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개 단체 “정부, 유엔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안보리 서신에 ‘이적행위’ 운운은 국제적 망신..강경외교 실패 도피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지난 11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15개국과 유엔 사무총장실에 천안함 침몰 관련 입장을 전달한 것을 두고 정부, 한나라당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진행되자 202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천안함 안보리 회부 문제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가 국제사회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맞섰다. 특히 정부의 국가안보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자는 주장을 두고는 파시즘적인 사고라고 강하게 비난했고, 남북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외교, 안보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언론, 인권, 학술, 교육, 평화, 노동, 법률 단체 등 20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6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연대의 안보리 서한발송에 대한 정부의 마녀사냥식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과 국회 국정조사 실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참여연대 같은 NGO들이 국가외교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이를 UN에 전달하는 일은 유엔에선 일상화된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국제회의에 참석해 국가를 감시하는 활동을 해온 활동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결의안에 그 나라 NGO가 감히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유엔에서는 놀라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용석 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참여연대 서신을 계기로 벌어지는 여당과 보수 언론, 보수단체의 마녀사냥식 매카시 선풍을 보며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다”며 정부태도에 강하게 우려를 나타냈다. 이용석 대표는 “국회진상조사 특위도 잘 가동이 안 되고 중국과 러시아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 조사단은 여러 가지 허점을 제기하고 있다”며 “시민사회 단체가 미흡한 점을 충분히 숙고하라고 제기한 것은 우리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도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서한이 이례적이고 법을 어겼다고 하지만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미국 내 NGO들은 유엔을 통해 반대하는 국제기구활동을 했다”고 국제사회 관례를 소개했다. 정욱식 대표는 또 “2005년 NPT 7차 검토회의 때는 제가 직접 110개 국가의 대표들 앞에서 직접 연설을 하기도 했다”며 “부시조차 자신을 반대하는 NGO에 그런 식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도 “유엔 회의에 20년 동안 십 여 차례 참가했지만 시민단체는 자국정부와 대부분 다른 입장”이라며 “당연히 어느 누구도 자국 단체가 입장이 다르다고 이적행위라 한 적은 없다. 정말 몰지각하고 국제적으로 창피스런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게 이적행위면 감사원 조사결과 발표도 이적이고 매국행위”라며 “민심을 막으려고 천안함을 이용하려는 것 같은데 다가올 보권선거에서 또 천안함을 이용하면 정권은 자멸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시기 민교협 상임의장은 “MB정부는 세계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는 미국과 소련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평화를 위한 지역대표로 구성됐다. 이런 세계 평화 노력은 NGO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시기 의장은 “이미 지방선거에서 정부가 발표한 조사를을 국민이 안 믿어 여당이 참패했다”며 “아직도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독재정부의 오만방자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이강실 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천안함 진실규명 공동행동에서도 안보리에 서한을 보낼 계획을 검토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아예 모든 시민단체가 다 서한을 보낼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어떻게든 천안함 출구전략을 마련하려고 고심하고 있지만 국제사회 조롱거리만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참여연대 활동이 정부의 외교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외교정책은 정권이나 정부 관료가 독점하는 분야라는 고루한 인식을 잘 보여 주고 있다”면서 “북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 역시 다원주의 사회의 우월성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데서 연유한 기우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또 “정부의 합의기반 없는 위험한 강경외교가 실패할 상황에 직면하자 반북 여론몰이를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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