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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에 상임위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

우상호 의원실 공청회조차 제대로 안 거쳐

2005년 12월 6일 오전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문화관광위원회 상임위를 통과했다고 한다. 이번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 법안에는 인터넷에서의 소통을 심하게 제약하고, 합법적인 저작물 이용행위조차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조항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서 향후 인터넷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P2P서비스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반을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조항들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내용들이다.

이미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터넷 기업들뿐만 아니라 많은 네티즌들도 이 법안에 대해서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위원회 국회의원들은 이 법안을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키고, 상임위에서는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통과시켜버렸다. 실로 어처구니없다. 실제로 상임위 논의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이 법안 검토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임위 논의를 연기하자는 발언을 했는데, 우상호 의원이 거의 우기다시피 법안을 통과시킨 모습을 보니 더욱 기가 찬다.

5분만에 통과한 저작권법 전문개정안

문화관광위원회 상임위에서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을 논의했던 시간은 고작 5분, 한국 사회의 문화와 문화산업 전반을 아울러 가장 중요한 법안이고, 또한 전체 법안의 체계를 다시 정리하는 전문개정안임에도 불구하고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상임위를 통과시킨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이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인터넷을 비롯한 온/오프라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2P, 온라인 게시판, 메신저 서비스, 이메일 서비스에도 모두 사실상 기술적 보호조치

우상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제77조의3 제1항에서는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복제ㆍ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그 상호간에 저작물 등이 불법적으로 복제ㆍ전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술적 보호조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권리침해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그 의미가 매우 모호하고, 특히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복제ㆍ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 규정은 굉장히 포괄적 해석이 가능해서, 우리가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서비스들에 직접 적용될 수 있다.

법조항 그대로 해석을 하자면, P2P 서비스뿐만 아니라, 동호회나 카페, 개인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 게시판(특히 첨부파일 기능이 가능한 게시판)도 그 적용대상이 될 수 있으며, 개인과 개인 간에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신저나 사적으로 이용하는 이메일 서비스까지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은 이런 서비스에 모두 기술적보호조치를 의무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메일이나 메신저 서비스를 통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현재도 저작권법상 합법적인 사적이용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 서비스에 기술적보호조치를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저작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또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권리 침해로 보는 것은 인터넷에서의 일상적인 소통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나아가 합법적인 정보의 교환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기술적보호조치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물 이용 행위를 하나하나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이 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네티즌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도 있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유지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블로그, 미니홈피, 카페 등 폐쇄 조치 가능

개정안 제77조의3 제2항에서는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하여 해당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이에 접근하도록 설비, 장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본다”라고 되어 있다.

이 내용은 블로그와 카페에서 불법적인 파일 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인터넷에 있는 상당수의 블로그와 카페들은 사업자들에 의해서 불가피하게 폐쇄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패러디물 등에 대해서 문화관광부 장관이 삭제 명령

개정안 제97조의5에서는 문화관광부 장관 및 시,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불법복제물을 수거, 폐기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문광부 장관에게 온라인 상에서의 불법복제물에 대해서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 내용은 곧 법원의 판결이 없이도 행정기관이 직접 불법저작물에 대해서 폐기나 삭제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에 올린 다양한 패러디물에 대해서 저작권자의 요청이 없어도, 문광부 장관이 직접 삭제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것은 사실상의 인터넷에 대한 검열이 될 수 있으며, 또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이도 처벌 - 비친고죄화

현재 저작권법 제102조는 권리 침해죄에 대해서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상호의원의 개정안에서는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이도 수사기관이 직접 처벌을 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비친고죄화 한다는 것은 권리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 수사기관이 일률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권리자들 중에는 자신의 저작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권리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공유할 의사로 배포하였는데, 이를 자유롭게 이용한 사람에 대해서 국가기관이 나서서 처벌하는 것은 오히려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이며, 국가적 자원을 낭비하는 꼴이 된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폭증하고 있는 저작권 관련 소송을 더욱 증가시키고, 선의의 범법자들을 양산해 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우상호 의원실에서는 법안과 관련된 공청회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우상호 의원실의 홈페이지에서도 저작권법 개정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네티즌들의 항의성 글만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우상호 의원실에서는 어떠한 해명조차 없다. 오히려 우상호 의원실에서 이런 민감한 사안을 사회적으로 거의 이슈화하지 않고 조용히 통과시키려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마저 든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날치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P2P와 인터넷 전체를 이런 방식으로 강력하게 규제하는 내용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거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국회의원들의 마땅한 도리이다.
덧붙이는 말

김정우 님은 정보공유연대 IPLeft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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