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진]의 복지는 죽었다

삼성의 '사회 공헌'의 두 얼굴과 그 뿌리

삼성은 일류기업이다. 기업차원의 매출액 뿐만 아니라 그 외 여러 분야에서도 순위를 달리는 게 많다. 그 중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사회공헌'에 관한 것이다. 한겨레가 최근 '지속가능의 길'이란 기획연재 시리즈로 내보낸 기사 내용을 검색해 보면 위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전국 29개 계열사와 연구소, 병원을 포함하여 삼성문화재단과 삼성복지재단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2003년에는 연인원 43만 5천여 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같은 기간 공익사업과 기부협찬, 봉사활동 지원 등에 들인 예산은 3554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삼성의 봉사조직과 물량은 현재까지는 다른 기업과 견주어 독보적이라고 한다. 삼성은 '나눔 경영'이라는 경영전략까지 천명한 바가 있다.

삼성의 이러한 '나눔 경영'이 1위를 차지하는 영역이 또 하나 있다. 현행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국가 및 자치단체와 300인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체에 대해 상시 노동자의 2%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인당 월 48만2000원의 고용 부담금을 물리며, 이 기준 이상의 장애인을 채용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월 47만4천원 82만9천 원의 고용 장려금을 주기로 되어 있다.

바로 여기서 삼성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2% 장애인 고용 의무를 어기고 부담하는 고용 부담금액수에서 다른 기업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잠깐 기사를 인용해 보자.

"장애인고용 촉진공단이 10일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낸 '30대 기업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을 보면, 장애인 고용촉진법에 따라 2003년 기준으로 34개 계열사에서 모두 2927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삼성은 지난해 말 현재 379명을 고용하는 데 그쳐 모두 123억3200만원의 고용 부담금을 냈다.
삼성은 2000년 64억1500만원을 낸 데 이어 2001년 90억5600만원, 2002년 104억5300만원의 고용 부담금을 내는 등 연 4년째 가장 많은 부담금을 냈다.
엘지도 지난해 59억6200만원의 고용 부담금을 낸 데 이어 2003년 71억800만원을 내, 2년 연속 2위를 기록했다."(한겨레 9월 10일자)

장애인 의무 고용은 지키지 않고 '돈'으로 때우고 있으며, 이는 줄어들기는 커녕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한편에서는 '사회공헌'의 미명하에 봉사활동을 통한 예산을 확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의무적인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서까지 감수하는 '돈'을 늘리고, 이러한 '두 얼굴'은 사실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윤 극대화'라는 것이다. 즉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공헌'은 세계적으로도 기업경영전략의 하나로 채택되어 확대되어 왔다. 정부는 이러한 활동에 쓰이는 비용에 대해서는 세제혜택까지 주어 더욱 활성화하도록 도와 준다.

'참여복지 5개년 계획'에서도 사회복지에 대한 민간참여 활성화 방안으로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이 설정되어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별로 손해 볼게 없다. 또한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느니 고용부담금을 내는 게 기업활동에 더욱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고용부담금은 부담을 느끼기엔 턱없이 적은 액수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 산하기관에서도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는 곳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정부는 고용부담금마저 내지 않는다. 최근에는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32%나 삭감하겠다는 조치를 취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는 강력히 반발하며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요구는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정부 일반예산으로 편성해야 하며, 그 액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노동권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권리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기부를 통한 '봉사와 시혜', 장애인 의무 고용을 꺼려하는 '사회적 배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늑대와 양의 탈을 동시에 쓴 이러한 두 얼굴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윤 극대화'를 위한 방편이다. 그리고 이는 삶과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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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장애인 , 나눔 , 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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