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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입법, 대외비 진행, 내용 부실...

저작권법 전문개정안 공청회, “누구를 위한 법인가?”

문화관광부가 지난 2년동안 준비해온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3월 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국회 문화관광위원인 이광철, 윤원호, 정청래 의원(이상 열린우리당) 주최로 “저작권법 전문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문화관광부가 준비해온 정부의 전문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처리하기 위한 사전과정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면개정안의 주요골자를 살펴보면, ▲공중송신, 디지털음성송신 등 개념정비 ▲도서대여권, 공중송신권, 배타적이용권 등 새로운 권리 창설 ▲실연자의 인격권(동일성 유지권, 성명표시권) 신설 ▲위탁관리업체 공익성 강화 조항 ▲부분적 비친고죄 변경 가능 및 상설단속반 설치, 운영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역할 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저작권 질서 확립 조항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역할 강화 규정 ▲저작권 등록제도 정비 규정 등이다.

이날 공청회는 도서관, 대여점, 작가, 음반산업,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이해당사자들의 많은 참여와 뜨거운 공방 속에 진행되었다. 다양한 문제제기와 함께 첨예하게 대립되는 의견들도 제시되었다. 특히 토론자들과 대다수 플로어 참가자들은 현재 진행되는 입법과정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문제를 꼬집었으며, 법안 자체의 부실함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다.


졸속처리, 비밀진행 절차상 문제 많다
“오늘 토론자로 나왔지만, 실제 법안은 어제 받았다”
토론자로 나온 고려대학교 법학과 안효질 교수는 “이게 과연 전문개정인가?”라면서 절차상의 문제를 서두로 토론을 시작하였다. 안교수는, “외국의 경우 전문개정이라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초안을 공개하고 최소한 1년 이상의 의견수렴과정을 가진다”라고 말하고, “이번 개정은 전문개정이 아닌 것 같다”라며 절차상의 성급함을 지적했다.

정보공유연대 남희섭 대표는, “오늘 토론자로 나왔지만, 실제 법안은 어제 받았다”고 말하고, “문화관광부가 2001년부터 준비해 온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전문개정안을 공개했으며, 또한 정부법안을 의원입법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복잡한 정부입법절차를 회피하려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덧붙여 남대표는 “전문개정인 만큼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청회 전까지 문화관광부와 열우당 세의원실에서는 “대외비이기 때문에 알려주기 힘들다”라며 공개를 꺼려왔다. 플로어 참가자들도 절차적인 문제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했다. 한국정보관리연구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전문개정안에 대한 준비작업이 거의 작전처럼 비밀리에 추진이 되어서, 어떤 내용이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전혀 알기 어려웠다”라고 말하고, “공청회가 단지 요식행위가 되어서는 안되며, 또한 이 법안을 4월 6일에 발의한다는 것은 거의 날치기식 입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대여권, 공중송신권, 보상청구권, 저작인접권자에게 인격권부여 등 신설권리에 대한 신중한 검토 필요
핵심 쟁점사항의 하나로 제기된 도서대여 보상청구권 신설에 대한 내용은 토론자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플로어에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개정안에는 도서대여와 관련해서 권리자가 보상청구권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이 되어 있으며, 실연자와 음잔제작자에게 판매용음반의 대여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대여권을 부여하고 있다.

고려대 안효질 교수는 “대여권의 경우 대부분 선진국들에서 인정하고 있는 권리”라고 말하고, “대여권을 인정할 때 그 범위를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라고 주장했다. 안교수는 “현실적인 타당성을 고려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서대여관련 연합회에서 나온 한 청중은 “오늘도 벌써 몇군데에서 대여점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하고, “대여권과 관련된 새로운 조항때문에 대여업계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 장에서는 ‘대한민국비디오도서대여업협의회(http://ohvideo.net)' 측에서 ’저작권관련대여권제정에대한대여업경영자들의입장‘라는 것을 배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서, “저작권의 보호는 마땅하지만, 굳이 시장성 없는 혹은 신인작가의 만화에 대하여 대여권료를 징수할 경우 판매가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만화가 최악의 수렁에 빠질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라고 밝히고, “저작권과 함께 대여권을 인정하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좀더 심도 깊은 현재 한국시장의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내려진 후에 결정되어야 할 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청중으로 참가한 만화가 신일숙 작가도 “대여권신설이 도데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고 반문하고, 대여권 관련 조항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새롭게 신설되는 공중송신권과 디지털음성송신에 대한 보상청구권에 대해서도 개념상의 모호성이나 사회적인 실효성문제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토론자로 나온 전문영 변호사는 “음성이 없는 미디어 연주자들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것 같다”라고 지적하고, “사후적인 보상을 위한 보상청구권이라고는 하지만, 특히 현재 재정이 미흡한 인터넷 방송국 등으로부터 보상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변호사는 덧붙여 인터넷 상에서의 저작물 이용 및 방안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이용을 위한 고려 미약해
정보공유연대 남희섭 대표는 이번 개정안이 저작권자들의 권리보호강화에 치우쳐지고 이용자들의 공정한 이용에 대한 고려는 미약하다고 비판했다. 남대표는 “저작권법은 권리자들의 보호뿐만 아니라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여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지적하고 “현재 저작권법의 문제는, 의원실에서 말했던 ‘법안이 누더기’라서가 아니고, 오히려 저작권자들의 권리보호에만 치우친 절름발이식 법안이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산업적인 이해만을 반영해서 법안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정보이용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는 공중송신권, 대여권, 실연자들에게 인격권부여 등 신설되는 조항에 구체적인 제한규정이 전혀 없어서, 이 부분에 대한 이용자들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디지털 음성송신, 공중송신권 신설, 실연자에게 인격권 부여 등 새로운 권리 등에 대해서는 모두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과의 관계 속에서 고려가 되어야 하는데, 현재 알려진 개정안에는 그러한 내용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제한조치가 거의 없는 전송권과 마찬가지로, 공정이용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앞으로 정보이용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친고죄 조항의 비친고죄화 및 상설단속반 신설
이번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친고죄 조항의 비친고죄화에 대한 내용이다. 이 조항은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비친고죄로 변경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저작권법은 권리 침해에 대해서 권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권리자의 고소가 없이도 개정안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서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개정안에서는 이를 위해서 저작권침해를 규제할 상설단속반까지 신설한다는 규정이 삽입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토론자로 나온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김지연 정책실장은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처벌을 한다고 하지만, 인터넷의 경우 그 운영방식이나 사업방식에서 다양한 형태가 뒤섞여 있고, 영리와 비영리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라고 지적하고, “어디까지를 영리로 볼것인가에 대한 범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런 조항을 넣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정책실장은 상설단속반을 설치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다분히 자의적 해석의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상설단속반을 만들어 규제를 하더라도 저작권자로부터 명시적인 위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서관, 시민사회 등 의견서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한 대학도서관계에 있는 관계자는 각계의 의견수렴의 내용이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도서관에서 학위논문원문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문화관광부에서 저작권법 전면개정을 한다고 해서 작년 도서관과 관련된 규정(제28조)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을 했는데, 하나도 반영이 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더욱 많은 시간을 가지고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사무국장도, “작년 문화관광부의 저작권법 전면개정에 대한 의견수렴과정에서 ▲인터넷에서의 비영리적, 사적이용에 대한 공정이용 보장 ▲정부저작물의 자유이용 보장 ▲공공정보영역확대를 위한 정책방안요구 등을 골자로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번 전문개정 초안에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앞으로 네티즌,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전문개정초안에 대한 반대운동 및 시민사회의 대응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4월 6일 발의될 것인가?
오늘 공청회에서는 앞으로 더 많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열우당 의원들이 제시한 4월 6일 발의 일정이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다.

마지막까지 공청회를 지켜본 열우당 정청래의원은 정리발언에서 “오늘 공청회를 통해서 이 사안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의견수렴을 더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원은 4월 6일 발의 일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서 의견수렴과정을 거치더라도 전문개정안이 4월 6일 발의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전문개정안 초안은 아래 각 항목을 클릭하여 다운받을 수 있다.
1) 공청회자료집 완성본
2) 전문개정안 초안 조문비교표
덧붙이는 말

김정우 님은 월간 네트워커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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