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무너지고 공권력 사유화 되면

[기고] 용산참사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무(義務)

6명의 고귀한 인명이 희생된 용산참사는 우리들에게 국가권력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 헌법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공화정(民主共和政)이 국체임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우리 헌법은 우리 나라가 법치국가(法治國家)임을 확인하고 있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은 우리 나라가 과연 위와 같은 헌법의 내용이 구현되고 있는 국가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공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는 강한 징후

먼저 용산참사 과정에서 공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 해도 아래와 같다.

① 2009. 1. 19. 모 철거 용역업체의 과장이 경찰의 호위 아래 철거민들에 대한 물대포 발사한 사실

② 2009. 1. 20. 새벽 진압이 개신된 이후 POLICIA(‘경찰’이라는 스페인어)가 적힌 방패를 들고 철거업체 3명이 경찰병력의 뒤를 따라 이동하여 남일당 건물 진입 시도한 사실

③ “용역 경비원들, 해머 등 시정장구를 솔일곱(지참)하고 우리 병력 뒤를 따라 3층에서 4층 그 시정장치 해제할 진중(진행중)입니다” 등의 경찰과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 사이에 무전교신이 이뤄진 사실

④ 2009. 1. 20. 06:41경 경찰특공대를 태운 컨테이너가 대형 크레인에 매달려 망루에 투입되는 순간 'POLICIA'가 적힌 방패를 든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이 남일당 건물 인근 건물 옥상에서 경찰과 함께 도열해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하여 많은 범죄 죄목을 붙일 수 있다.

위 ① 행위와 관련해서 그 철거업체 직원에 대해서는 폭행죄, 경비업법 위반죄를, 그러한 범죄를 제지하기 아니하고 이를 오히려 방조하거나 묵인한 경찰들에게는 직권남용죄, 직무유기죄 및 경비업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의 책임을 묻을 수 것이다.

또한 위 ② 행위에 대해서는 공무원자격 사칭죄를, 나머지 사실에 대해서도 위 ① 행위에 해당하는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범죄가 성립하는 것도 문제지만,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찰이 사인(私人)에 불과한 용역업체 직원들과 공동으로 진압작전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필자가 갖는 근본적인 우려는 경찰공무원이 전체 국민의 봉사자가 아니라, 철거용역업체 나아가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조합 및 시공사 등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고 봉사하는 자들로 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공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는 강한 징후인 것이다.

경찰력은 대표적인 침익적 행정작용이므로, 엄격한 절차와 충분한 법적 근거에 따라 엄정하게 집행되어만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위와 같이 법치주의, 공무원의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성 및 중립의무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위와 같은 원칙이 휴지조각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현실로 인해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 경악과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권영국 변호사와 오윤식 변호사가 6일 진상조사단 기자회견을 통해 용역이 저지른 범죄를 고발하고 있다.

우리 헌법의 근본원칙인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강한 징후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용산소방서가 작성한 ‘용산 남일당 시위사고 관련 단계별 현장대응상황’에 따르면 △2008. 1. 20. 02:13 경 남일당 건물의 3충 계단에 적치된 폐목재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 △2008. 1. 20. 03:06 경 위 건물의 3층 부분의 폐목재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 △2008. 1. 20. 04:26 경 위 건물 2층에서 모닥불을 피운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소방관이 모닥불 끌 것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고, 이러한 점은 2009. 1. 19.과 20. 새벽에 여러 차례 나무와 폐타이어 등을 이용하여 불을 질렀다는 철거민들 및 목격자들의 진술과도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하게도 현존건조물 방화죄 등의 범죄가 성립한다. 필자가 이 지점에서 그러한 점만을 지적하고자 위와 같은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필자는 위와 같은 방화에 대해 취하고 있는 공권력의 태도이다.

그 당시 위 남일당 건물 주변에는 수많은 경찰병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범죄를 제지하거나 예방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이를 방조하거나 묵인하였다는 강한 의혹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수차례에 걸쳐 위와 같은 방화가 있을 수 있겠는가?

법치주의(法治主義)가 무엇인가? 인치(人治)를 했을 경우 나타나는 권력남용에 의한 인권침해 등 심대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공권력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신뢰를 부여하기 위하여, 법의 지배를 선언한,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원칙 아닌가? 그런데 이러한 대원칙이 법 집행 현장에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 금번 용산참사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더욱 우리를 분개하게 하는 것은 그러한 방화혐의자들에 대해서 객관의무(客觀義務)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검사들이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혐의자를 엄벌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용인하고 두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법치주의(法治主義)가 무너지고 공권력이 사유화되었을 때, 우리 국민들이 겪는 피해는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 아니 이 세상 어떤 독재체제보다 더 참혹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한 사태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 우리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는 국민들이 현 정부의 타락상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현 정부에게 그러한 잘못을 인식시키고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이를 외면한다면 현 정부와 우리 국민들이 맺은 사회계약(社會契約)은 깨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겠는가? 새로운 사회계약의 체결, 즉 정권교체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말

오윤식 님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으로 '용산철거민 사망사건 진상조사단'에서 일하고 있다.
이 글은 일부 언론에 동시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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