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는 서글픕니다"

[기고] 장애인과 사회복지 개혁을 위한 길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쓰레기차 피해서 여기로 왔더니 똥차에 치이게 생겼습니다. 절대 똥차로 보이지 않는 멋진 차가 사실은 뱃속에 똥을 가득 싣고 저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습니다. 피해갈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었습니다만 똥을 덮어쓰기로 했죠. 덮어쓰기로 마음먹기까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더 빨리 덮어쓰고 싶었는데 똥이라는 놈이 워낙 더럽고 냄새나는 놈이라 이리저리 망설이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자면 이렇습니다.

2006년 10월 어느 날 지금의 장애인시설을 직장으로 인연을 맺게 된 사회복지사입니다. 입사하기 전부터 시설에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좋지 않은 문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터라 주위의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도 제가 알고 있던 문제가 왜 노동조합 때문에 발생하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갔습니다.

노동조합 때문에 시설이 시끄럽다.. 노동조합 때문에 시설 이미지가 나빠져 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노동조합 때문에 될 일도 안 되고 할 일을 못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에는 저도 노동조합 때문에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입사하기 이전에 알았던 문제가 노동조합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관리자들이었습니다. 온갖 부당하고 불합리한 명령과 과중한 업무지시에 시달리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오직 감시하고 징계를 하기 위해 복지사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없을까 눈이 뻘게서 돌아다니는 관리자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죠. 마땅히 시간이 흐를수록 노동조합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함께하고 싶었지만 개인사정상 그럴 수 없었기에 조합원들의 노고를 외면한 채 뒤에 서 있기만 하였을 때 관리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라고 등 떠민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사회복지사 인원부족과 과중한 업무로 인해 보수 없이 시간 외 근무를 더 하고 있었는데 두 배에 가까운 시간 외 근무를 더 하라고 업무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그것도 어떠한 논의나 의견제안 없이 순전히 일방적인 관리자만의 어처구니없는 명령으로 시설을 휘저었습니다.

소귀에 경 읽기는 이런 것이다 라는 속담을 손수 가르쳐 주려는 듯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업무지시라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또 하고 다시 설명하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설득해 봤지만 결국 관리자가 생각했던 대로 근무표를 작성하여 시행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니까 2교대 근무로 바꿔서 시행하도록 지시하였고 또 얼마 뒤 근무표를 바꿔서 다시 시행하도록 지시를 하였습니다.

이런 부당한 일들로 교사들은 모두 관리자들에 대한 불신과 억울함에 치를 떨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 준건 오히려 관리자들이었습니다. 그 점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해도 해도 너무하니까 오냐 한 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덕분에 지금은 수백만 노동자들과 같은 길을 걷는 조합원으로 당당히 맞서고 있습니다.

오늘도 130kg에 육박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힘겨루기를 하다가 팔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신지체장애인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 주다가는 끝이 없겠다 싶어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자제를 시키는데 그 장애인은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끝까지 하고자 하는대로 고집을 부립니다. 제 손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습니다. 물론 장애인들의 과잉행동으로 생긴 상처입니다. 그런 상처를 집에 있는 아내나 어른들이 보면 얼마나 속이 상하시겠습니까? 물론 스스로 몸을 돌보지 않은 제 책임도 큽니다만 그만큼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고충과 현실을 제대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관리자들 눈에는 교사들이 다 일은 안하고 노는 줄 압니다. 말로는 고생이 많다.. 좋은 일 한다.. 하면서도 조그마한 문제가 생기면 바로 교사들 책임으로 몰아버립니다. 책임추궁만 있을 뿐 대책이나 논의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글퍼도 함께 하는 동지들이 있어 즐겁습니다. 힘들지만 술 한 잔 기울이며 넋두리 할 수 있는 지인들이 있어 두 번 즐겁습니다. 그리고 속을 확 뒤집어 놓을 때도 있지만 순수한 웃음을 주는 장애인들이 있어 세 번 즐겁습니다. 지금은 즐거운 일이 세 가지 밖에 없지만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우리도 그리 만만하진 않을 것입니다. 장애인들과 사회복지 개혁을 위 하여 끝까지 함께 가렵니다.
덧붙이는 말

최범근 님은 공공노조 대경지역지부 영천팔레스지회 조합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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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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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진

    저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요 암튼 참 잘 읽었습니다~ 글에서 굳은 의지와 힘을 느끼고 갑니다!

  • 학교

    어,,,알고 있는 내용과 너무 차이가 난다. 노동조합이 현 이00원장, 00백,00욱,00옥 등이 결탁하여 오래동안 시설을 위해 고생한 관리자와 직원을 몰아내는데 일등공신이였다고 아는데 그리고 몰아내고나니 그리고 나니 발등찍힌걸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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