐던 곳인 동시에 물리력을 동원해 그것을 끄려는 국가의 폭력이 동시에 존재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수경 스님은 이어 "국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가 국가 폭력의 공포 때문에 주저앉고 말면, 인간적 자존 자체가 무너져 버리기 때문에 우리 생존 자체가 굴욕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촛불은 인간 존엄과 생명에 대한 경외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현 정부와 보수언론은 촛불 대중을 폭도로 몰아가려 했다"며 "참으로 초라한 발상"이라고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수경 스님은 이 대통령을 향해 "간곡히 바라온대 물리적 공권력과 보수언론의 방패에 숨지 마시고, 진솔한 인간의 모습으로 국민과 진정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국민이 절실히 바라는 소통의 형태는 대통령이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항복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일 것"이라며 "국민은 감동을 받고 싶은 것이다. '두 번이나 사과했는데, 또 사과하냐'고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강경 진압으로 의미를 잃고 말았다"고 이 대통령의 진지한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수경 스님은 이어 "물로 불을 끄려 하면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 더 큰 불로 세상을 밝히자고 대통령께서 제안하라"며 "나라의 주인인 국민과, 현재의 촛불 대중이 다르지 않다. 당신이 섬겨야 할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회가 시작할 무렵 시청광장


청화 스님 "죽고나면 황금산을 가진들 무슨 소용"

이어 무대에 오른 조계종 교육원장인 청화 스님은 법어를 통해 "쇠고기 문제는 잘잘못을 성찰해야 하고, 그 성찰에는 인간들의 불완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생명의 가치를 모르고 있다"며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광우병위험물질까지 그것도 아주 쉽게 수입한 대통령의 태도에는 경제를 위해서는 광우병쯤은 감수하라는 주문이 달려있다"고 비판했다.

청화 스님은 이어 "이 대통령이 주장하는 747공약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광우병에 걸려서 죽는다고 하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사람이 죽고 나면 황금산을 가진들 무슨 가치가 있겠냐. 인간의 생명 위에 존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경찰폭력과 관련해 청화 스님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 과연 민선 대통령인가라는 의구심까지 든다"며 "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잘못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통령으로서 막을 것을 막지 못하고,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하고, 주기만 하고 물러서기만 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재협상의 당위성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국민의 뜻을 좇아 재협상을 하고,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화 스님은 끝으로 이 대통령을 향해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에 영혼까지 보인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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