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수] 노동자의힘

세계화의 지역판, 특성도시에 맞서는 현장운동

[노동운동,어깨를펴고](10) - 현장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현장을 ②

산별시대 민주노조 혁신의 과제 - 생존권 투쟁과 계급적 단결!

산별시대 민주노조운동의 과제로 우선 떠올리는 문제는 생존권 투쟁의 문제이다. 요즈음처럼 어려운 시기에 신규노조와 투쟁사업장의 투쟁을 일신 시킬 수 있는가? 자본의 탄압과 공세의 양상은 훨씬 강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낳은 자본의 생존전략과 작지만 강한 정부를 지향해야 하는 국가권력의 노동 배제적 정책(법제도적, 공권력을 동반한 물리력) 때문이다.

당대 자본과 노동의 대리전, 또는 노자 간의 전선은 두말 할 필요 없이 투쟁사업장이다. 그것이 로템이나 쌍용, 두원 등 공장단위의 구조조정 투쟁이거나, 아니면 기아비정규직, 에바라, 한원씨씨, 이젠텍 등 신규노조건설 투쟁이거나, 또는 1000여 명이 넘는 노동자를 일시에 해고하는 삼성세콤과 같은 무법천지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이거나 간에...

더욱 노골화 되고 있는 노동탄압에 맞서 승리의 관건은 ‘연대’다. 과연 연대투쟁의 전선은 이상이 없는가? 나아가 다가온 산별시대 가장 기초가 되는 지역 산별 노동자연대의 전선은 확보하고 있는가?

최근 들어 경기지역의 경우만 볼때 에바라, 대양금속 등 신규노조 건설은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이젠텍은 지역 총파업이나 금속노조 소속 원청사의 연대파업은커녕 변변한 연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년이 넘어가는 장기국면에 들어서있다. 금속산별의 힘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생존권 투쟁! 산별시대 민주노조 혁신운동이 안아야 할 기본적 과제일 것이다.

두 번째는 비정규직 조직화를 어떻게 할것인가의 문제이다. 계급적 단결과 조직 확대의 과제이다.

혹자들은 10%대로 낮은 상태인지라 그것이 문제가 되어, 한국노총과 연대를 해야 하거나 통합(?) 도 가능하다는 논리까지 등장시키는 ‘노조 조직률’과도 다분히 관계된 문제이다.

낮은 조직율이 문제가 된다면 조직 확대의 올바른 전략은 무엇인가? 조직 확대 전략이란, 당연히 계급적 단결력을 높여내는 형식으로의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방안이다. 산별노조 시대의 ‘개별 가입원칙’ 즉, 조직 확대의 원칙이란 자본이 갈라놓은 경쟁과 분할구도를 극복하는 연대와 단결전략이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의 철폐, 동일노동 동일 임금의 실현, 그리고, 제반 노동자 민중들의 경제적 삶의 질의 확대 또는, 임금 노예의 족쇄를 끊어내는 지역과 전국의 노동자 민중정치의 전망을 내어오는 데에까지 나아갈 것이다.

다시 확인하건데, 민주노조의 조직 상태는 쪽수가 적어서의 문제가 핵심이 아니다. 그리고 산별시대 민주노조운동의 핵심 과제는 정규 비정규의 계급적 단결에 입각한 비정규 조직화이다.

05년 기아 자동차 화성공장에서 보인 사내하청 노동조합 건설 및 파업투쟁에서 보인 정규직 노조지도부의 파업 해태 등 단결력 저해 행태와 최근 쌍용자동차의 사내하청(이른바 협력업체)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인력구조조정 방안 합의는 현시기 자본의 분할구도를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단위사업장 노조운동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민주노조운동이 겪는 전반적인 양상이기도 하다. 반면, 구사대 깡패의 공장 난입에 맞선 현장조직을 중심으로 한 원하청 공동 연대투쟁을 통한 기아 비정규노조 사수와 ‘원청자 책임성 인정’의 단협 쟁취는, 산별노조 시대의 민주노조운동이 발전시켜야 할 조직 확대전략의 한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산별 시대 민주노조 혁신, 현장과 지역으로부터 전국으로

한편, 기본적인 생존권 사수투쟁과 조직확대(강화) 전략은 그 자체로 완결적일 수 없다. 역으로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은 한국사회 정치경제 정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노동운동의 전국 차원에서는 변혁의 전망을 담은 정치 전략적 의제를 만들고 이로부터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지역과 현장에서는 이를 실현하는 조직화를 꾀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비정규, 로드맵 등 노동의 제도개악이 완성된 2007년 정세는 더욱 이를 필요로 한다.

현시기 노동운동의 정치 전략적 담론은 신자유주의를 끝장내는 사회변혁전략, 곧 ‘노동해방’ 일 것이다. 이러한 노동해방의 기치를 실현시키는 공간은 바로 현장과 지역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 객관적 정세와 노동자 민중들의 고달픈 삶과 투쟁이 곧 사회 변혁적 운동으로 승화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민중들과 연관된 지역의 조건과 사안별 구체적인 쟁점, 그리고 여기에 사회변혁을 갈망하는 투쟁 주체들과 대중들의 투쟁들이 어울어 질때만이 현시기 조합주의에 매몰됨 없이 노동해방의 물꼬를 틔우는 운동으로 발전할 것이다.

생존권 투쟁을 넘어 산별 시대에 민주노조운동이 자기 임무로 삼아야 할 사회변혁의 구체적인 과제 - 반제 반세계화 투쟁!

한미FTA는 세계화 공세가 어떻게 한국사회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내주고있는 단면이다.

6차 협상을 지나면서 추상에서 구체로 현실화 되고 있는 한미FTA 에 맞서기 위한 대응은 아주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06년 7월 강력한 투쟁을 유보한 이유가 11월 투쟁을 별럿기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11월 투쟁은 벼르던 민중항쟁에 걸맞게 진행되었는가? 답은 부정적이었다. 그 나마 노동자 민중의 연대운동이 제대로 실천되었던 지역만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였을 뿐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세계화 개방화에 맞서기 위한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적 대응이 한참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의 경우만을 한정해볼때 ‘경제특구 도입’ 이라는 지속되었던 개방화 공세를 이슈화시켜내고 쟁점화 시켜내지 못하는 등 전략적 수준의 준비와 연결고리를 놓쳤기 때문이다.

한편,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맞선 평택투쟁 역시 06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다. 경제적으로는 한미FTA를 통한 세계화였다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미 제국주의 패권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무장한 세계화 공세였다. 그렇기 때문에 평택 투쟁은 이라크 평화운동에 걸맞는 국제반전 운동의 성격을 띠었으며, 연인원 수만에 달하는 노동자와 평화 애호가들이 결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06년에도 민주노조운동은 반제반전 투쟁을 확연한 자기과제로 만들어 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민주노조운동의 다수 진영은 줄기차게 ‘반미투쟁’을 구호로 설정하면서도 이 투쟁을 이라크 반전운동이나 한반도 및 동북아 반전운동으로 끌어 올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를 통한 신자유주의 개방화 공세, 그리고 한미일 동맹 등 한반도 평화문제가 더욱 정치사회적 쟁점과 대립을 낳고있는 07년 지금, 민주노조의 혁신을 자임하는 차기 민주노총의 지도부(각 산별 지도부)는 06년 평가를 통해 비판적으로 제기 되었던 반제반세계화 투쟁에 체계적인 준비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전국에서 지역으로, 다시 지역에서 전국으로

제주특별자치도시, 평택 경제자유특구, 각 지역별로 영어마을,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다양한 특성도시의 이름으로 침투되는 세계화 양상은 이미 전국적이다. 또한, 지역 공간을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 시키는 것이 세계화의 ‘지역판’ 이라면, 싼 노동력을 공급받고자 실시한 산업연수생으로 출발한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한국사회 정규비정규직 분할처럼 노동유연화의 또 다른 증거들이다.

한편, 지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장애, 여성, 교육, 의료, 문화, 환경, 공공 등 각 부문의 파괴가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곳이다. 그리고, 각 부문에서 파괴되는 제 권리는 당연히, 그리고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노동운동세력은 지역과 현장에서 각 부문의 제문제들을 받아안아야 하며, 지역 쟁점의 연관고리를 가지고 투쟁을 촉발시켜 나가야 한다. 그럴때, 변혁운동은 풍부해지는 한편 민주노조운동의 변혁성도 강화될 것이다.

[기획] "노동운동, 어깨를 펴고"

1회차(1월10일) 시론 : 노동운동의 의제설정 과제
2회차(1월10일) 산별과 지역(1)
3회차(1월11일) 비정규법안과 로드맵 이후 대응
4회차(1월12일) 산별과 지역(2)
5회차(1월15일) 민주노총 연대운동 짚어보기
6회차(1월16일) 사회연대전략 어떻게 할까
7회차(1월17일) 연금 개악 대응은
8회차(1월18일) 노사정위원회와 사회적 교섭 전술이 남긴 것
9회차(1월19일)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10회차(1월22일) 현장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현장을
덧붙이는 말

김동수 님은 평택노동자의힘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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