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원하는 비정규직·차별 없는 세상 꼭 만들고 싶습니다”

[연정의 바보같은사랑](82) ‘박정식 열사 전국 노동자장’을 앞두고

[필자주] 지난 7월 15일에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희망과 끈을 놓지 말라는 당부를 남기고 자결했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박정식 사무국장의 장례가 9월 5일 진행됩니다. 2004년 현대자동차 엔진부에 입사한 박정식 사무국장은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아산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하여 선전부장과 사무국장 등 노조 활동을 하며, 75일 간의 양재동 노숙농성에 참여하는 등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헌신적으로 함께해 왔습니다.

8월 31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서 열린 ‘현대차 2차 희망버스’에 故 박정식 사무국장의 어머니 이춘자 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대오 한 귀퉁이에서 박정식 사무국장의 사진이 담긴 피켓 옆에 앉아계시던 이춘자 님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이날, 이춘자 님은 희망버스 손수건을 손목에 묶고 ‘박정식 열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추모 결의대회’ 무대에 오르셨습니다. 故 박정식 사무국장의 어머니는 대법원 판결을 지키지 않아 자신의 아들을 죽게 만든 현대자동차와 정몽구 회장을 규탄하고, 아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정몽구 회장이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아들의 한을 풀기 위해 비정규직 없고,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해달라는 부탁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몽구는 대법판결 이행하라! 정몽구는 정식이한테 사죄하라!”는 구호를 선창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춘자 님은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이야기하던 정몽구 회장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아들의 소원이던 ‘불법파견 정규직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아들의 장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53일 만에 먼 길 떠나는 박정식 사무국장. 그 길이 외롭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고, 이후 투쟁에 대한 다짐과 격려의 마음을 나누어주길 부탁드리며 2차 희망버스에서 이춘자 님이 하셨던 발언 내용을 올립니다. 원활한 가독을 위해 일부 문장을 수정하였음을 밝힙니다.



우리가 어떻게 조합을 지키고 끌어 나가야 될까를 고민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10년이 된 우리 조합입니다. 많은 동지들의 아픔 그리고 기쁨을 함께 나눈 그런 조합입니다. 현대차는 우리가 현장에서 라인을 세우는 그런 투쟁이 아니라 우리 조합이 제대로 올바르게 서있는 것을 제일 두려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의 요구가 쟁취 되리라 생각합니다. 조합의 중요성 그리고 힘은 그렇게 나오는 것이 아닌지요.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제일 무서운 적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2013년 5월, 故 박정식 사무국장이 아산 사내하청지회 카톡방에 남긴 글 중에서


[출처: 박정식열사투쟁대책위]

현대차 정몽구가 제 자식을 죽였습니다.

정식이 엄마입니다. 우리 정식이가 죽은 지 벌써 50일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차가운 냉장고에 저렇게 있는 우리 정식이. 누구 때문에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누구 때문에 이렇게 죽었습니까? 옆에 있는 현대차. 현대차의 정몽구. 정몽구가 저의 자식을 죽였습니다! 저의 아들, 저의 아들을 정몽구가 죽였습니다!

대법원의 판결만 이행만 했어도 우리 아들 안 죽었습니다. 정몽구, 가진 자가 왜 법을 어깁니까? 법이라는 게 약한 자 없는 자를 위해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 법은, 우리나라에서 법은 강한 자 돈 있는 자 이 사람만의 법입니까? 대법원의 판결이 났어도 그 법을 이행하지 않아 젊은이가 우리 아들이 한창 일해서 재밌게 살아야 될 나이에 세상을 원망하면서 죽었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 그걸 외치다가 죽었습니다.

  8월 31일, ‘현대차 2차 희망버스’에서 발언 중인 故 박정식 사무국장의 어머니 이춘자 님

엄마, 나 정규직 될 거야

여기 와서 들으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또 죽었다고 하네요. 왜 우리나라가 자꾸 이런 추세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이 너무 많습니다. 지금 계약직들 알바생들 그리고 다른데서 일하는 사람들 얘길 들어보면 거의가 다 비정규직입니다. 여기 모이신 모든 여러분, 희망버스에 같이 올라타신 분들. 비정규직 판결만 나면 정규직이 된다고 우리 정식이가 집에 와서 얘기했습니다. “엄마, 나 정규직 될 거”라고. 그러면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근데 그해 겨울이 지나 봄에도 안 되서 제가 물었어요. 왜 여적지 안 되냐고. 커트라인에 걸리느니 뭐니 그러더라고... “무슨 커트라인이야. 판결이 났으면 되는 거지. 그게 뭐냐?” 그랬더니 그게 걸린대요. 그러다 보니까 또 지금까지 왔습니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김성민]

우리 아들이 원하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

3년이 지났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지도 않고,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희망버스에 오신 여러분들은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단체에서 오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저희 아들의 한, 저희 아들이 꿈꾸던 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 여러분이 꼭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희망버스에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다 타서 이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을 우리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큰소리로 외치고, 이 목소리가 더 큰소리가 되어 우리나라가 떠나갈듯이 외쳐서 우리 아들이 원하는 이런 세상 꼭 만들고 싶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쇼. 여러분이 도와주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꼭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쇼.


돈의 노예, 정몽구는 꼭 사죄해야

우리 정식이 장례 치를 수 있도록 정몽구는 꼭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들을 정몽구가 죽이지 않았습니까? 근데 아직 사죄도 안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여 놓고, 사람을 죽게끔 만들어놓고 왜 사죄를 안 하는 겁니까? 그게 인간입니까? 그게 인간이냐고!! 인간의 양심이 있다면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건 인간도 아니에요!! 정몽구는 인간도 아니고 완전 돈의 노예입니다!! 돈만 눈에 띄는 돈의 노예!! 그렇습니다. 돈의 노예에요. 돈의 노예는 나중에 결국은 돈에 얻어맞아 죽겠죠. 그런 날이 올 겁니다. 여러분! 우리 정식이의 한, 꼭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께서 한목소리로 우리나라가 떠나갈듯이 크게 외쳐 주면 분명히 비정규직 철폐되고, 정식이의 한도 풀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여러분 도와주세요. 그리고 저도 한번 외쳐보겠습니다. 여러분도 같이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정몽구는 대법판결 이행하라!!!
정몽구는 정식이한테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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