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마치고 출근해서 그동안 밀린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데 국회에 항의를 차 들어간 장애인 노점상 한 분이 분신을 했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누구나 경험을 했을 테지만 작은 성냥불에 손끝을 잠깐 데어도 그 쓰라림은 며칠은 간다. 화상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그 고통은 일시적인 아픔에서 치유되지 않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일그러진 형태로, 그리고 후유증으로 끝없이 끝없이 이어진다. 장애인 노점상의 분신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극한 상황에 내몰린 노점상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저항은 끝내는 스스로의 몸에 불을 당긴다는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은 장애인들이라는 것이고 이 또한 주기적으로 2-3년에 한번은 열사투쟁을 기어코 치루고야 만다는 것이다.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응급실에서 온몸이 일그러진 채 응급실에 누워있는 장애인 노점상(황효선씨 남, 55세, 한국장애인문화협회 부천이동상담소장)을 만날 수 있었다. 기자들은 연신 분신한 이유에 대해서 묻고 사진을 찍고 그랬다.
그의 분신이 있기 한달 전 이미 부천에서는 또 다른 장애인 노점상 부부가 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7월 10일 새벽 3시경 쇠망치와 파이프로 무장한 150여명의 용역반들이 부천역으로 들이닥쳤다.
무차별적인 단속과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수많은 노점상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아스발트 위로 나동그라졌고 이러한 사건이 있은 후 자신의 승용차를 걸어 잠그고 장애인 노점상 부부가 석유를 부어 분신을 기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은 연기와 불이 활활 타오르자 지나가는 행인들이 차 문을 부수고 '일촉측발'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도시빈민들 특히 노점상들의 투쟁은 대부분은 이와 같이 극한적인 한 개인의 희생을 통해서 관심과 주목을 받아왔다. 그중 95년 서초 강남지역에서 휠체어에 잡화를 실어놓고 판매를 하던 최정환열사 투쟁은 수많은 사회단체가 결합을 하여 제대로 된 투쟁을 전개했던 유일한 투쟁이었으며 사회적으로 장애인과 노점상의 문제를 크게 알려냈던 주요한 투쟁이었다.
같은 해 인천에서 농성중 한 장애인 노점상이 의문의 변사체로 떠오른 사건이 있었다. 그분은 이덕인 열사 였으며 몸에 밧줄이 감긴 채 실종된지 3일만에 인천 아암도 앞 바다에 의문의 변사체로 떠오른 것이었다.
이밖에 99년 대전역 앞 지하도에서 조그마한 좌판을 내걸고 장사를 하던 장애인 노점상 윤창영 열사의 투쟁은 그해 8월을 뜨겁게 달군 바 있으며 2003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실시이후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내걸고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다 끝내 유명을 달리한 청계천의 장애인 노점상 최옥란 열사에 대해서는 모두 다 기억할 것이기에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아무튼 슬픔은 계속이어졌다. 이미 봄부터 월드컵경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몰아닥친 단속은 서울청계천복원 공사를 앞두고 여름까지 강행이 되었다. 결국 노점상 단속에 맞서 환갑이 훨씬 지난 장애인 노점상이 분신을 한 사건이 있었다. 이분의 이름은 박봉규열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는 그해 가을과 겨울을 넘기고 다음해 봄까지 서울시와 중 구청을 상대로 질기고 질긴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올해, 2005년 3월, 40대 청각장애인노점상이 벌금 70만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사가 신문에 보도가 되었다. 네 식구 생활비를 벌기 위해 컨테이너 노점을 차렸다가 당국에 적발돼 벌금을 부과 받았지만 낼 형편이 안 되자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기한 내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법원 소환장을 받은 것과, 밀린 월세 30만원도 함께 자살의 배경이 됐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 6월에는 서초강남의 장애인노점상 김혜일씨가 생계를 비관하여 한강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불편한 몸을 이끌며 병든 어머니와 어린 두 자녀의 가장으로 어렵게 노점상을 했으며 강남구청의 단속을 오랫동안 받아오다가 비관자살을 한 것이다. 비록 목숨을 건졌지만 분신의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는 장애인 노점상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96년 부산의 이동재 씨 그리고 종로 5가에서 장사를 하던 98년 전창옥 씨 등이 모두 장애인이자 노점상들이었다.
가난도 부족해 장애의 이중굴레 속에서 발버둥치는 사람들 그들이 극한 상황에 내몰린 끝에 선택한 이 비극적인 상황이 우리의 현주소인 것이다. 또한 문제는 죽음의 벼랑으로 몰고 간 것이 가난과 장애만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사회의 그늘을 보듬지 못하는 행정과 경직된 법 집행이 사실상 이 비극을 방조한 것에 다름없는 또 다른 이유다. 장애인 노점상 황효선 씨와 장애인 노점상 부부가 분신을 시도한 배경에는 부천시의 납득하기 힘든 행정 처사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살펴보자.
부천시에서는 노점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자 약 3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어용 장애인단체들에게 용역계약을 체결해 주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반도덕적인 처사인가? 부천 역 광장에서는 장애인과 노점상, 장애인과 장애인들이 서로 할퀴고 싸우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연출이 되었고 결국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에게 갈등을 조장하고 상호반목을 하도록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이용해 교묘히 농락한 것이다.
4월 26일자 부천타임즈 원미구청 정수식 도시정비과장 의 인터뷰를 살펴보자.
“이번 일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과 아울러 불법영업을 자행해온 이들을 근절시킬 계획” 같은 신문의 원미구청 김환화 가로정비팀장의 발언은 가관도 아니다. “장애인에게 단속권을 주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하루 종일 노점상 옆에서 영업을 방해하면 무서워서 그만둘 것이고, 또 장애인들은 일당도 비장애인들의 1/2 밖에 안되고 식사제공 등 제반경비를 비롯한 예산이 적게 들어 이들에게 맡길 계획.."이란다.
4백50만 장애인 가운데 20%는 절대빈곤, 30%는 절대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현실을 당국도 우리사회도 모두 유념해야 한다. 그런데 지역자치단체의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라는 것이 위와 같은 것이라면 얼마만큼 문제가 심각하고 도대체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있는지 묻고싶다. 빈곤층들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지 않는가
이날 병원에서 대책을 논의하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채널을 뉴스에 고정시켜 놓고 기다렸지만 국회에 항의하러 갔다가 분신한 장애인 노점상의 사건은 끝내 보도가 되지 않았다...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