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그곳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
강남구 양재천을 끼고 마을 버스는 10분을 더 달려 국민은행 앞에 내렸다. 24시간 편의점을 끼고 돌아서는데 사진으로 만 봤던 철거지역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골목 안으로 천천히 들어서는데 육안으로 보기엔 꽤 잘 지어진 빌라들이 죽 늘어 서 있고
근처의 나무들이며 벤치등 조경 시설도 멋지다. 하지만 올해는 봄이 좀 늦는 편인지 소나무 밑에 그늘진 곳은 한기가 여전하다. 커다랗게 고물상이라고 쓰여 있는 곳으로 들어서니 폐지들과 고철들이 쌓여 있고 그 밑에서는 한참 포크레인이 씩씩거리며 짐들을 쌓아 올리고 있다. 몇 발자국 더 들어서니 붉은 글씨로 '빈민해방 철거민 연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낡은 집들이 하나 둘씩 보인다.
입구에는 낮설은 이방인을 경계라도 하듯 강아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골목 안은 의외로 겉에서 보기보다는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작은 화단이며 깨어진 장독에다 심어놓은 파나 나물 같은 것들이 봄을 맞아 한참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있고 창틀 넘어로 슬쩍 방을 훔쳐보니 따뜻한 온기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어떤 집은 이제 막 공부를 하다 등교를 했는지 공책과 책들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쌓여 있고 이제 막 식사를 한 흔적도 보인다.
저 작은 방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을 것을 상상을 해보니 하루 세끼만 해결한다면 무슨 걱정 꺼리가 있겠는가? 아무런 걱정도 고민 꺼리도 없을 것 같지만....대한민국 서울의 강남구 포이동 동사무소 공식 문건에는 이곳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방금 눈으로 직접 확인 한 사람들은 유령이란 말인가?
- 사라진 망태 할아버지 그리고 부랑자들 -
망태 할아버지 온다.~ 골목길 저쪽에서 나타난 망태 할아버지, 뒤에 큰 망태를 걸치고 사시사철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반쯤 술에 취해 나타난 망태 할아버지, 지금 30대 후반 정도면 유년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공포의 대상 인 망태 할아버지, 골목길 안을 돌아다니며 집게로 망태에 종이를 주워 담아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주변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들이 다시 생계의 터전을 일군 곳이 바로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다.
젊은 날 이곳으로 결혼와 살고 있는 '포이동 사수 대책위 조철순 (여 47세)'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정부는 1979년 서울4대문 안에 넝마주이, 부랑자들을 모아 소위 ‘자활근로대 또는 재건대’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관리하다가 1981년도부터는 이곳에 정착시켰습니다. 하지만 당시 포이동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었습니다. 전기, 하수도는커녕 화장실조차 없는 그야말로 허허벌판 황무지였습니다. 비가 오면 온 동네가 진흙탕으로 넘쳐흘렀고 한여름에는 양재천이 범람을 하여 자다가도 대피를 하기 일쑤였습니다."
지금이나 과거나 도시빈민들에 대한 정책 가운데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주를 시키는 것이다. 70년대 청계천 변등 도시빈민 20여 만 명을 경기도 광주로 강제로 이주시켜굶어죽을 위기에 처해지자 폭발했던 투쟁, 80년대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등 국제적인 행사에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리고 수출입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단속과 철거를 당해왔던 노점상과 상계동 등지의 철거민들 이러한 도시빈민 배제 정책은 노출된 판자촌을 가리기 위해 지어진 삼일 아파트와 청계천 고가도로를 철거를 하며 2천년 현재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88년 온 국민이 축제에 빠져있던 올림픽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포이동은 국가의 어두운 치부이고 국제적인 망신거리라는 이유로 문밖에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굴욕을 감수했던 것은 다시는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찰들은 한달에 한번씩 우리가 수집한 고물들을 돈을 계산을 해서 수거 해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감시속에서 이렇게 24년간을 악착같이 살아오며 버텨냈던 것입니다."
- 불법점유 '천문학적인 토지변상금" -
황무지 였던 이곳을 개척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이들이 거주하는 주변의 지대는 하루가 다르게 천문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서울의 가장 비싼 노른자 땅이 되어버린 강남, 양재천을 끼고 건너편에는 하늘을 찌르며 솟아 있는 '타워 펠리스'가 우뚝 서 있어 누가 보더라도 대조를 이룬다.
'포이동 사수 대책위 김종만 (남 47세)' 총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987년 강남구는 포이동 266번지를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구획정리’사업을 실시하며 도서관부지로 용도를 변경하였습니다. 1990년도부터는 ‘토지변상금’을 부과하였는데 이는 노점상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듯이 불법점유자라는 이름을 붙여 과세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자활대’라는 이름을 붙여 이곳으로 내몰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토지 변상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 액수는 주민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나 104가구 405명에게 일인당 수 천만원의 족쇄가 채워져 재산가압류까지 되어있는 상황입니다.'
주민세도 내고 수도전기세도 내며 살지만 이들은 대한민국 주민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출생신고도 학교를 보낼 때도 그리고 결혼을 하여도 다른 곳의 주소를 얻어서 신고를 할 수 밖에 없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신청을 하고 싶어도 법으로는 주민이 아니기에 대한민국 하늘에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살아도 보장을 받지 못한다. 작년에는 이곳에서 23년째 살아온 김(58)씨가 군대 간 두 아들에게 빚 7천 만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끓었고 한달후 김씨의 부인도 뒤를 이어 자살한 일까지 있었다.
-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유령마을은 없었다. -
지난 3월 14일 이들은 강남구청 앞에서 전노련 소속 노점상들과 함께 집회를 개최하였다. '전국빈민연합' 확대 강화를 앞두고 함께 연대의 집회를 개최 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포이동 266번지를 주거 ‘환경개선’ 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라 그리고 60억에 달하는 토지변상금을 없애달라" 고 주장을 하고 있다. 포이동 266번지 주민들이 무엇보다도 당장 절박한 것은 주민등록에 주소를 올릴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골목길을 한참을 돌다 보니 갑자기 눈앞이 확 트인다. 양재천이 보인다.
"4월이 되면 저 양재천 주변으로 갖은 꽃들이 피어납니다. 봄철이 되면 나물 걱정은 안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물이 하도 맑아서 빨래를 하거나 동네 사람들이 모여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 멱을 감기도 하고 그랬어요 옛날에 여름밤에 이곳은 그야말로 칠흙 같은 밤이 된답니다... 사람들은 우리보고 게으른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건너편 빌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집 값이 떨어진다고 동냥아치라고 놀리거나 때로는 옥상에서 돌을 던져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이들을 설득시키려고 노력을 합니다. 여론이 나빠지거나 민원이 들어간다는 것은 어쨌든 저희에게는 불리하니까요... 주민등록상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마을이지만 저희들도 어엿한 이곳의 주민입니다. 몇십년을 살아온 주민입니다."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