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노조 전임 활동시간 실태조사가 재계의 입맛에 맞게 발표되면서 21일 노동계가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심지어 전날 열린 10차 회의에서 노동계가 ‘조사결과’에 반발하며 항의하던 도중 헤럴드경제 인터넷 판에 결과가 단독보도 되면서 회의장 안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당시 노동계는 자료 표본 등의 문제점 때문에 수정과 추가자료 등을 요구하며 결과공개를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추측하건데 경영계든 노동부든 조사결과에 만족하는 쪽이 흘렸을 것”이라며 “뒤통수를 쳐도 이만저만도 아니고, 노동계를 작살내려고 작심을 하고 한 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근심위 운영규정엔 근심위원들의 동의 없이는 언론 인터뷰나 자료공개를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사용자 쪽 위원이나 공익위원이 자신들에 유리한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전체회의에서 노동계가 문제제기와 함께 수정을 요구하고 있던 중에 실태조사 결과가 유출되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된 데 대해서는 자료유출의 경위를 분명히 규명하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자료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공정성을 잃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실태조사단에 참가한 교수들의 자질도 도마에 올랐다. 박조수 근심위 위원(사무금융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실태조사단에 속한 모 교수는 근심위원들의 질의가 남았는데도 ‘수업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회의에 대충 참석했다”고 전했다.
또 공익위원의 공정성도 논란이 됐다. 박조수 위원은 “오죽했으면 회의에 참가하신 한 교수님이 ‘공익위원과 노동계 위원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공익위원이 사용자 쪽 위원보다 더 심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정부 의도 폭로에 무게
민주노총은 이번 조사결과 발표 회의를 통해 근심위에 대한 판단을 일정정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노동부가 민주노총을 조직적으로 배제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고 봤다. 20%오차 범위내 표본을 사용한 것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자료를 표본에서 빼기 위해 설정했다는 것이다.
박조수 근심위원은 “민주노총이 3월 3일 근심위 참여를 결정했는데 29일에서야 참가할 수 있었다”면서 “이 26일 동안 노동부는 민주노총을 전략적으로 배제한 채 기본공정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이러면서 사실상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실태조사서를 작성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노총은 31일로 마감인 실태조사 마감을 4월 6일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근심위에 사용자 쪽 조사결과만 나갔을 때 한 쪽 결과만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우리연맹은 정말 고생해서 열심히 작성해서 가져갔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뺐다”고 반발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도 “실제 실태조사 질문사항은 제가 현대자동차 현장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지만 자료를 찾기도 힘들 지경이었고, 회사 노무 담당자들조차 자기들이 답변하기 어려울 정도 였다.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실태조사단에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미 결과는 나와 있고 오차범위도 그 결과에 맞추기 위해 설정한 것”이라며 “정부는 노조활동 무력화라는 결론을 내고 현장실태조사를 자기 입맛대로 했다. 근심위가 요식적인 절차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희성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애초 무엇을 더 받을지를 논의하기보다 근심위가 어떤 의도로 진행되는지를 지켜보고 정부의 취지를 폭로하는데 의미를 뒀다”고 밝혔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도 “현대 기아차는 노사 모두 조사결과에 응하지 않았다. 이렇듯 실태조사가 현재 있는 사실조차 왜곡하는 조산데 무슨 가치가 있느냐”며 “애초에 타임오프 시간을 늘리러 들어간 것도 아니고 노조가 노무부서 2중대로 전락할 위험을 폭로하러 갔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노사간에 심각한 의견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면위 실태조사단이 무리한 결론을 강행한 점과 원자료의 공개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위원회의 회의진행 방식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는 어렵게 도입된 타임오프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합리적인 틀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근면위를 파탄으로 이끄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점에서 당사자는 이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국노총은 "별도의 근거와 요구에 근거하여 현 실정이 잘 반영된 합리적인 근로시간면제한도를 확보해 노동조합운동을 지켜내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투쟁해나갈 것을 100만 조직의 이름으로 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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