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2007년 여름빈민현장활동(빈활)'이 시작됐다. '숨은 빈곤찾기'라는 이름이 붙여진 올해 빈활은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준), 전국빈민연합,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등 빈곤관련 사회단체들이 주최했고, 오는 6일까지 진행된다. 빈활 기간 동안 학생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노숙인, 최저생계비, 의료급여, 주거권, 사회서비스 공공성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빈곤 이슈들에 대한 교양과 빈곤당사자들과의 직접적인 연대의 기회를 갖게 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번 빈활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 빈곤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빈활 참가 학생들이 보내온 참가기를 연속으로 싣는다.[편집자주]
신문을 즐겨보는 저는 항상 여러 신문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빈곤의 문제, 구체적으로 사회 양극화, 절대 빈곤 등에 대해 자주 접하였었고 이번 기회에 이를 몸소 체험하자는 목적을 갖고 참가했습니다. 빈활 네 번째 날에 다루어본 내용들은 장애인 이동권, 공공서비스, 활동보조사업 그리고 홈에버 파업사태입니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신용산역에 있는 철도문화웨딩홀에 모여서 철도․교통 안전네트워크에 소속된 분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장애인분과 함께 모둠을 꾸려 교통과 관련된 다양한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저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시는 장애인분과 함께 저상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영등포역까지 가는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평소에는 아무생각 없이 지나치던 장애인전용 엘리베이터나 휠체어리프트를 장애인분과 함께 사용해보니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매우 열악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저상버스, 그나마 저상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님이 휠체어가 올라오도록 돕는 지지대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지하철역에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단 하나뿐이어서 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20분이 넘도록 횡단보도를 찾아 헤매기도 했습니다.
미션을 모두 수행한 후 영등포에서 장애인의 이동권과 사회서비스에 관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평소 지하철 재정이 적자이므로 지하철 요금을 어느 정도는 인상해야한다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를 했던 저는 지하철의 재정적자는 건설부채 때문이며 지하철은 공공서비스이므로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궤도연대 간부 분의 말에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활동보조사업에 관련해 활동보조인에게 직접 활동보조를 받는 장애인분의 “당신들은 하루에 두 시간으로 씻고, 먹고, 입고, 외출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냐”는 발언을 통해 정부의 졸속적인 활동보조사업이 진정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아닌, 단지 보여주기 위한 정책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 후 기존의 일정을 약간 수정해 홈에버에서 파업하고 계신 이랜드 조합원 분들을 지지하기 위해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홈에버에 방문했습니다. 매장 침입을 호시탐탐노리는 용역깡패들에 맞서 투쟁하시는 여성노동자분들은 투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으며, 또한 우리의 지지방문을 환영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 투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자식들이 앞으로 우리와 같은 차별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더 열심히 투쟁하는 것이라는 한 여성노동자분의 말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붙여놓은 대자보를 보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분들이 겪어왔던 고통들을 진솔하게 담아낸 그분들의 대자보는 어려운 단어들, 화려한 미사여구들은 하나도 없었지만 화려한 미사여구들보다 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분들의 대자보에 있던 시 한구절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새색시의 꿈같은 붉은 앞치마가
생선 손질로 무수리 앞치마가 됐네
앞치마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나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꽃향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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