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 초등학교 입학!
자녀의 초등학교입학을 벅찬 감정으로 맞이할 새내기 학부모들에게 나는 16년차 학부모로서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래전 내가 새내기 학부모였을 때, 한국사회의 교육정책과 제도에 실망하고 분노해서 교육운동 일도 했지만 내적 갈등도 많이 겪었다.
아이를 내 소유물로 착각하고 내 뜻대로 조종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될 때 솔직히 그런 행동을 하는 나 자신에 무척 실망했었다. 그렇게 사랑을 핑계로 아이 인권 침해를 서슴치 않으며 아이나 나나 망가져간다고 느꼈을 때, 나는 궁여지책을 마련했다.
내 아이를 내 자식이 아닌 내 친구로 바꾸어 놓고 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권유는 하되 강요는 안한다.’ 아이를 친구처럼 생각하니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 없이 산뜻하게 정리되는 일이 많았다. 내 불안과는 달리 그렇다고 그 애가 공부를 못하거나 버릇이 없게 된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자녀양육의 끝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부모가 변하면 아이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3월, 신학기를 맞은 이후, 매일 오후가 되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여행가방처럼 바퀴가 달린 책가방을 돌돌 굴리며 아파트로 들어선다. 학교 교문마다 신입생을 환영하는 플랭카드가 나붙어있다.
집 부근 초등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이웃 고등학교에는 지난겨울 내내 '서울대 18명 합격'이라는 플랭카드가 걸려있었다. 서울 강남 복판에 그런 내용의 플랭카드가 걸리다니 초등학교 입학식 광경과 겹치며 '학교가 위기는 위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우리 교육 현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바로 입시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서울시 교육청도 논술, 서술식으로 시험문제 유형을 바꿀 예정이라 하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고, 대학들도 논술 본고사를 점차 강화하는 추세라서 새내기 학부모로서 기대와 희망은 점차 고3 학부모와 같은 배를 탄 심정으로 대학입시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바뀌게 된다.
얼마 전 한 사설학원이 개최한 대입 설명회에 5천5백 명이 몰렸다고 하고, 지난 가을 설명회에는 1만2천 명이 몰려들었다 하니 새내기 초등학생을 입학시킨 학부모들 가운데는 이러한 뉴스만 듣고도 조바심이 생기고 어떻게 해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지 고민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새내기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사회에서 좋은 대학은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는 중요한 카드중 하나이다. 그러나 아이가 행복하게 살 권리, 원하는 것을 할 권리, 웃고 살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하기 싫은 것을 안 할 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동네 초등학생들과 함께 수지모건스턴이 지은 ‘조커-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문학과 지성사 발행)라는 동화책을 읽었다. 그 줄거리는 새로 부임한 노년의 교사가 학생들에게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을 권리’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아 조커 카드를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노교사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수업방식, 질문을 고안해내어 학생들에게 교과서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가르침을 주는데 학생들은 수업이 재미있어서 학교가지 않을 권리를 행사할 조커 카드를 쓰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자신의 욕구에 따라 카드를 쓰면서 인생은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동시에 모든 것은 때가 있으니 그것을 즐길 줄도 알아야하고 그 결과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여유와 힘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주변의 부모들을 만나보면 아이는 학원 다니느라 만사를 귀찮아하고 지친 표정이 역력한데 엄마는 아직도 학원을 탐문하고 다닌다. 날이 갈수록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며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일류대학 합격이라는 단 하나의 카드만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강요하며 아이를 복종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부모들이 ‘없는’ 살림에 사교육에 아이를 처넣으려고 할 때, 아이들의 가져야할 천부적 인권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부모도 오래전 학생이었을 때를 돌이켜보며 자녀들에게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고 자녀들에게 조커카드를 허락하는 것으로 새 학기, 새내기 학부모 노릇을 시작해볼 것을 제안한다. 적어도 우리네 부모들은 자식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덜 주고 덜 받고, 부모자식으로 서로 성장하고 소통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