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해림] 충남대

석궁 사건과 무관하게 원점에서 판결해야

[석궁연속기고](6) - 김명호 전(前) 교수와 사법부의 가치판단

2007년 새해 들어 김명호 성균관대 전(前) 교수가 현직부장 판사에게 가한 석궁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지난 1월 15일 현직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쏴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교수는 심경의 일면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가해자는 내가 아닌 박홍우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국민 저항 권리에 의거해서 심판한 것이다. 법을 안 지키고 재판하는 사람에게 법을 맡길 수 없다. 국민들이 법을 지키는 나라가 되도록 살신성인할 것이다.”

이미 여러 신문매체나 TV, 매스컴 등에서 우리가 인지하고 있듯이, 김명호 전 교수의 사건에 대한 수학문제 오류의 진위판명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흔히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두 가지 부류의 판단을 한다. 하나는 사실판단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판단이 그것이다. 모든 사물, 현상, 사건, 행동에 대하여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은 동시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김명호 전 교수가 대학입시에서 수학문제의 오류를 지적했다”라는 진술은 사실판단이고, “김명호 전 교수가 대학입시에서 수학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은 옳다”라는 진술은 가치판단이다. 또한 “김명호 전 교수가 김 판사에게 석궁으로 위해(危害)를 가했다” 라는 진술은 사실판단이고, “김명호 전 교수가 석궁으로 김 판사에게 위해를 가한 행위는 나쁘다“라는 진술은 가치판단이다. 그리고 “김명호 전 교수가 수강생의 3분의 1에 해당 하는 학생들에게 F학점을 부여했다”라는 진술은 사실판단이고, “김명호 전 교수가 수강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F학점을 부여한 행위는 옳지 않다”라는 진술은 가치판단이다.

하지만 “김명호 전 교수는 교육자적 자질이 있다, 혹은 없다”라는 진술은 사실판단과 가치판단 모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다소 애매한 진술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어떤 대상에 대한 가치판단은 필연적으로 좋음과 나쁨, 혹은 옮음과 그름이라는 분명한 개념에 의해 내려진다. 따라서 김 전 교수의 입시수학문제 오류의 지적은 단순히 사실판단의 문제라기보다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이렇듯 이 사건은 수학문제오류에 대한 진위여부가 핵심적 관건이었다. 이 사건은 수학문제에 대한 오류의 지적을 당시 정황으로 보아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판결하였다.

지난 1월 12일 2심 재판부는 김 전 교수의 판결문에서 “입시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징계처분과 재임용 탈락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도 “대학교원이 갖추어야 할 다른 덕목도 갖추도록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의 상황에 비추어보아 김 전 교수의 재임용이 거부된 것은 시험문제의 오류에 대한 지적 사항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김 전 교수는 그해 출제교수들과 대학당국의 보복조치로 두 차례에 걸쳐 부교수 승진의 탈락과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이미 받은 바 있다. 결국 1996년 2월 그는 성균관 대학교의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이는 교수 재임용제에 의한 성균관대 역사상 첫 사례였다. 표면적으로 학교당국은 성균관대의 수학문제 오류출제의 실수를 지적한 김 전 교수의 사안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단지 김 전 교수가 제출한 논문의 부적격 평가와 교수로서의 품위 손상을 해직 이유로만 삼았다. 하지만 김 전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린 사실이 입시출제오류의 지적에 대한 보복성이라는 증거가 재판과정에서 곧 밝혀졌다.

그리고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즉 김 전 교수의 수학문제의 오류지적이 그 핵심 사안이 아니라 그의 교육자적 자질에 대한 부차적이라 할 수 있는 문제가 그 중심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재판부에서는 김 전 교수의 수학문제 오류지적에 대한 사실판단에 근거한 가치판단을 통해 이에 적합한 판결만 했다면, 이 사건은 그렇게 어렵게 꼬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을 입시문제의 오류에 한정하지 않고 학교 측에서 주장하는 김 전 교수의 교육자적 자질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버렸다.

다시 말해 당시 김 전 교수가 입시문제 오류를 지적하고 난 이후부터 재판부가 학교 당국에서 제시한 다분히 주관적인 교육자적 자질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사건의 본질을 비껴나갔다는데 있다. 또한 만보 양보하여 학교 측에서 거론한 김 전 교수의 교육자적 자질문제를 재판부에서 굳이 거론하고 싶었다면, 한쪽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학생 측에서 제시했던 반대 측의 내용들도 똑같이 공정하게 다루었어야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을 공정성과 객관성에 근거한 증빙자료에 의거해 판결하지 못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고난 많은 시민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아직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이 사건은 석궁사건과 무관하게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단지 이 사건은 고지식한 어느 수학자의 고집불통으로 인해 어쩌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회성의 사건이 아니다. 이러한 유사한 사건들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또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내부 고발 자에 대한 안전망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조직사회에서 내부 고발을 꺼려하는 이유는 내부 고발을 한 당사자들의 신분이 노출되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자들이 인내심이 부족하다든지, 성격이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한다든지, 다수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상황은 시정되어야 한다. 내부 고발제도는 우리들의 권리의식이 성장했을 때 가능하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내부 고발자가 이후에 받게 될 위협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내부 고발이 주로 권력남용, 사학의 비리, 입시부정비리, 대학 내의 논문표절시비 폭로 등에 대한 것이고 보면, 차후에 상급자나 상위 기관으로부터 혹은 보복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내부고발이 그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 안전망의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결론적으로 김 전 교수의 부장판사에 대한 석궁사건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에 대한 진위여부는 김 전 교수가 살인미수든 우발적인 행위였던 간에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에 근거하여 곧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왜 그가 이러한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했어야 했는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우리 모두 되물어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한 유사한 사건들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고발자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망의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며, 학교당국과 재판부는 이 사건을 통해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양해림 님은 충남대 철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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